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 대응' 비난에, 주지사 "나와 무관, 민주당의 정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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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계 신문인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이 지난 1월 28일부터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시위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있는 주지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29일 게재했다. ⓒ 사이트 캡처.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1월말 플로리다 중앙통 올랜도에서 열린 신나치 시위와 이에 대한 주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플로리다가 들끓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물론 지방정부와 주정부 관리들,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합세해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드산티스 주지사는 수일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때문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31일 오후 늦게 입을 열었고, 여론이 가라앉기는 커녕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그는 팜비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람들, 이 사람들, 민주당원들이 내가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나를 비방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반박하고 "우리는 그들이 벌이는 (정치)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왜 불만스러워하고 비판하나?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대로변에서 나치 깃발을 흔들며 반유대주의적 욕설을 외친 시위대들을 가리켜 "길거리에서 이런 짓을 한 자들이 있다"라며 "사법당국이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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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 신문들은 1월 말 올랜도에서 벌어진 신나치 시위 소식을 연일 톱기사로 다루었다. 신나치 시위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과 관련하여 “순전히 민주당원들의 음모”라고 맞서고 있는 드샌티스 주지사의 기자회견 뉴스를 보도한 <마이애미 헤럴드> 31일치 신문.
 
주정부 "그들이 나치 맞아?"... 민주당의 정치적 음모 주장

시위 직후부터 나돌고 있는 여러 건의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신나치 단체가 메트로 올랜도 동부 지역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나치식 경례와 함께 고함을 지르고 나치 깃발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28일 오후 12시 15분경 신나치 시위대는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학생수를 보유하고 있는 센트럴플로리다대학(UCF) 인근에 모여 지나가는 차량에 대해 욕설을 퍼붓자 운전자들이 이에 대해 반발하는 등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할아버지와 친척들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후손이라고 밝힌 한 대학생이 항의하다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대학생은 "당신들의 증오와 부정의한 행동은 환영받지 못한다, 제발 그만 두라"고 하자 그들 중 몇 사람이 차를 둘러싸고 침을 뱉기 시작했다. 그가 차에서 내려 셀폰으로 이 장면을 촬영하자 몇몇이 달려들어 침을 뱉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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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x 35 > TV가 31일 웹사이트에 UCF 학생이 침뱉음, 최루가스 공격, 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올렸다. 영상에는 학생이 두 남성의 구타를 당하며 머리를 감싸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다. ⓒ < Fox 35 > 웹사이트 영상 캡쳐
 
이들의 시위가 격화하고 충돌이 빈발하면서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시위가 벌어진 지역의 연방 의원이 먼저 나섰다.

카를로스 기예르모 스미스 연방 하원 의원(민주당)은 29일 트위터에 "내 지역구에서 나치가 집결하는 것을 보니 섬뜩하다. 혐오와 반 유대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라고 밝히고 "플로리다 주민 모두가 극단주의와 백인우월주의의 발호에 경각심을 갖고 그들을 막아내야 한다"라면서 주 정부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지사 공보비서관 크리스티나 푸쇼가 3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대의 정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메시지를 올렸고, 비판 여론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푸쇼는 "그들이 나치인지 알기나 하는 거야?(Do we even know they’re Nazis?)"라는 글과 함께 "플로리다 법 집행기관이 조사에 나설 것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그는 버지니아 주지사 경선 당시 반(反)트럼프 단체인 '링컨프로젝트'가 백인민족주의자로 가장하여 공화당 후보인 글렌 영킨을 지지하는 횃불을 든 것을 예로 들면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음모라는 듯한 암시를 주었다.

비난 여론이 더욱 확산하자 푸쇼는 31일 오후 트윗 내용을 지웠다. 그리고는 "(드산티스는) 항상 증오를 비난해 왔다"라면서 "정치 경력 내내 반유대주의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다"라고 주지사를 옹호했다.

