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8년 치적 타격 불가피
뉴스로=뉴욕 임지환기자 newsroh@gmail.com
미국민은 품위(品位)보다는 솔직한 후보를 선택했다.
도날드 존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화당의 트럼프(70) 후보는 대통령 투표에서 9일 오전 3시30분 현재(미동부시간)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218명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을 따돌리고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이로써 미 대통령 역사상 최초로 부동산 재벌이자 정치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 후보의 극적인 당선이 현실화됐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오전 3시 경 패배를 인정하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후보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다시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자’라는 슬로건이 걸린 맨해튼 힐튼호텔의 승리 연설에서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 나타났다.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이방카 등 자녀들이 도열한 가운데 한껏 여유있는 표정으로 “지금까지 나를 싫어했던 유권자들을 포함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겠다”고 기염(氣焰)을 토했다.
선거캠페인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웠던 그는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하는 세계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익을 우선하겠지만 모든 국가와 잘 지내겠다”고 강조함으로써 그간 전망된 신고립주의 정책을 다소 완화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의 극적인 당선은 세계화와 다문화물결에 반발한 백인 노동계층의 강력한 지지와 막판 보수적인 공화당 유권자의 결집(結集)에 기인하지만 사실상 클린턴 후보의 약점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은 이메일 스캔들로 상징되는 부정직한 후보(클린턴)와 막말 퍼레이드의 저급한 후보(트럼프)의 대결로 미대선사상 유례없는 비호감 후보들의 대결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미국 국민들은 부정직한 후보보다는 수준이 떨어지는 후보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하며 준비된 대통령 후보의 면모를 세우려 했으나 임기중 이메일 스캔들이 도리어 뼈아픈 자충수(自充手)가 되고 말았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40% 대를 유지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대, 미셸 오바마의 지지율은 60%를 상회했다.
결국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 부부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캔들로 인해 차려놓은 밥상도 받아먹지 못한 셈이다.
세 번 결혼한 경력의 트럼프 당선자는 맨해튼 5애버뉴에 대리석으로 감싼 3개층의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부동산 재벌이다. 그는 “이 나라의 잊혀진 사람들은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선 일성을 토했다.
트럼프는 경합주로 평가된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펜실베니아를 휩쓸어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완승을 거뒀다.
그는 선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과 마약범으로 매도하고 무슬림이민자들에 대한 관리 등 반이민정책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직설적인 막말은 역설적으로 기존 정치인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와 연대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에게 최악의 비호감 후보였지만 부도덕한 정치인들에게 지친 보수 유권자들에게는 대리 만족과 새로운 희망의 롤 모델로 자리했다.
클린턴의 패배는 남편 빌 클린턴의 시대와 그녀 자신의 정치역정에 대한 종언(終焉)인 동시에 8년간 미국을 이끈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뼈아픈 상처를 남기게 됐다. 트럼프는 이미 선거 캠페인에서 오바마 정부의 큰 치적으로 평가되는 국민의료보험(오바마 케어)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민주당으로서 더욱 뼈아픈 것은 상하원에서도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이날 대통령 선거와 함께 진행된 투표에서 공화당은 상원에서 51:47, 하원에서 236:189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불체자 청년추방유예 확대 등 이민개혁 행정명령등 주요 정책들이 뒤집혀지거나 백지화(白紙化)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은 내년 1월 20일 거행된다.
이상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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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TRUMP TRIUMPHS
Shocking Upset as Outsider Harnesses Voters’ Discontent (NY TIMES)
http://www.nytimes.com/?WT.z_jog=1&hF=f&vS=undef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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