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설'이 북미 대화 막아... 종전 핵 합의사항 먼저 깬 것은 미국
(토론토=코리아위클리) 박윤숙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회담은 한반도의 냉전구조의 해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오후 7시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와 토론토 한인회가 주최한 “한반도 냉전구조 이번에는 해체되는가?”라는 주제의 통일강연회 자리에서다.
이번 강연회에는 캐나다 동포 400여명이 참석하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정세현 전 장관의 인기를 반영하듯 30-40대 젊은 층의 참석이 많았고 질문도 활발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먼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자연스레 망할 것으로 보고 회담을 안하고 방치하다가 (북한이) 핵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평화협정을 맺기를 원했지만 미국이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결국 북한은 핵 보유국의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하지만 미국은 이후에도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가 미국 동부까지 날아갈 수 있는 13,000KM급 ICBM 미사일을 개발하자, 비로서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한반도 냉전이 사라질뻔하였던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정부 때 미국은 200만 킬로와트급의 전력발전소(경수로)를 북한에 지어주기로 하면서 평화의 시대로 들어설 기회가 있었지만 아들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러한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고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합의사항을 먼저 깬 쪽은 미국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90번의 미사일 실험을 했고 지난해 7월 4일 처음 ICBM급 미사일 실험이 진행됐다. 그 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북한의 기술이 실질적 위협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정세현 전 장관은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하지만 불과 4개월 25일만인 작년 11월에 13,000KM급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 그 때부터 미국은 북한과의 수교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라고 강연을 이어 나갔다.
정세현 전 장관은 또한 싱가포르 선언문에서 이행 순서가 바뀌었음을 지적했다. 그 전에는 북한의 핵 포기가 먼저이고 이후 수교의 순서였지만, 6.12 북미정상회담 선언문에는 ‘북미관계 개선’이 가장 먼저이고 그 이후에 ‘평화협정’, 그리고 그 후에 ‘북한의 비핵화’를 정의하고 있다는 것. 즉 이전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수교하고 평화협정해 준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평화협정을 먼저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 전 장관이 “북미정상이 만나는 순간 한반도의 냉전구조는 해체되었습니다.” 라고 말하자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번 강연회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정확한 현황과 뒷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젊은 층의 참여가 많았고 참석자들의 질의응답도 뜨거웠다.
리치몬드 힐에서 참석한 노모씨는 “그 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북한의 핵 문제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관계를 사실에 근거하여 명쾌하게 설명하는 정 전 장관의 강연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강연회를 주최한 민주평통 토론토 협의회의 김연수 회장은 “급변하는 한반도 통일의 문제를 최고의 전문가인 정세현 장관이 직접 강연해 주셔서 동포사회를 하나로 만들어 준 것에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강연 말미에 정 전 장관은 아직 평화협정을 맺는 데에는 의회의 승인이 남아있다며 북미 동포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의 북미주 통일강연회는 토론토와 몬트리얼에 이어 뉴욕, 애틀랜타, 시애틀, 밴쿠버에서 이어졌다. (* 본보 제휴사 <뉴스프로>의 기사를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