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쇼핑시즌 의류업은 고전, 여행과 외식업은 상승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대형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데 있기도 하지만, 소비 풍조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선 지난해에 항공여행이 기록적으로 높았다. 외식 판매량도 지난 11월까지 전년에 비해 8%가 상승해 전반적인 소매 산업 증가율인 2%를 훨씬 앞질렀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는 지난해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상품에 평균 750달러를 소비했다. 이같은 수치로 미루어 보아 요즘 소비자들은 물품 보다는 체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캐시미어 스웨터나 가죽 장갑 등 물건 대신 이전에는 ‘낭비’라고 생각할 만한 비치 여행, 외식, 음악회 같은 체험적 상품에 지갑을 후하게 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 대학(UF)의 리테일 교육 및 리서치센터 디렉터인 스티븐 컨은 물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은 점차 자신의 기호나 기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에 더 관심을 둔다고 지적했다. 생일 등 특정일에 물건 보다는 여행 상품이나 고급 레스토랑 티켓을 선물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전에는 좋은 옷 한벌을 마련하는 쪽을 택했지만, 요즘 세대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좋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는 편이다. 이같은 소비풍조는 결국 소매상들에게 티격이 될 수 있다. 타 업소와 경쟁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소비자의 획기적인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 맞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시스가 올해 점포 수를 줄이고 수천명의 직원을 감소하려는 것도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방편이다. 앤 테일러, 드레스반, 노드스트롬 등 의류 업체도 소비자들의 옷 구매가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을 지난 할러데이 시즌 실적으로 통감하고 있다. 체험상품 구입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이같은 환경에서 소매업체나 쇼핑센터는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방안을 짜내고 있다. 일반인들이 체험을 선호하는 추세라면 백화점도 고객들의 구미에 맞게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여성 신발부에 카운터를 별도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자신이 신고 싶은 신발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곳은 여성들이 신발 재료, 굽높이와 발가락 모양 등을 고려한 디자인을 스스로 창출할 수 있게 돕는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요가복으로 유명한 룰루레몬은 뉴욕 본점에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고객들은 서비스를 통해 체조 클래스를 예약하고 시내의 적절한 조깅 코스를 찾을 수 있다. 명품 판매점 어반 아웃피터스는 의류와는 거리가 먼 피자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회사가 사들인 피자리아 베트리 체인점은 캐주얼 식당의 인기와 함께 성장 기회를 모색중이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체험 위주 소비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백화점과 쇼핑센터들은 식당, 영화관, 체육관 등에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객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52%가 할러데이 쇼핑으로 체험 관련 상품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존 쇼핑을 택하겠다는 응답자는 39%였다. 민텔(Mintel) 글로벌 마켓 연구소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소비자 지출에서 여행과 외식이 각각 27%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다른 지출 분야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한편 미국의 쇼핑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티 제이 맥스(T.J. Maxx)와 홈굿스(HomeGoods)를 소유한 TJX 회사는 지난 3사분기에 판매가 5%나 뛴 점은 특기할 만 하다. 빅토리아 시크릿과 베스 앤 바디 워크스를 소유한 L 브랜즈 기업 역시 같은 기간에 7%가 상승했다. 그러나 주종목이 의류인 업체를 비롯해 여러 체인 업소들은 대부분 고전하고 있으며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