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주지사, 서명하지 않겠다 입장 밝혀 논란 …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도 경제적 이유로 적극 반대 동참 ◎상원과 패트릭 부지사 등은 여전히 법 통과 주장 중 … 반대파 “다른 더 중요한 사안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적
지난 텍사스 의회 회기 말미에 주지사 그렉 애보트는 텍사스 ‘화장실법(Bathroom Bill)’에 서명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주지사가 화장실법에 서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당시 애보트의 수석 비서인 다니엘 핫지(Daniel Hodge)가 텍사스 경제 지도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화장실법은 성전환자 텍산들로 하여금 출생 성별에 따른 화장실만 쓰도록 규제하는 법으로 일종의 성소수자 차별 법인 셈이다. 그런데 이 법은 텍사스 주 경제 번영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어왔다. 이 때문에 애보트 주지사가 이 법 승인 서명을 주저한다는 것을 공화당 소속 바이론 쿡(Byron Cook) 의원이 밝힌 것이다. 텍사스 동부 지역의 도시 코시카너(Corsicana) 공화당인 쿡 의원은 이를 반대하는 최전방의 역할을 하는 하원 특별위원회 리더다. 그는 애보트 주지사가 화장실법에 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면서도 그 법이 지닌 위험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 의회에서 쿡을 비롯해 하원 지도자들은 이 법이 무산되게 만드는 정치적으로 고통스런 임무를 짊어져야 했고, 결국은 무산시켰다고 쿡 의원은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텍사스 주를 위해 옳은 것을 하기 위해 여기 의회에 왔다”고 말하며 “화장실법이라는 입법이 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의회가 숙고해야 했다”고 그간의 번민에 대해 토로했다. 실제로 하원 지도자들과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애보트 주지사가 화장실법에 서명할 것처럼 말하면서 특별 회기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처리할 것처럼 보여서 무척 당혹스러워했다고 쿡 의원은 말한다. 당시 쿡 의원은 애보트 주지사가 화장실법을 텍사스에서 통과시키려는 의도를 철회해줄 것을 희망했다고 덧붙인다. “그것이야 말로 주 경제를 위해 긍정적인 행보일 것이어서다”고 그는 말한다.
◎하원 위원회 반대 보고서= 쿡 의원 위원회의 보고서가 지난 13일(화) 발표됐는데, 그 내용 중에는 주 지도자들이 화장실 사용이나 성역 도시(Sanctuary City) 금지법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집착하는 것 때문에 텍사스가 고용인들의 출퇴근 시간이나 학교 발전 향상 등을 간과하게 됐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이런 사안은 기업 CEO들이 본사를 어디에 세울 것인지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이기에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지난해 가을에 텍사스 하원의장 조 스트라우스(Joe Straus)에 의해 창설된 경제적 경쟁력 하원 특별위원회(House Select Committee on Economic Competitiveness)는 텍사스가 인력 훈련 및 인프라 구축의 결핍, 그리고 공립학교나 주립 대학에 대한 기금 부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스트라우스 하원의장과 궤를 같이하는 쿡 의원과 소속 위원들은 댄 패트릭 부지사와 주 상원, 그리고 애보트 주지사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과 같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재발된다면 텍사스로서는 경제 개발의 선두주자 위치가 무뎌질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것. 7명으로 구성된 하원 특별위원회는 주 의원들에게 필요 이상의 세금 감면에 대해 검토할 것과 사업 보조금이 일관성있게 사용되는 것인지도 검토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쿡 의원이 리드하는 위원회는 화장실법이나 이민규제법 등은 일부 강경 보수주의자들에게 얼마나 사랑스런 것이었는지 상관없이 텍사스가 새 첨단 기술 위주의 경제에서의 결정권자라는 명성에 흠이 가게 하는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애보트 주지사 자체의 경제 개발 디렉터 역시 화장실법 때문에 텍사스에 더 많은 사업체를 유인하는 자신의 임무가 더 어렵게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특정 그룹에게 증오적으로 보이는, 매우 분열적인 입법은 사업체와 투자를 유인하는 주의 능력에 해를 끼친다”는 게 이들의 결론인 셈. 쿡 의원의 위원회 보고서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42명의 사업, 교육, 주 공무원들의 증언을 경청한 뒤 내린 결과를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법의 찬반 주장들= 패트릭 부지사와 주 상원이 주장하고 있는 화장실법은 성전환자들에게 학교, 정부 건물 화장실이나 라커룸을 정부 발행 신분증과 같은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성전환자로 해도 출생 성별에 따른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것이어서 성소수자 인권 침해 논란을 야기한, 보수자들 지지 법안이었다. 상원에서 통과시킨 화장실법은 사설 사업체나 사립 학교들에게 화장실 사용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지 않았고, 스포츠 구장이나 다른 대형 장소에 대해서는 제외시킨 법이었다. 그러나 하원의 위원회 맴버들은 상원의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화장실법이 여성이나 소녀들을 화장실 난입자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필요하다는 상원 주장에 대해서는 비웃을 정도였다. 