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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4년간 양국 관계 최악 전락

미국 정권교체가 캐나다에 주는 의미 정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됨에 따라 캐나다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4년간 양국의 관계가 사상 최악을 경험했고,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수상이 지난 파리기후협약 서명식을 위한 만찬장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또라이’로 비아냥할 만큼 그 분위기는 험악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차기 집권이 캐나다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유력 일간지 토론토 스타(Toronto Star)가 실은 내용을 요약·정리해 본다.

 

1. 미 국경 봉쇄 완화 가능성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승리를 거둔 후 처음 행한 연설에서 “과학에 기반한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천명했다. 이어 핵심 과학자와 의료 정책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지금부터 사태 진단과 대책을 강구한 뒤 내년 1월 집권과 동시에 신속한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캐나다-미국 국경에서 필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통행을 금지한 조치가 지금까지 이어진 배경에는 미국 쪽에서의 감염자 폭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과 의도적 방관의 탓이 크다. 또 이런 실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과학적이고 무분별한 신념에서 비롯됐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따라서 조 바이든 새 대통령이 과학과 이성에 근거한 코로나 대응을 밝혔다는 사실 자체가 캐나다 행정부에 주는 의미는 크다. 내년 초 실질적인 대책이 감염자 수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국경 봉쇄 조치는 의외로 빨리 풀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2. 캐나다-미국 종단 송유관 신설 공사

앨버타, 사스카츄완 주의 원유가 제값을 받기 위해선 미국의 정유 시설이 몰려 있는 텍사스까지 석유를 보내기 위한 새 송유관 신설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키스톤 XL 송유관(Keystone XL Pipeline) 프로젝트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상태다.

 

 

바이든 새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의 대선 공약에서 이 허가를 취소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그가 화석 연료의 소비를 부추기는 일체 행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와 앨버타 주정부가 곧 꾸려질 미국의 정권 인수위에 고위급 선을 대 로비를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무역장벽 쉽게 무너지지 않을 듯

미국 우선주의의 철저한 신봉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해서도 알루미늄, 축산물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뿐만 아니라 나프타 조약(북미 자유무역 협정)을 미국에 편향적으로 유리하게 갱신하면서 캐나다인의 많은 공분을 샀다.

 

우방과의 공생을 강조해온 바이든 새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지만, 그로부터도 얻을 게 많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 역시 평소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해왔고 ‘바이 아메리카(미국 제품을 사라)’를 주창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4. 트럼피즘의 공포 사라져

극단적 국수주의, 대중 선동주의, 가짜 뉴스 유포로 인한 여론 조사 등으로 대변되는 트럼피즘(Trumpism)에 근거리에서 노출돼온 캐나다는 여기에 물든 이들이 정계를 분탕질하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그만큼 미국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장본인이 물러가는 지금에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는 평가다.

 

5. 국제 질서 회복으로 캐나다 존재감 부상 예상

캐나다 같은 소위 ‘소프트 파워’(외교적 중립 노선으로 국제 사회에서 중간자적 역할로 존재감을 키워온 국가)를 내세우는 나라는 예측 가능한 국제적 질서가 확고할수록 그 활동의 좋은 여건을 맞는다. 국제 관행과 협력을 우습게 알아 온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면에서 캐나다 외교 정책에 큰 부담을 안겨 왔다. 심지어 국제사회에서 캐나다의 위상과 정체성 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세계보건기구(WHO)로의 복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국제 무역의 재편 등 국제 질서의 안정을 주창하는 바이든의 집권은 흠집 난 캐나다의 위상을 복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6. 기후.환경 문제 대처에 또 한 번의 기회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그 필요성을 외쳐댄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오바마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세운 재생에너지 촉진 사업을 폐지하는 등 역사의 페이지를 20세기로 되돌려놓았다. 그 결과, 미국에서 산불,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으며 넓은 의미에서 생태계를 공유하는 캐나다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는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또 한 번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환경 정책을 계승할 것이 확실하며, 그 자신 역시 이 부문에서 꾸준한 신임을 얻어온 터이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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