이를 되받은 듯 드산티스는 팜비치 기자회견에서 "유대인 학교에 대한 기록적인 자금 지원"과 "플로리다와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관계"라고 묘사한 법안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BDS 운동을 방해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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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6년 올랜도 다운타운에서 신나치주의자들과 반대자들이 맞불 시위로 긴장이 고조되자 경찰기마대와 기동대가 출동하여 경계하고 있다. ⓒ 김명곤
 
민주-공화, 한 목소리로 신나치 시위 비난

인종주의에 맞서고 있는 플로리다 반(反)명예훼손연맹(Anti-Deforation League)은 1일 성명을 통해 "주정부가 반유대주의자들의 반란과 증오에 찬 집회, 폭행을 즉각 강력하게 비난하기보다는 반유대주의자들을 엄호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지도자들이 거짓 서술이나 음모론을 내세워 변명하기 보다는 반유대주의와 혐오감을 외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나치 시위와 관련하여 공화 민주 가릴 것 없이 초당적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전 올랜도 경찰국장이자 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발 데밍스는 신나치주의에 대해 <올랜도센티널>에 "미국은 이전에 그들의 불온한 이데올로기를 이겼고 우리는 다시 이길 것이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스콧 연방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전역에서 이 같은 증오가 가슴 아프고 역겹게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항상 그것을 비난해야 하며 우리의 유대인 공동체와 계속 연대해 맞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도 "반유대주의와 증오는 이 지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라고 지적하고 "이번 주말 (신나치가) 중앙플로리다에서 증오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온정적인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라고 말했다.

팜하버에 본부를 둔 공화당 대변인 스프롤스는 <마이애미선센티널>에 "올랜도 시위는 플로리다인들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반유대주의의 혐오스러운 과시"라고 비난했다.

로렌 북 주 상원 민주당 대표는 성명에서 신나치주의 활동이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 며칠 후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대담해진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여기에서 증오는 설 자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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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올랜도 다운타운에서 벌어진 신나치 시위에 맞대응 하여 반 나치 그룹이 “나치는 꺼져라(Nazis Go Away)” 팻말을 들고 반인종주의를 외치고 있다. ⓒ 김명곤
 
'인종주의'로 공존공생하는 신나치와 우파 정치

올랜도에서 시위를 일으킨 신나치 그룹은 국가사회주의운동(National Socialist Movement, NSM)이라는 공식 명칭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 미시간주에서 시작한 이 그룹은 독일의 나치에 뿌리를 두고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NSM은 자체 웹사이트에 "미국 최고의 백인 시민권 단체이며, 백인 유럽인의 권리 보호와 백인 인종 분리 촉진을 믿는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미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여왔다. 최근 5년 동안 벌인 시위 지역을 꼽아보면, 2017년 테네시, 버지니아, 켄터키, 일리노이, 2018년 아칸소와 조지아, 2019년 테시시와 미시간, 2020년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히틀러 생일에 맞춰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역인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06년 2월 올랜도 다운타운에서 벌인 시위에서는 "백인들은 단결하라!" "불체자들과 흑인 범죄가 미국을 망치고 있다"는 구호을 외치며 주민들과 충돌했었다.

신나치 그룹은 이번 시위에서 올랜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인터스테이트 4번 고가도로에 올라 나치 휘장이 들어간 현수막을 전시하는가하면 '하일 히틀러!'를 외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하는 구호인 '렛츠고 브랜든(Let's Go, Brandon)'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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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6> TV가 지난 29일 플로리다주 올랜도를 가로지는 인터스테이트 4번 고가도로에서 신나치주의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 <채널6> 영상 화면 캡처.
 
'렛츠고 브랜든' 구호는 지난해 10월 나스카(NASCAR) 자동차 경주대회 우승자 브랜든 브라운을 NBC 기자가 인터뷰를 하던 중에 나왔다. 기자는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렛츠고, 브랜든!"을 외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실제 관중들이 외친 구호는 'F**k 조 바이든'라는 상스러운 것임이 드러났다. 이후로 '렛츠고 브랜든'은 바이든을 조롱하는 정치풍자 밈(Meme)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보수 공화당원들은 이 구호를 짐짓 모르는체 하거나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웨스트팜비치에서 가진 선거법 개혁 추진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브랜든'으로 언급하고 구호의 유래까지 설명하여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테러 연구와 대응을 위한 메릴랜드 대학 국립 컨소시엄의 수석 연구원 엘리자베스 예이츠는 신나치 그룹이 '렛츠고 브랜든'이란 구호를 끌어들인 것을 두고 "주류사회에 접근하여 자신들의 목표와 욕망, 이념을 현재의 (우파) 이벤트에 통합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신나치주의자들이 미국사회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우파 정치 메시지를 타고 자신들의 인종주의 이념을 유포하려 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인종주의 이념을 은근히 방치하고 이용하려는 세력이 미국사회에 뿌리깊게 온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를 가장 잘 이용한 대표주자였다.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드산티스 주지사의 미온적 대응과 민주당에 대한 역공세가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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