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법안 좌절 리더십 상처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울고 싶어라~
죽은 공명(孔明)이 산 중달(仲達)을 도망치게 한다더니..
폐기가 확실시 됐던 ‘오바마케어(PPACA)’가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대체법안이 유력시 된 ‘트럼프케어(AHCA)’는 사실상 폐기가 불가피하다. 퇴임한 오바마의 유산이 트럼프의 살아있는 권력을 누른 것이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야심차게 추진한 트럼프케어를 스스로 철회하는 망신(亡身)을 당했다. 트럼프케어는 원내 과반수(216석)를 점한 공화당의 정치지형도에도 불구하고 당내 반대파 설득에 실패, 결국 사문화 되었다.
덕분에 적어도 미국의 2400만 가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오바마케어가 사라지면 건강보험을 포기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이전에 건강보험 가입률이 저조했던 한인사회 등 이민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박성훈(퀸즈 거주)씨는 “오바마케어가 폐지되면 부담조건이 많은 트럼프케어를 들 수도 없고 고민이 많았는데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메디케이드 수혜자인 최모 씨는 “트럼프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갖고 있기때문에 메디케이드도 영향을 받는게 큰 걱정이었다”며 “이번에 의회의 반대로 정책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트럼프케어는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개인과 고용주에 벌금을 부과하는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을 폐지(廢止)하는 것으로, 공화당은 전체 하원 의석 435석 가운데 237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프리덤 코커스'를 비롯한 당내 강경파들은 트럼프케어가 오바마케어를 겉으로만 수정한 ‘오바마케어 라이트(Lite)’에 불과하다고 법안 수정을 요구해 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오바마케어가 살아남은 것은 공화당의 강경파가 큰 도움을 준 셈이다.
대표적인 대선공약인 오바마케어 폐기의 칼을 꺼내보지도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취임직후 꺼내든 '반이민 행정명령'이 연방법원에 의해 좌절되고 연방수사국(FBI)은 선거전 캠프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접촉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대형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그는 뜬금없이 주장한 ‘오바마 도청설’이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굽히지 않고 궤변(詭辯)을 지속해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지치지 않고 쏟아내는 트럼프의 ‘막말 릴레이’에 피로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자신감 충만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은 고령자와 장애인, 아동, 참전군인들, 모든 국민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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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오바마케어와 트럼프케어 간단상식
* 오바마 케어
정식 명칭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다.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기존 의료보험 시스템을 바꾸고,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내 3200만 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정책이다.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2014년에는 1인당 벌금이 95달러지만 2016년에는 695달러로 시간이 지날수록 벌금 액수는 커진다. 또 정규직 근로자(주당 30시간 이상 근로)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오바마케어는 2010년 의회를 통과했지만 공화당의 경우 오바마케어가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재정 부담을 폭증시킨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해 민주당과 갈등을 빚었다. 양당 의 극단적 대립은 2013년 10월 1일 17년 만의 셧다운(shutdown, 정부 폐쇄)으로 이어졌다.
* 트럼프 케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보험 개혁법안.오바마 전대통령의 '오바마케어'를 대페하기 위한 것으로 오바마케어에 빗댄 말이다.
트럼프케어는 마케어의 핵심인 건강보험의무가입조항을 삭제하고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의 적용폭을 줄여 필요한 사람만 건강보험에 가입토록 유도함으로써 가구와 중소기업의 보험비 절감을 꾀했다.
그러나 트럼프케어는 안밖으로 만만치 않은 저항에 시달려 왔다. 민주당은 ‘트럼프케어’가 실행되면 오는 2026년 무보험자가 24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의회예산국(CBO) 추산을 바탕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공화당의 일부 강경파들은 트럼프케어가 오바마케어와 너무 비슷하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