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분석가들 “트럼프 곤경 기다리기 보단 초반에 승기 잡아야”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연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간접으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럴듯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디샌티스는 대선 경선을 선언한 이후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20~3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트럼프에 겨우 1~2점 따라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분석가들은 디샌티스가 공화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에 큰 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곤경에 처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계속해서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뉴햄프셔 대학 정치학 교수 단테 스칼라는 "디샌티스는 초반에 이기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라면서 "계속 2위를 하는 것은 패배자가 되는 되는 지름길이다. 특히 트럼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패배를 위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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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6월 올랜도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고 승리를 다짐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트럼프는 최근 연방 대배심에 의해 대해 37개 혐의로 기소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법원이 9일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국방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이고, 나머지 6건은 문건 은닉, 허위 진술 등과 같은 사법 방해와 관련한 혐의다. 만약 국가 보안 문서의 무단 보관을 범죄로 규정하는 방첩법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위반 사례당 최고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적 유죄 판결로 대통령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 트럼프는 10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을 예상한다며 “나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3일 마이애미의 연방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공세 지속하는 디샌티스, 유권자 반응은 ‘글쎄’

디샌티스는 지난 수일 동안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에서 유세를 펼치며 "트럼프가 이민 정책에서 경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좌측으로 이동했다"라고 몰아 세웠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현실과 분리되어 있다. 유권자들이 자기 편인양 여기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디샌티스는 또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이 유연한 방역 정책을 취한 것을 놓고 트럼프가 비판한 것과 관련하여 거세게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가 강경 방역정책을 주도한 수석 의료 고문 앤소니 파우치를 해고하지 않았고, 퇴임할 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것은 수백만 명의 미국민들에게 펀치를 날린 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디샌티스가 대통령이 뭔가를 완성하려면 8년 동안은 직을 유지해야 한다고는 주장을 놓고 트럼프와 논쟁을 벌였다.

디샌티스는 아이오와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 일을 끝낼 수 있으려면 정말로 대통령으로서 두 번의 임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만약 어떤 것을 이루는데 8년이 걸린다면, 여러분들은 디샌티스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6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라고 응수했다.

디샌티스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왜 그(트럼프)는 4년 임기 동안 그것(직무)을 완성하지 않았나?"라고 대꾸했다

5월말 대선 경선을 선언한 디샌티스는 이처럼 공세적으로 트럼프를 몰아세우며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 분석가들의 평이다.

지난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공화당 예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닝 컨설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주요 후보들을 모두 포함한 조사에서 디샌티스를 56% 대 22%로 앞섰다. 트럼프는 전주보다 2점이 빠졌고, 디샌티스는 1점이 늘었다.

YouGov/경제학자들이 트럼프 vs. 디샌티스의 대결 구도를 가상하여 5월 27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는 디샌티스를 52% 대 27%로 리드했다. 트럼프는 전주보다 3점을 잃었지만, 디샌티스도 1점을 잃었다.

마이애미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그레고리 코거는 버락 오바마가 2008년 민주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을 추월한 것을 포함하여 역전극이 연출되었다고 말했다.

코거는 "2008년 1월 5일까지 전국 여론조사는 클린턴 44%, 오바마 24%였다.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보이는 선두 주자가 뒤에서 후발 주자에 의해 실제로 저지당한 전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초반 정면 승부에서 트럼프를 꺾어라!”

스칼라 교수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열리는 초기 경선이 디샌티스가 절호의 찬스를 만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디샌티스라면 당신은 산에서 왕을 쓰러뜨려야 하고, 일찍 해치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초반에 선두 주자와 정면 승부를 걸어 이기지 않으면 힘들다는 뜻이다.

그는 "디샌티스는 경선 초기 중 하나 또는 둘 다에서 승리해야 한다. 트럼프가 그의 뒤를 따르도록 하고 나머지 후보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 그것이 디샌티스의 이상적인 상황이다. …트럼프를 한 번만 이겨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그를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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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6월 올랜도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디샌티스 주지사 부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디샌티스가 선거 운동 기구로 사용하고 있는 ‘네버 백 다운(Never Back Down)’은 아이오와와 다른 예비경선 주들의 주민들을 가가호호 방문하고 유권자들을 폭넓게 접촉하기 위해 2억 달러를 쓸 계획이다.

현재까지 디샌티스 측은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를 택할 가능성이 많은 정치적 우파를 겨냥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버지니아 대학 정치 센터의 사바토의 크리스탈 볼의 부편집자인 마일즈 콜먼은 그것이 잘못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콜먼은 "그는 공화당이 트럼프에게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고, 미국이 '워크니즘(wokeism)'의 영향을 받아 얼마나 암울한 처지에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그는 트럼프의 다른 버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유사한 정치적 색깔의 디샌티스가 강경한 어조와 비 타협적 정책으로 우파의 표심을 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하워드 슈베버는 "트럼프가 모든 문제에 대해 자동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입장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과거 사회보장제도의 입장에서 디샌티스와 함께 했던 것처럼 재정 문제에 대해 기성 공화당원들을 때렸고, 양쪽 모두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딜메이커로 자신을 자리매김 했다.

그는 "좁은 핵심층을 식별하고 그 기반에 호소하는 데 올인하는 디샌티스의 전략은 실행하기에 충분한 플랫폼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그것이 중서부 전역에서 그리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패배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조차도 디샌티스의 핵심 주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아이오와의 한 보수단체에서 "워크(woke), 워크(woke), 워크(woke)"라는 말을 (디샌티스로부터) 자주 듣는데, 나는 이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그들(디샌티스 측)이 사용하는 용어일 뿐, 절반의 사람들은 그것을 정의할 수 없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디샌티스의 디즈니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슈베버는 "그는 여전히 자신이 디즈니와의 싸움에서 강력한 영웅적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솔직히 바보처럼 보이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에 피로감을 갖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서 조차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책은 같지만 짐이 적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디샌티스는 빠르게 짐을 쌓고 있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가 너무 많은 문제를 정치적 아젠다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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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 북부 롱우드 주택가 펜스에 나붙은 트럼프 지지 포스터. ⓒ 코리아위클리
 
트럼프 '유고' 예상한 2위, 디샌티스에게 유리?

디샌티스 측 전략가들은 만약 트럼프가 기소, 체포 또는 건강 문제로 대선 경선에서 낙마할 경우 디샌티스에게 ‘기회’가 될 것인지에 대해 저울질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디샌티스가 트럼프의 명백한 후계자를 자처할 경우 많은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팀 스콧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전 주지사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같은 상황이 디샌티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콜먼은 "디샌티스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했을 일대일 트럼프-드샌티스 경주를 갖는 아이디어는 이 시점에서 사라져 버렸다"라면서 "이번 여름에 트럼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까지 경선 대열에 합류해 판이 더 커진다면, 디샌티스는 자신을 차별화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코거는 특히 디샌티스가 (트럼프에 대해) 공격을 강화해온 것을 감안하면 그가 즉시 트럼프 지지자들을 사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소수파 후보로 돌리거나 그냥 집에 있게 할 수 있을지, 많은 수의 트럼프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디샌티스 간의 대결에 대한 한 가지 묘안은 디샌티스가 트럼프의 좋은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콜먼은 특히 트럼프가 (당선 후) 선거인단이 자신들과 같은 주 출신의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에게 투표할 수 없다는 헌법상 요구 사항을 피하기 위해 플로리다에서 자택 거주지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에 회의적이다.

콜먼은 "그것은 트럼프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마치 2008년에 오바마와 힐러리의 드림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실현이 어려운 아이디어에 불과한 듯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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