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처음… 전 정부 적자 누적에 법인세 인하가 요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최근 연방 재정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말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공개된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연방 적자가 1조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정 적자 규모가 1조를 돌파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보통 재정 적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불경기 때 일어나며, 국가 경제가 호황일 때는 재정 흑자를 기록하기도 한다. 실제로 앞서 미국 경기가 한창 좋았던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8년 흑자를 냈다. 클린턴은 당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오랜 재정적자 시대를 마감하고 균형 예산과 흑자 시대를 열게 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 50년래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면서 호황을 다시 맞고 있는데도 적자가 계속 커진다는 점이 트럼프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전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다시 적자가 시작돼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어진 흐름을 아직 극복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주요 언론이 지적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 등에 대규모 감면 정책을 실시한 것도 적자 확대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법인세 인하 법규에 서명한 다음해인 2018년에는 재정 수익이 5890억 달러에 머물러 전년도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9개월 동안 4120억 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재정 적자가 늘면 정부 부채도 증가하는데, 지난해 정부 부채는 23조2천 달러가 넘어섰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보다 3조 달러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를 모두 없애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게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 적자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 경제 규모가 워낙 크고 호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큰 적자를 방치하면 경기 변동 시에 재정 정책을 운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방 재무부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는 재정 적자 확대 문제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해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작년 11월 상ㆍ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하여 “연방 재정이 지속 불가능한 경로(unsustainable path)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예산국(CBO)은 2020년 재정적자도 1조 달러를 훨씬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가 포함되는 2020 회계연도의 첫 분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 적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