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진짜 노리는 홈런
제빈 러시아극동연구소 센터장 기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2월 27,28일이 가까워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에 이를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논평, 그리고 추측들이 무성해 지고 있다.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11일 게재한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장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공동 성명은 가장 일반적인 표현으로 작성되었으며 그 성명에 담겨진, 적대관계 종식,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의 실행 일정이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두 가지 가장 큰 문제가 확인되었다. 첫 번째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즉 적대관계 청산(淸算)과 새로운 관계 수립을 하고 비핵화 과정에 유리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진행하자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모든 것이 정 반대 순서로 이루어져야 했다. 하다못해 1단계로 서류상으로라도 제일 먼저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자국 내 모든 핵 및 미사일 시설들의 목록을 제출하고 핵탄두와 발사 장비 수도 보고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이 데이터들의 검증을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일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제재를 비핵화 과정이 종료될 때까지 유지할 생각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입장을 자신들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의심이 증명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생각도, 또한 서로 약속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할 생각도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각 당사자가 비핵화를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규모는 어떤 정도일까? 비핵화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해당되는 군사적인 요소들만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원자력 발전과, 핵의학, 평화로운 우주개발과 같은 핵과 미사일 분야의 모든 연구를 폐기해야 하는가? 한국에 25개의 원전에서 가동하는 원자로들이 있고 상당히 진전된 우주 프로그램을 보유한 상황에서 북한이 평화적인 원자력 및 우주 연구를 중지할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조약에 복귀하고 서방이 계속 강력하게 요구하는 국제 원자력 기구의 사찰과 보증을 받는다면 북한의 평화적인 원자력 연구 권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미사일과 관련해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ICBM의 완전 폐기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위성 발사를 그만 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위성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정안을 명백하게 차별적이고 불공평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이 결정안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에 대해서만 채택되었다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북한의 ICBM만을 다룬 협약을 체결하고 일본과 한국에 주요 위험이 되는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도 역시 중,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비핵화의 지리적 경계선에 대해서도 명확한 것이 없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 무기 위협이 주한, 주일 미군과 북한 폭격 연습을 위해 전략적 폭격기가 날아오르는 괌 미군 기지로 인해 생겨나는 것이라고 강변할 것인가? 북한이 보고할 것으로 생각되는 북한 내의 핵 및 미사일 시설들을 검증하는 문제도 현재까지 확실하지 않다. 이 검증 문제에 대한 이견이야 말로 과거 비핵화 다자회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障碍物)이 되었었다. 1992-1993년 이 문제로 인해 북한과 국제 원자력 기구의 관계가 틀어졌고 2008년에는 6자 회담이 중단되었다. 그러한 검증이 한국에서도 이루어질 것인가? 싱가포르 합의는 한반도 전체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북한 내에서 검증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이 검증은 미국의 사찰관이 다른 나라 대표들을 초청하여 북한을 전담하는 새로운 검증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 국제 원자력 기구가 이러한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이고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그러한 검증 결과를 인정할 것인가?
미국 내 전문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비핵화 과정은 상호 양보를 통해서 점진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1718 위원회가 북한을 원조하기 원하는 몇몇 자선 단체들에 대해 제재를 해제하고,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 대해 한 언급은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양측이 그러한 접근 방식을 받아들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갈수록 더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은 절대로 자국의 핵미사일 전력을 완전히 폐기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과의 합의한 사항들에 대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해 이미 경험한 바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확연하게 진전을 보였던 북미 관계는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에 180도 반대 방향으로 바뀌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АВС (Anything but Clinton 무엇이든 클린턴만 빼고)라는 약자로 표현되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이루어진 모든 것을 부인하는 정책을 자기 정부의 신조(信條)로 삼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АВO, 즉 무엇이든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했던 것만 제외하고 하는,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일은 국내 정책이던, 대외 정책이던 모든 점에서 취소하고 있다. 심지어 철면피같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오랜 군사정치 동맹의 맹방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만약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다음 대통령의 슬로건은 ABT, 즉 트럼프가 한 것만 아니면 뭐든지 좋다는 것이 될 것임을 100% 예언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 내에도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일치된 의견이 없다. 펜스 부통령이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은 대북 정책에서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상술한 사실들을 고려하고 이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음을 생각할 때 북한 비핵화에 있어서 진정으로 큰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확률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정상은 계속 낙관주의를 표명하고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말로 아부하며 서로를 칭찬하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결정과 이러한 상황들은 양측이 무엇인가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게다가 각 측은 이 합의 사항을 자신의 성공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론에 소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에게 있어서 이는 종전 선언과 일부 제재 해제, 그리고 군사 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그 성격을 바꾸며 심지어는 주한 미군의 일부를 철수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일 수 있다. 트럼프에게는 북한의 핵무기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소소한 것으로는 영변 핵 센터를 폐쇄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중대한 것이라면 핵탄두와 ICBM 제조를 중단하는 의무 규정과 사찰을 받겠다는 동의일 수 있을 것이다. 연락 사무소 교환 설치에 대한 결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야심 많은 트럼프가 희망하고 있는 주요한 성공은 외적으로 효과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훨씬 더 큰 홈런이다. 미국의 대외정책 싱크 탱크들은 오래 전부터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유지 시스템을 형성함으로써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훨씬 더 강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 구조 속에서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북한까지 한반도 전체의 체제 안전 보증자 역할을 할 것으로 가정된다. 이런 계산에 따르면 미래의 안보 분야 3자협력 과제 중에는 첫째, 한반도에서 중국이 지배적 지위를 갖는 것을 방지하여 남한과 북한이 스스로 공동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둘째, 아태지역에서 중국으로 인한 더 광범위한 위협을 잘 다루는 것, 셋째 일본이 남북 화해 상황에서 좀 더 안도감을 갖게 하여 일본 내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의 발흥(發興)을 예방하는 것이 있다.
또한 북한과 중국이 최근 양국 관계를 개선했지만, 북한은 중국의 부상을 북한의 대외 정책의 독자성과 정치적 독립에 대해 잠재적인 위협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미국은 계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가들은 미국이 제안하는 역내 세력 균형에 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더 수용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남북통일은 현재로서는 의제(議題)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용주의자들인 미국인들은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간단하면서도 올바른 길이 이미 수립되어 있는데 이는 북한을 최대로 고립시키고 약화시켜 그 다음에 체제 보장을 제안하고 트럼프 식의 번영을 당근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원래 자신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친절함을 보이는 비밀 속에는 이러한 빅 매치에서 승리를 거두리라는 희망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에 두고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미 의례적이 된 것은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미국에 모든 운명을 다 맡기는 것은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트럼프를 아낌없이 칭송하면서도 북한은 미국이 또 한 나라 베네수엘라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국에 필요한 정치가를 다른 주권 국가의 수반으로 직접 임명하고 합법적인 정부에 귀속된 재원을 자신들이 임명한 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을 교체하는 새로운 기술을 시범삼아 시험해본 미국이 이것을 남미에서만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해 볼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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