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대법원, 상원 인준 안 받은 전 지사 해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카르브해상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지사가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완다 바스케스 법무장관이 푸에르토리코 새 지사로 취임했다. 바스케스 지사는7일 남편과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푸에르토리코 대법원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지난주 대규모 시위로 사임 압박을 받았던 리카르도 로세요 전 지사가 물러나면서 페드로 피에를루이시 전 국무장관이 새 지사로 취임했었다. 그러나 리베라 사츠 상원의장과 카르멘 율린 크루즈 산후안 시장 등은 그가 지사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냈고, 푸에르토리코 대법원이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여 7일 만장일치로 피에를루이시 지사 취임은 무효라고 결정했다.
로세요 전 지사가 퇴임 전에 피에를루이시를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는데, 인준안이 하원만 통과하고 상원 인준은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새 지사로 취임했다. 피에를루이시측은 2005년에 나온 헌법 수정 조항을 근거로 하원 인준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상원은 위헌이라며 반발했고, 푸에르토리코 대법원이 상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결정과 관련하여 피에를루이시는푸에르토리코인들을 돕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며 대법원 결정을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스케스 새 지사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지난 몇 주 동안 푸에르토리코에서 수십만이 참가한 가운데 시위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됐는데, 아직 상황이 정리 된 것은 아니다. 일부 시위자는 바스케스 지사가 로세요 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점을 들며, 부패한 전 정권의 연장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바스케스 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바스케스 새 지사는 앞서 지사 자리에 관심이 없다며 정국 안정을 위해 지사 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스케스 새 지사는 7일 밤 첫 공식 연설에서 푸에르토리코인들의 단합과 사회 안정을 위해 시민 사회 여러 분야 인사들과 정당, 지역 사회 지도자들, 기업과 종교 관계자 등의 의견을 듣는 한편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푸에르토리코를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1주일새 세 번째 지사를 맞게 된 발단은 로세요 전 지사가 측근들과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에서 시작됐다. 대화 가운데는 정적들과 동성애자, 심지어 허리케인 희생자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푸에르토리코는 그동안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 복구가 늦어지며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대화방 내용이 공개되자 성난 주민들이 로세요 전 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였고, 결국 로세요 전 지사는 2일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