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스마트폰플릭페스트 공식경쟁작 선정돼
제작자 박지영 영화맞춤제작소 대표 이사 ‘여성영화인상’ 받아
오인천 감독 “빠르고 즉흥적 – 공포 영화를 찍기에 ‘최적’”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단편영화 ‘폴라로이드’로 호주에 왔다. 1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제 4회 스마트폰플릭페스트(SmartFone Flick Fest)’ 공식경쟁작으로 미스터리물 ‘폴라로이드’가 선정돼 오인천 감독, 배우 윤주, 영화맞춤제작소의 박지영 대표이사, 박건우 기획이사가 시드니를 찾았다. 박지영 대표이사는 ‘여성영화인상(Best Female WIFT Creative Award)’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2일 주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이들을 만났다. 호주는 처음이다. 오인천 감독은 “스마트폰으로 만든 영화가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상영돼 뜻 깊었다”며 “호주 관객분들이 집중해서 보고, 마지막 장면에선 깜짝 놀라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상영 전) 떨렸는데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건 영화계의 하나의 흐름이 돼 가고 있다. 저명한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또한 신작을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오인천 감독 역시 매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었어요. 일반적인 카메라 앵글로 잡을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빠르고 즉흥적이라 공포 영화를 찍기에는 최적이죠.”
이미 오인천 감독은 전작 ‘야경: 죽음의 택시’, ‘월하’ 등에선 부분적으로 스마트폰 촬영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만을 오롯이 이용해 만든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편영화 ‘비무장지대’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하는 중에 호흡을 맞춘 배우 윤주와 실험적으로 단편영화를 만든 게 ‘폴라로이드’였다. 촬영 시간은 단 4시간이었고, 편집작업은 하루가 걸렸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워낙 기술이 발달 돼 있어서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어떠한 이야기를, 캐릭터가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어요. 스토리를 잘 만들고, 배우가 그 스토리를 잘 소화해 내야 하는 거죠. 결국엔 다시 이야기의 본질로 돌아온 셈이죠.”
박지영 대표 이사 또한 이 점에 주목한다.
“’스마트폰 영화 제작은 저한테도 재미있고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미디어가 민주화가 되는 과정이 아닐까 해요.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가 가까이 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감독, 제작자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입장에선 어떨까. ‘폴라로이드’ 작업에서 배우 윤주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촬영 장소 또한 직접 캐스팅(?)을 했다.
“제가 자주 가는 곳인데 공간 자체가 이야기와 잘 맞아서 감독님께 동영상으로 보냈고, 좋다고 하셔서 촬영이 이뤄졌죠.”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한다고 해서 연기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배우 입장에선 카메라 위치는 같으니까요. 저를 보고 있는 건 하나의 앵글이죠. 하지만 스마트폰은 정말 바로 제 눈 앞까지 근접 촬영을 할 수 있어서, 연기를 하다 (너무 가까이 와서) 깜짝 놀라긴 했어요.”
오 감독은 이 대목에서 “극단적으로 앵글을 가까이 가져갈 수 있고, 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스마트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테면 책상 밑 비좁은 공간까지 금세 포착이 가능하다. 공포 영화엔 ‘딱’이다.
1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된 제 4회 ‘스마트폰플릭페스트’ 행사 모습.
‘소녀괴담’(2014) 등을 선보인 오 감독은 ‘야경: 죽음의 택시’로 제 41회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으며, 최근작 ‘데스트랩(The DMZ)’은 미국 애리조나 국제영화제 ‘최우수액션영화상’을 받았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공포 영화는 어렸을 적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 본 ‘분야’였다. 감독이 됐을 때 공포 영화를 찍게 된 건 그래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무서움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면 정말 겁나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요. ‘폴라로이드’ 역시 사진을 찍는데 내 뒷모습이 나오면 어떨까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거죠.”
최근 대세는 ‘동영상’이다. 아마추어를 위한 팁을 부탁했다.
오 감독은 “본인이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 먼저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영화적인 문법은 뒤로 하고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는 게 필요해요. 배우가 없다면 본인이 셀카 모드로 찍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작업을 하다가 평이 궁금하면 유튜브에 올리거나 영화제에 출품해 보면 도움이 돼요. 재미없다고 하면 왜 재미없을까 고민을 시작하는 거죠.”
윤주 배우는 ‘기회’를 포착했다. 배우가 설 곳은 많아졌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다양해진 셈이다.
“많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해요. 기회는 많아졌어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그 많은 기회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박지영 대표 이사는 호주에서의 작업을 꿈꾸고 있다.
“수상자들에게는 호주에서 영화를 찍을 때 혜택이 있더라고요. 호주에서 작업을 하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인터뷰 말미 ‘폴라로이드’를 찍은 스마트폰이 궁금했다. 오 감독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영화를 찍다가 전화가 오면 받기도 합니다. (웃음) 다른 점이라면 용량이 크다는 거죠. 이젠 큰 현장, 작은 현장을 떠나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로 주목을 받는 시대입니다. 영화쪽에서도 디지털 매체 기술이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거셉니다. 장르적 실험은 지속적으로 해 볼 생각입니다.”
맨 위 사진 설명
단편영화 ‘폴라로이드’가 제 4회 ‘스마트폰플릭페스트’ 공식경쟁작에 올라 시드니를 방문한 배우 윤주, 영화맞춤제작소의 박지영 대표이사, 오인천 감독, 박건우 기획이사.(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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