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플로리다 38]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라이트의 작품 집결지로 유명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최정희 기자 = 탬파에서 올랜도쪽으로 올라오는 지역에 위치한 레이크랜드는 미국 대도시 인근의 소도시와 같은 평범한 곳이다. 이곳의 명성을 돋보이게 할 만한 것이 있다면 학생수 3천명 미만의 사립대학인 '플로리다 서던 칼리지'(Florida Southern College)이다. 이 학교는 <프린스톤 리뷰>에서 2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으로 꼽힌 전력을 지닐 만한 교정을 품고 있다. 미국에는 오랜 역사로 아름다움을 지닌 대학들이 많이 있다. 주로 북동부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 대학들은 뉴잉글랜드풍의 경치를 배경으로 색바랜 벽돌, 덩쿨 나무가 벽을 타고 있는 건물 등 고풍스러움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학교가 '아름다운 대학'으로 이름을 올린데는 무엇보다도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1867-1959년•이하 라이트)의 명성탓이다. 이곳에는 '미국 건축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라이트의 대표 건축물 12개 중 하나인 ‘애니 파이퍼 채플(Annie Pfeiffer Chapel)’이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라이트의 작품이 한 장소에 가장 많이 집결되어 있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라이트는 미국인들이 큰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유소니언 하우스(Usonian House)라는 주택을 독창적으로 개발했으며, 여기에 한국식 '온돌' 개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만으로도 라이트는 한국인들에게 흥미를 안길만한 건축가임이 분명하다. 대학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방문 센터를 별도로 두고 캠퍼스 투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전에 웹사이트(flsouthern.edu/fllw-visitors.aspx)에 들어가 정보를 숙지한 뒤 방문자 스스로 캠퍼스를 탐사할 것인지 혹은 가이드 투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 지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라이트의 건축물 특징은 무엇일까. 그가 왜 그렇게 유명한 것일까. 환경과 조화 이룬 모더니즘 건축물 위스컨신 주에서 태어난 라이트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공학을 잠시 공부했을 뿐 건축과 관련해 별다른 학위나 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는 시카고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수놓고 있던 시카고 건축학파인 아들러와 설리번 건축 사무소에서 조수로 일하면서 건축계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아들러와 설리번의 조수 경력에 힘입어 26세의 나이에 건축 사무소를 낸 라이트는 불안정한 결혼생활과 연이은 사생활 스캔들로 엮인 삶을 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주택 및 건물을 지어 나갔는데, 이중 유명한 것이 고향 위스콘신 스프링그린에 있는 탈리에신(Taliesin•웨일즈어로 '반짝이는 눈썹'이라는 뜻) 하우스이다. 언덕 귀퉁이에 붙어있는 아름다운 자태의 탈리에신 하우스는 지금도 관광객들의 감상거리이다. 라이트는 탈리에신 하우스에서 살면서 건축 설계일과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고 시간이 나는대로 농사일도 하였는데, 이 시간이 그가 젊어서부터 착상해 온 '유기적 건축론(organic architecture)'을 추구할 자양분이 됐다. 즉 현대적인 선과 공간을 지닌 모더니즘 미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만의 특징이 자리잡은 것이다. 실내 공간과 외부 자연 공간이 단절되지 않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 일명 '프레리 하우스(Prairie house•초원의 집이라는 뜻)'는 거실, 침실, 주방, 식당 등을 두터운 벽으로 구분했던 전통양식을 과감히 탈피한 것이다. 라이트가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 지은 '로비 하우스(Robie House)'는 대형 유리창, 길다랗게 나온 지붕과 베란다 등이 특징으로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태양광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게 디자인 되었다. 라이트의 건축물중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펜실베이니아 주 베어 런에 지어진 '폴링워터(Fallingwater)'이다. '낙수장'으로 불리우는 이 집은 폭포수 위를 가로지르며 층으로 얹은 구조물로 인해 마치 집이 쏟아지는 폭포 위에 걸터 앉아 있는 듯한 드라마틱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폴링워터가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버금가는 미국인의 꿈, 신기술, 자유, 아름다움의 집약 결정체라 평하고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 라킨 빌딩, 유니티 교회, 플로리다 서던 칼리지 등 크고 작은 빌딩 설계 외에 갑부들의 주문을 받아 고가의 집들을 디자인한 라이트는 사실은 앞에서도 언급한 유소니언 하우스에 큰 관심을 두었다. 라이트가 '미국인의 집'(US + -onian)이라는 뜻을 담아 별명으로 부른 '유소니언' 이라는 조어는 미국인들을 위한 저렴한 집을 지어 보급하고 싶다는 그의 꿈을 반영한 것이다. 그가 유소니언 하우스로 제시한 디자인은 조용한 침실 공간을 위한 'ㄴ'자 평면도와 함께 시공 편의를 고려해서 표준화한 정사각형 콘크리트 벽, 상하수도 파이프, 난방용 파이프, 목재 실내벽과 뒷뜰로 난 유리창이 특징이다. 특히 유소니언 하우스의 바닥 온수 파이프는 라이트가 일본을 방문했다가 그곳의 한국 스타일 집에서 본 '아궁이 온돌'에 영감을 받아 이를 보일러 방식의 온돌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로리다를 포함해 미국내 주택가 중 개성적인 주택들이 자리잡고 있는 동네에서는 라이트의 건축 개념을 부분적으로 담은 집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평면 지붕에 모형적 주택 모양, 지붕을 들어 올린듯한 공간에 벽 대신 들어선 유리창, 소형 인공 낙수 위로 걸터 앉은 베란다, 'ㄴ'자 주택 구조, 바닥에 온수관을 묻은 온돌 난방 시스탬 등은 라이트의 건축 철학이 미국인 주택에 끼친 영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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