실제로 수사 관계자들은 화장실에서의 폭행이 공공안전 문제에 있어 중요한 점이라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위원회 회원들은 언급했다. 이들의 보고서에서는 상원이 화장실법을 왜 전체가 아닌 일부 화장실에만 적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웨이코의 경제학자인 레이 페리맨(Ray Perryman)이 화장실법으로 텍사스의 경제 활동에서의 1년 33억달러 정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추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쿡 의원은 공화당 지도자들이 화장실법을 철회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주 치러진 텍사스 예비선거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화장실법 주제에 대해 꼭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비난했다. 이런 ‘꼼수’는 모든 유권자들이 찬성을 하게 짜맞춘 질문이었다는 것. 실제 투표를 한 150만명 중에 90%가 이에 찬성한다고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에서의 찬반 흐름= 2016년과 지난해 초에 애보트 주지사는 화장실법 싸움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화장실법 자체에서 손을 떼지 않고 2017년 4월 중순까지 그 법에 서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는 140일의 의회 회기 중 6주가 남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당시 하원 주 사업위원회의 수장이었던 쿡 의원이 이 법을 주저 앉혔다. 또 애보트 주지사가 이 법에 대해 여름 말 특별 회기에 다시 살리려 했을 때도 쿡 의원 측이 이 법을 다시 무산시켰다. 달라스 프로농구팀인 매버릭스의 구단주이자 텔레콤 개척자인 마크 쿠반(Mark Cuban)은 하원 위원회에서 화장실법이 텍사스에 온라인 공룡업체 아마존의 제2 본사 경쟁지로서의 기회에 해를 끼칠 수 있고, 다른 경제 개발 계획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는 “의회가 이에 대해 극단적인 정치적 위치를 견지한다면 이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에게 경영적 위험을 제시하는 것이다”고 진술했다. 달라스 프로하키팀 스타스의 경영자인 짐 라이트(Jim Lites)와 달라스 사업가 톰 루스(Tom Luce), 그리고 페로(Perot) 그룹 이사장 로스 페로 주니어(H. Ross Perot Jr.) 등도 의회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루스 사업가는 “텍사스의 기적은 기적이 아니다”고 말한다.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사업 커뮤니티와 주 지도자들에 의한 신중한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그는 진술했다. 물론 패트릭 부지사는 화장실법이 경제적 침체를 야기한다는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해왔다. 그는 화장실법으로 인한 잠재적 비용에 대해 발간한 텍사스 비즈니스협회(Texas Association of Business)의 보고서에 대해 특별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 시급한 사회 사안 많아= 쿡 의원이 이끄는 위원회는 애보트 주지사에게 학교 재정에 대한 임무나 제대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애보트 주지사가 최근 제안한 재산세 수입의 2.5% 상한선 제도는 주 의회에서 주 기금을 더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학교 재정에 해를 끼치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구 증가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공립학교에 대한 주정부 지출은 2006년 이후 16%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보고서는 애보트 주지사와 패트릭 부지사가 강력하게 지지하는 성역도시 금지법과 화장실법은 주 의원들이 더 중요한 의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사회 안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휴스턴 경찰국장인 아트 에이스비도(Art Acevedo)가 히스패닉의 성폭력 피해 신고수가 감소한 이유로 휴스턴의 새 법 때문이라고 말한 점을 지적했다. 연방 정부의 이민법 규제 직원을 시나 카운티 공무원이 돕는 걸 금지하는 걸 못하게 하는 법 때문이라는 것. 이 법으로 히스패닉은 지역 경찰에 대해 신뢰를 잃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휴스턴의 건설회사 사장인 스탄 마렉(Stan Marek)은 이 법 때문에 이민자들로 하여금 텍사스 남동부 지역 인력 시장에 가는 걸 거부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역 경찰에 의해 구속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꺼린다는 것. 현재 달라스 지역도 건설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위원회는 지적한다. 시 엔지니어 그룹도 텍사스의 전체 인프라 구조에 대해 C마이너스 평가를 내렸다는 점을 위원회는 상기시켰다. 이런 모든 합리적인 경제적 이유 제시로 인해 애보트 주지사와 보수파들은 화장실법에서 일단 후퇴하기로 결정한 모양새다. 그러나 언제든 기회가 되면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준열>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와 댄 패트릭 부지사는 상원의 지지에 힘입어 화장실법과 성역도시 금지법 통과를 꾀하고 있지만, 하원의장 조 스트라우스를 중심으로 한 하원의 특별위원회가 이를 반대하는 핵심으로 나섰고, 그 중심의 쿡 의원은 관련 보고서를 마련해 화장실법의 텍사스 경제 위협 현황 및 다른 긴급 사안 간과 등에 대해 지적하며 화장실법 통과를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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