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열람 불가' 판결... 트럼프 "정치공방 계속될 것" 불만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미 연방 대법원이 9일 트럼프 대통령의?납세 내역 등이 담긴 금융 자료를 사법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연방 의회와 뉴욕주 맨해튼 지방 검찰이 자료 소환장을 발부했고,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집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연방 법원이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은 자료를 볼 수 있고, 의회는 현재로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관 9명 중에 7대 2로 이같은 다수 의견을 채택했다. 다수 의견에 동참한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관은 "우리 사법 체계에서 '대중은 모든 사람의 (경제활동에 관한) 증거를 살펴볼 권리'가 있다"고 다수 의견문에서 밝히고 "우리 공화정 확립 초창기부터" 이런 원칙이 확립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에는 미합중국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뉴욕주는 트럼프 대통령 사업체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현지 검찰은 이 사업체가 허위로 사업 기록을 작성해 주법을 어겼는지 수사해왔다. 검찰 측은 트럼프 대통령 측 회계법인 ‘마자스USA’에 8년 치 납세 내역 등 납세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체가 허위로 기록을 작성했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지난?2016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매수' 의혹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륜관계를 주장하는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이 언론과 접촉하면서 폭로전을 벌였는데, 당시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준 뒤, 이 돈을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부터 변제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뉴욕주 맨해튼 지방 검찰의 소환장에 대해 집행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1심 재판부는작년 10월 초 대통령 측 요청을 기각하고 집행을 허가했다. 그러자 대통령 변호인단이 긴급 항소 절차를 밟았으나 연방 항소법원도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이번에 최종 패소한 것이다. 의회의 소환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의회에서는 두 가지 사건을 조사 중으로,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가 발부한 자료 소환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운영하는 사업체 등과 관련하여 공개하지 않은 이해 충돌 사례 등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이해 충돌'이란 공직자의 임무가 개인적 이익 추구와 부딪히는 사례 등을 말한다. 앞서 하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그의 사업체에 있을 수 있는 외국발 요인의 영향력"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보위와 금융서비스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트럼프 대통령 측에 요구했는데,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와, '캐피탈원(Capital One)' 같은 유수 금융기관과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검찰의 소환장 집행은 허가한 반면에, 의회의 소환장은 안 된다는 판결이 났다. 의회의 소환장 집행을 허용할 경우 "권력 분점의 원칙에 심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대법원 측은 다수 의견문에 적었다. 그러면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11월 대선 전에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 금융 자료를 보는 건 힘들어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의회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고 맞섰고, 검찰 측에는 '면책 특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뉴욕 연방법원의 빅터 마레로 판사는 대통령 측이 이례적으로 과도한 특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같은 대통령 측의 입장은 권력 남용으로 연결 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같은 하급심 결정을 이번에 대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결국 금융 자료를 검찰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법원이 과거에 많은 존중을 받았던 조직이지만, 나한테서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적고 '하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정치적인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납세 내역을 비롯한 금융 자료 공개 문제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첨예한 논쟁이 됐던 사안이다.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납세 내역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근대 미국 정치 역사에서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들은 인물 검증을 위해 관련 자료를 일반에 공개해왔다. 대선 후보의 납세 내역을 보면, 당사자의 재산 보유와 수입 등을 알 수 있고,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도 판명이 된다. 대선 당시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후보가 10여 년간 세금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되기에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