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준 강행하면 미국 건국의 기본 원칙 배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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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
<위키피디아 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 판사를 "가장 훌륭하고 재능있는 법률인 가운데 한 명으로 탁월하게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백인 여성인 배럿 대법관 지명자는 현재 48세로 상원에서 인준이 확정되면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최연소가 된다. 임신중절을 반대하는 가톨릭 신자로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배럿 지명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리고 총기 소유 권리 확대를 지지해왔다.

배럿 지명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상원 인준을 받는다면 내 앞에 있던 사람을 깊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이란 얼마 전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긴즈버그는 여성이 법조계에서 환영받지 못할 때부터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여성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유리천장을 깼을 뿐만 아니라 때려 부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긴즈버그 대법관과는 성향이 크게 다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의 상징’으로 불렸던 반면, 배럿 지명자는 보수 법률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인준이 확정되면 긴즈버그 대법관 생존 당시 '보수 5대 진보 4'였던 대법원 내부 진영 구도가 '보수 6대 진보 3'으로 크게 기울게 된다. 이때문에 야당인 민주당은 오는 대선에서 표출될 민의를 반영해야 된다면서 신임 대법관 임명 절차를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상원이 인준을 강행한다면 '국민이 결정한다'는 미국 건국의 기본 원칙에 대한 배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유권자들이 이 같은 권력 남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직전에 대법관 결원이 생겨서 공화-민주 양당의 입장이 엇갈리게 된 선례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미였던 2016년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숨지면서 공석이 발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으로 메릭 갈랜드 당시 워싱턴 D.C. 항소법원장을 지명했는데, 당시 야당이자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이 반발했다. "대선을 통해 유권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의 주장이 반영되어 결국 인준이 무산됐다. 대신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그 자리에 닐 고서치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해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준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시간이 많다"며 “우리가 선거일 이전에 쉽게 (인준을) 해낼 것"이라고 26일 <폭스뉴스>에 밝혔다. 인준 절차를 주관할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다음 달 12일 주간에 (법사위) 청문회를 시작해서, 26일까지 본회의로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본회의 토론을 거쳐 표결에 부치게 되는 대법관 인준은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과반수을 넘기면 최종 승인된다. 현재 공화당 의원이 53명, 민주당과 무소속이 47명으로 공화당의 이탈표가 없는 한 가결정족수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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