▲ 지난 15일(화) 특별회기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텍사스 주 하원과 상원이 갑작스레 종료되면서 ‘트랜스젠더 화장실법’ 표결이 무산됐다. 덴 패트릭(맨 왼쪽, 두 번째) 텍사스 부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텍사스의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이 텍사스 주의회 특별회기를 통과 못하고 부결됐다. 지난 15일(화) 특별회기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텍사스 주 하원과 상원이 갑작스레 종료되면서 ‘트랜스젠더 화장실법’ 표결은 일단 다음 정기 회기로 넘어가게 됐다.

텍사스 주 하원이 15일 늦은 밤 특별회기 종료를 선언했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상원도 특별회기를 종료했다.

공화당은 올해 정기 회기에서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이 그대로 폐기되는 가 싶었지만, 그레그 애보트(Gregg Abbott) 텍사스 주지사가 30일짜리 특별회기를 소집하면서 이 법안을 포함한 20개의 보수성향 법안들을 다시 안건으로 상정됐다.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은 주 상원에서 공화당의 만장일치 지지를 얻었지만 하원에서 공화당의 분열이 일어나면서 이번 특별회기에서 표결에도 부쳐지지 못했다. 샌안토니오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조 스트라우스(Joe Straus) 하원의장은 이 법안에 제동을 건 대표적인 공화당 정치인이다.

특별회기가 종료된 다음날인 16일(수) 오전, 애보트 주지사는 ‘트랜스젠더 화장실법’ 폐기에 대한 책임을 스트라우스 하원의장에게 돌리며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애보트 주지사는 “하원의장이 ‘사생활 보호 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게 명확히 밝힌 것 같다”며 “스트라우스 의장이 이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절대 바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덴 패트릭(Dan Patrick) 텍사스 부지사를 필두로 강경파 공화당 정치인들은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을 “여성 화장실에 남성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프레임으로 몰아왔다.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출생증명에 명시된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쓰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어도 남성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포춘500 기업들 중 51개 기업들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텍사스 보이콧’까지 위협한 바 있다. 대부분의 사법 기관 및 교육 기관들도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패트릭 부지사는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을 반대한 기업계를 향해 “그들이 틀렸다. 그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잘 못 됐다”며 “다음 회기에 반드시 이 문제를 다시 다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은 올해 텍사스 의회에서 다뤄진 이슈들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온 법안이다. 민주·공화 대립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비록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이 이번 특별회기에서도 통과되지 못했지만, 텍사스의 ‘트랜스젠더 인권’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음 중간선거 공화당 경선에서 ‘트랜스젠더 인권’ 문제가 강경파 공화당 정치인들에 의해 공화당의 ‘리트머스 시험’으로 다시 부각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2019년 텍사스 주의회 정기 회기에서도 이 법안이 다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애보트 주지사는 특별회기 만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조만간 ‘트랜스젠더 화장실법’이 주의회에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힌트’를 내비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을 하원에서 발의한 주인공은 캐롤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론 시몬스(Ron Simmons, 공화) 하원의원이다. 시몬스 의원은 이 문제로 당분간 텍사스 정계가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했다. 시몬스 의원은 “법안은 일단 폐기됐지만, 트랜스젠더 화장실 사용과 관련한 이슈 자체는 아직도 살아있다”며 “이 문제를 시정부나 카운티 정부 등, 자치정부의 조례안으로 해결하는 것은 텍사스 주민들을 위해서도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전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텍사스의 ‘트랜스젠더 화장실법’ 폐기를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평등 텍사스’(Equality Texas)의 루 위버(Lou Weaver) 담당자는 “이 문제가 다시 정치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나,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함께 노력해 이 법안을 물리친 것에 감사하다”고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