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발표에 앞서 빌 모노 재무장관이 23일 토론토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구두를 갈아신고 있다. 여기서 어느 신을 신느냐에 따라 예산안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선택된 구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알버타주 에드몬튼 제화업체가 만들었다. 이 업체는 여성이 대표다. [사진 연방재무부장관실]
2018 연방예산안 발표
남성에 5주 출산휴가
2018~2019년도 191억달러 적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연구·개발에 중점을 둔 올해 연방예산안이 발표됐다. 27일 오후 오타와 연방의회에서 빌 모노(Morneau) 재무부 장관은 '평등과 성장'이라는 제목의 2018회계연도 연방예산안을 발표했다.
모노 장관은 2018~2019회계연도는 올해보다 13억달러 줄어든 181억달러 적자라며 2023년 초까지는 적자 규모를 123억달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어디에 얼마만큼 돈줄을 풀지도 공개됐다. 정부는 2017년도를 포함해 앞으로 6년간 215억달러를 지출한다. 지출의 상당 부분은 생산성을 높이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여성 노동력의 노동 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모노 장관은 성 차이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단순한 평등권 차원이 아니라 캐나다의 장기 성장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예산은 전통적으로 남성 위주의 직업으로 간주되던 고급 기술직에 여성의 교육 참여와 취업을 확대하는 데 주로 지출된다.
원주민에게도 5년간 41억달러를 추가로 들여 사회간접시설과 서비스 확충에 나선다. 유급 출산휴가의 구체적 내용도 공개됐다. 이미 비슷한 법을 시행 중인 퀘벡주를 롤모델로 해 출산휴가를 최장 5주간 쓸 수 있도록 예산이 할당됐다. 2019년 6월 신설될 출산휴가는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외에도 연방 의약품 보조정책 파마케어(Pharmacare)를 도입할 것이라는 내용도 발표됐으나 더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예산도 5년 간 2억3140만달러를 책정했다.
연방자유당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제1야당인 연방보수당은 트뤼도 정권은 사회기반시설을 늘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 예산은 축소됐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제2야당 NDP도 파마케어가 자신들의 공약을 베낀 것이라며 반발했다.
/밴쿠버 중앙일보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