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계 압도적 우위, 동성애 관련 법 등에도 영향 미칠 듯
올해 2023년에도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주요 사안들에 대한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대법원의 회기는 10월 첫 번째 월요일에 시작해서 이듬해 6월 말이나 7월 초에 주요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린 후 여름 휴회에 들어간다. 따라서 대법원은 작년 10월 3일에 2022-23회기를 시작했다. 대법원은 새로운 회기가 시작된 지난 2개월 동안 대입 차별 철폐 조치와 선거구 재조정, 동성애자 권리와 표현의 자유 간 대립 소송, 그리고 헌법 해석 등과 관련한 구두변론을 들었다. 우선 사회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은 대입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의 합법성에 관련한 소송이다. 소수계 우대 정책은 대학 입시나 직장 채용 등에서 소수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주로 흑인이나 중남미계가 우대 대상이다. 대학 입학의 경우,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백인들과 달리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교육의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색 인종들을 배려해 나온 것으로, 하버드 외에 미국 각지 유명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 적용해왔다. 그런데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 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라는 단체가 대학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해당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하버드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상대로 각각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입 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는 근거는 소수계 우대 정책이 역차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SFA 측은 지난 2014년, 해당 정책으로 흑인과 중남미계 학생들은 입학에 혜택을 받았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며 하버드대를 제소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해서는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입시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0월 31일 대법원에서 열린 첫 구두변론에서는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현재 대법관 9명 가운데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보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 판사들은 앞서 나온 소수계 우대 판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허용한 판례가 영원히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6년 대법원은 백인 여학생이 소수계 우대 정책 때문에 입시에서 떨어졌다며 텍사스대학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4 대 3으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후 연방 대법원이 보수 우위의 지형으로 바뀌면서 새 판결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심이 쏠리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동성애 관련 법이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커플의 결혼을 위한 웹사이트 제작을 거부한 웹디자이너 로리 스미스가 제기한 소송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스미스는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이 자신의 종교적 견해와 대치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면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2월 초에 있었던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스미스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몇 년 전에도 대법원에서 비슷한 소송이 다뤄졌다. 콜로라도주의 한 케이크 가게 주인이 동성 커플의 결혼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가 소송을 당한 사례였는데, 지난 2018년 대법원은 케이크 가게 주인에게 부분 승소 결정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적 자유에 따라 동성 커플의 케이크 제작을 거부할 수 있는지는 따지지 않았고, 가게 주인이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만 판결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소송 2건도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앨라배마주 선거구 조정 계획과 관련해 유권자 단체들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흑인 유권자들을 한 선거구에 몰아넣으면서 투표권법을 위반했다고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새로 획정한 선거구를 민주당 성향의 주 대법원이 다시 짜도록 명령하면서 연방 대법원에까지 올라오게 됐다. 선거구 획정은 앞으로 선거가 진행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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