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브리핑 제59회] 진창에 빠진 빈곤층, 코로나19 감염보다 당장 생계가 걱정
팬데믹 기간 동안 살아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정부 지원을 신청하고, 푸드 스탬프 등 식량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먹거리를 해결했다.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 지원, 부채 상환 연기를 요청해야만 했다. 그나마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빈곤층은 더욱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어느정도 상황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자 슬그머니 연방정부의 호혜 조치가 철회되고 모기지나 아파트 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 하는 가정도 많다. 플로리다 지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빈곤층 생활개선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유나이티드웨이 마이애미(United Way Miami, 이하 UWM)의 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모든 사람들, 특히 수입이 제한된 주민들에게 일상 생활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플로리다 전체 인구(2154만명)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하는 메트로 마이애미(3개 카운티)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보다 생계를 더 걱정하는 사람들 플로리다 전체 카운티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가정의 약 54%인 48만5000명은 지난해 코로나가 닥칠 즈음 이미 식량, 일상 용품 및 건강 비용 등 가장 기본적인 삶의 항목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UWM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이애미-데이드 가정의 절반 가까이는 코로나 위기 동안 예기치 못한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400달러를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흑인 가정의 상당수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그만한 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가구의 절반 이상이 팬데믹이 막 시작된 2년 전보다 수입이 줄었고, 4분의 1 이상은 적절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에 걸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보다도 생계비를 지불할 수 없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마이애미 헤럴드> 산하 생계 조사 기관인 프라이스드 아웃 오브 패러다이스(Priced Out of Paradise)는 "엄청난 비율의 마이애미 주민들이 그들의 고향(현 거주지)에서 살 여유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마이애미-데이드 임차인의 60% 이상이 급여의 30% 이상을 주택 구입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생계기준에 따르면, 한 가정의 전체 수입에서 주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으면 생계곤란 가정으로 분류된다. UWM이 지난 3월부터 시작해 10월 7일 발표한 서베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기로 하자.
UWM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는 지를 조사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가 가계 비용에 대한 우려보다 더 컸을까?’, ‘400달러의 즉각적인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와 같은 것들이었다. UWM이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주민 5000여 명을 표본으로 삼아 코로나에 대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 3120명(62.4%)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2018년 연방정부가 설정한 빈곤선은 성인 일인당 월 1012달러, 4인 가족2092달러이지만 마이애미 지역의 생계비는 이를 훨씬 초과한다. UWM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메트로 마이애미에서 기본적인 생계에 필요한 비용은 성인 일인당 월 2334달러였고, 유아와 미취학 아동이 있는 4인 가족은 6391달러였다. 설문 응답자의 65% 이상이 시간당 일자리에 의존한다고 말했으며, 이 조차도 보장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UWM 메리 돈워스 수석 부대표는 "팬데믹 이전에 이미 마이애미-데이드 가정의 절반 이상이 가난으로부터 한 번의 비상 사태를 겪었다"라면서 "팬데믹이 빈곤선 근처 또는 그 아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이 필요하며, 생계 곤란층에 대한 부의 재분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방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조차 코로나의 영향으로 기본적인 비용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이번 조사는 확인했다. 응답자의 63%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적어도 가족 중 한 사람의 고용이 변경되었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는 실직, 일시 해고, 이직, 신규 또는 추가 일자리를 얻거나 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응답자의 56%는 팬데믹 이후에 가계 소득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직장 환경도 크게 변화를 가져왔는데, 원격 근무와 그 일을 하기 위해 새 테크놀로지 도구들을 구입해야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 빈곤선 이하 응답자들 가운데 40%는 400달러가 필요할 때 당장 그 돈을 구할 방도가 없다고 답했다. 400달러의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25%는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답했다. 8%는 '4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것을 팔아야 한다'라고 했고, 다른 8%는 '월급일 대출(payday loan) 또는 예금 선불(deposit advance)을 하겠다'고 답했다. 또다른 8%는 초과 인출(over-draft) 방법으로 400달러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빈곤선 이상의 사람들은 이들과 사정이 크게 달랐다. 이들 가운데 44%는 일반 계좌 또는 저축 계좌에서 400달러를 인출하거나,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했고, 49%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UWM 돈워스 수석 부사장은 "모든 가정이 팬데믹 기간에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고 있지만, 가족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주거비, 식비, 의료비, 육아, 교육비 등 가장 기본적인 욕구였다"라면서 "가장 큰 악 영향은 건강과 웰빙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거의 30%에 이르고 있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고난은 모든 집단에서 느껴졌지만 동등하지는 않았다. 히스패닉 응답자의 65%, 백인 응답자의 37%, 모든 응답자의 64%에 비해, 흑인 응답자의 81%는 연방 빈곤선 이하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답했다. 가정이나 개인에게 당장 돈이 필요한 비상사태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흑인들에겐 ‘대책’이 없었다. 가령 비상금 400달러 마련과 관련한 설문에서 백인 응답자들의 45%는 "현재 일반 체킹 계좌에 있는 돈을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했고, 히스패닉 응답자들의 42%는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고 나중에 갚겠다고 했다. 흑인 응답자들은 '400달러를 당장 지불할 수 없거나(41%), 월급을 선불로 받거나(11%),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돈을 빌리거나(25%), 물건을 팔거나(12%), 월급일 대출(payday loan)이나 체킹 어카운티 초과 대출 등의 방법(11%)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에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우선적 우려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연방빈곤선 기준 이하 가구의 경우 주거비 지급(48%), 코로나19 감염(24%), 실직(9%) 등 세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연방 빈곤 수준 이상 부유층의 경우, 상위 두 가지에서 정 반대의 순위를 보였다. 이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코로나19 감염(54%), 주거비 지급(12%), 실직(7%) 순이었다. 결국 빈곤층에게는 생계가, 부유층에게는 코로나 감염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한 응답자는 "팬데믹이 정말 무섭다. 친구나 가족 곁에 있을 수 없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고, 직장에 가는 것도 정말 두렵다. 각종 청구서를 내거나 자립에 턱도 없지만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돈 워스 부사장은 "팬데믹은 이러한 문제들이 한 조직의 노력이나 한 가지 접근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라면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포괄적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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