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여성 건강, 부, 교육, 가정에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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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주 올랜도시 콜로니얼 선상의 빌보드. '생명은 신의 섭리'라는 문구로 낙태 반대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헌법적으로 보호하는 '로 대 웨이드' 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낙태에 관한 여러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크게 보면 낙태 반대론자들이 태아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낙태 찬성론자들이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나뉠 수 있다.

최근 <탬파베이타임스>는 후자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통해 낙태 금지가 법제화되면 플로리다주 여성들의 건강, 부, 교육 그리고 가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이같은 현상은 도미노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로 대 웨이드' 법이 뒤집히면 어떻게 될까. 낙태를 즉시 금지하는 법을 가진 13개 주와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역시 낙태를 불법화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낙태 불법화 시나리오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여성 인권 보호에 따라 수 십년 동안 누려온 경제적, 교육적 기회가 사라진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는 여성은 감소한다. 특히 낙태할 가능성이 더 높은 저소득 가정의 여성들의 삶은 더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로리다처럼 무료 피임약, 출산 휴가, 유아원 등록 보조 등이 없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제적 어려움 높아질 수도

그동안 많은 연구들은 낙태 금지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연구해 왔다. 일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턴어웨이 스터디(Turnaway Study)'는 21개 주의 낙태클리닉 참여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낙태를 한 사람들과, 법적 임신 주기를 넘어 낙태를 거부당한 사람들의 삶을 비교했다.

2016년에 끝난 5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낙태를 거부당한 여성들이 낙태한 여성들에 비해 파산, 부채, 퇴거, 낮은 신용점수 등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또 어쩔 수 없이 출산한 여성들은 폭력적이거나 학대적인 파트너와 함께 지낼 가능성이 더 높았고, 결국 아이를 혼자 키울 가능성이 더 높았다.

출산비와 양육비 문제도 있다. 플로리다 헬스 프로젝트(Florida Health Project) 책임자인 앨리슨 야거는 자녀를 부양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파괴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증 없이 플로리다에서 출산하는 것은 평균 7700달러에서 1만2000달러(일부 보험 혜택 가능)가 든다. 플로리다 출산 비용은 전국에서 8번째로 높다. 출산 시 심부전, 호흡곤란, 감염 등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병원비가 두 배로 늘어난다.

미국 농무부의 추산에 따르면 중간 소득 수준을 가진 가정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평균적으로 일년에 약 1만6000달러를 지불한다. 플로리다에서는 연평균 9000달러가 든다. 이는 최저임금을 버는 부모 한쪽이 1년에 버는 수입의 절반에 해당한다. 주 보건 관리청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플로리다에서 행해진 낙태는 거의 8만 건이었으며, 이중 95% 이상이 경제적, 사회적 또는 선택적인 이유로 행해졌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계산으로 따질 일이 아니며,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낙태 찬성론자들은 미국의 고용 시장은 애당초 일하는 엄마들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으며, 초급직은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근로시간과 수입도 너무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처럼 무료 피임약, 유급 출산 휴가, 유아원 등록 보조 등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안전하지 않은 낙태, 여성 건강 위험에 빠뜨려

여성의 건강도 문제다.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하면 불법적이거나 위험한 방식의 낙태가 성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 권리 연구 기관인 '굿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의 2017년 보고서는 가장 엄격한 법을 가진 나라들에서 낙태가 실질적으로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많은 여성들이 자해나 독성 물질 등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눈을 돌린 탓이다. 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 합법적 낙태 조건아래서 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낙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낙태로 인한 합병증은 드물다. 1998년과 2005년 사이 데이터에 따르면 출산과 관련된 사망 위험이 낙태를 하는 것보다 약 14배 높았다. 연구 저자들은 법적으로 행해지는 낙태는 안전하다고 결론지었다.

여성의 고등교육과 직업 선택의 기회는?

낙태 금지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직업 선택의 기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플로리다에서 낙태의 3분의 1 이상이 10대와 20대 초반 연령대였다. 교육과 직업 선택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낙태가 이뤄진 것이다.

비단 낙태금지는 젊은 여성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에서 낙태를 가장 많이 하는 계층은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이다. CDC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플로리다 낙태 건수의 60% 이상이 이미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여기에는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4000명 이상의 여성들이 포함되어 있다.

탬파에서 여성건강클리닉을 운영하는 리버티 푸치 소장은 "모든 여성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최고의 보살핌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그들은 이미 삶의 투쟁속에 있고, 또 다른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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