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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한지 공예품을 소개하는 잰 코브니(Jan Coveney)씨. 그녀는 한지문화제 행사가 한지공예를 알리고 현지인을 끌어들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부 호주 애들레이드 거주하는 한지 아티스트 잰 코브니씨

 

금주 월요일(15일)부터 한국문화원에서 시작된 한지문화제가 한지 패션쇼, 공예작품 전시, 공예 워크숍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9일(월)까지 한국문화원 전시공간에서 닥종이 인형, 합죽선, 액세서리 등 한지를 이용해 만든 수준 높은 한지공예품 60여 점이 전시되는 한지문화제는 전주 한지의 우수성과 매력을 알리기 위해 (사)천년전주한지포럼(회장 김정기)이 지난 2007년부터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해 오고 있는 행사로, 올해에는 한국문화원과 함께 시드니에서 개최하게 됐다.

한국에서 한지공예 전문가들이 직접 방문, 워크숍 등을 진행한 올해 행사에서는 호주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지공예가 잰 코브니(Jan Coveney)씨가 참가, 눈길을 끌었다.

16년 전 한국에서 처음 한지를 접했다는 그녀는 자신에 대해 “한지를 사랑하는 호주인이며 현재 남부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활동 중인 한지아티스트”라고 소개한 뒤 이번 한지문화제에 대해 “그동안은 늘 직접 전주에 가 한지공예를 만나곤 했는데 호주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며 “내 작품을 수준 높은 한국 작가들과 함께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남편을 따라 간 한국에서 처음 한지공예를 알게 됐다는 코브니씨는 이후부터 틈틈이 한지 공예를 해왔고, 그 중 10년 정도는 해외 곳곳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일을 했다.

 

-한국에서 한지공예를 배운 것인가?

: 2년 동안 안동에 머물면서 한국 작가에게 직접 배운 때가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 자주 방문한 한지 공장이 있었는데, 10년 뒤에 다시 방문했을 때 나를 알아봐주는 공장주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

 

-16년 가운데 10년 정도를 외국에서 활동했다고 했는데...

: 말레이시아에서 5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약 7년, 그리고 다시 남부 호주로 돌아와서 현재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코브니씨는 한지문화가 생소한 다른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한지를 알리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 왔는지에 대해 “UEA에서는 입소문을 통해서 관심 있는 아티스트들을 함께 모아서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당시 일을 하던 학교의 온라인에 정보를 올리고 선생님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애들레이드로 돌아온 뒤에는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거주하는 집에서 한지공예 워크숍을 마련, 한지공예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이웃집 주민들도 집으로 찾아와 한지공예를 배우고 있다.

 

-호주 역시 한지공예는 생소한 분야이다. 호주에서 작품 활동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처음엔 애들레이드에 있는 한국인 커뮤니티와 접촉해 한지공예 소개 자료를 나눠주는 것으로 홍보를 시작했지만 첫 워크샵에 참가한 이는 단 한 명이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남부 호주 공예작가 모임인 ‘크래프트 길드’와 접촉했다. 다양한 전통 공예가들에게 내 한지공예 작품을 소개했는데, 너무 이국적이어서인지 현지 공예작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만약 내가 한국 사람이었고 한국에 있었다면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었겠지만 전혀 다른 문화의 작가들에게 내 작품은 그저 낯선 공예로 인식됐던 것 같다. 특히 애들레이드는 워낙 작고 보수적인 커뮤니티이기에 너무 새로운 것보다는 친숙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좋은 한지재료를 공급받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 운이 좋게도 서울 인사동에서 좋은 한지가게 주인을 알게 됐다. 그 분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기도 하고, 많지 않지만 영어로 서비스 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 그러나 워낙 한정된 제품만 영어로 설명이 되어 이써 주 재료로 쓰지는 않는다. 가장 어려운 점은 재료를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하는데, 인터넷을 통한 구매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방문해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반면 좋은 점은, 한 번 구매해 놓은 한지 재료는 오래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1, 2년에 한번은 꼭 방문해서 대량 구매한다. 가끔 한국에서 특정 개인이 소규모로 제작하는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한지를 발견할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

 

-작품의 영감 및 아이디어를 어디서 구하는지.

: 뭔가 작품을 구상할 때 아이디어가 서로 다른 소스들로부터 모아진다. 어떤 때는 그냥 레스토랑에 앉아 있으면서 본 무언가에서 얻기도 한다. 최근에는 어떤 등 작품 하나를 봤는데 전혀 시도해 보지 못한 형태여서 사진 촬영을 해 집에서 다른 작품들과 연계해 봤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떠올리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한다.

 

현재 그녀가 전수하는 한지공예 학생들 가운데는 호주 현지인은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그리고 한인 동포들도 있다. 현재 가르치는 한국인은 입양 소녀인데 처음에는 소녀의 어머니가 원해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소녀가 한국문화를 좋아할지 걱정을 많이 했으나 3개월 지난 지금 소녀는 한지공예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어려운 부분은 어머니가 함께 팀을 이루어 작업을 하기도 한다.

 

-다른 한국공예에 관심 있는 부분은?

: 섬세한 스킬을 요하는 바느질이 들어간 규방공예에 관심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한지공예의 매력은 사람의 손을 이용한 세밀한 작업과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이번 한지문화제에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된 ‘한지 패션쇼’에 대해 코브니씨는 “굉장히 아름답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천년전주한지포럼을 방문했을 때 한지 패션쇼를 본 적이 있지만, 이번 패션쇼의 한복은 훨씬 더 전통의상에 가까웠다”면서 “이번 패션쇼 의상들은 스타일이 굉장히 모던하고 감명 깊었으며, 특히 색상과 질감이 매우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이번 한지 페스티벌에 본인이 참여하게 된 데 대해서도 “굉장히 흥분됐다”는 그녀는 “그동안은 늘 전주에 갔었는데 호주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 “내 작품을 수준 높은 한국의 작가들과 함께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코브니씨는 이어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나니 갑자기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부산 지역 선생님이 나에게 ‘잰이 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한지 장인이 되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며 “그래서 이 한지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나를 아주 설레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호주에서 한지공예를 발전시킬 계획은?

: 작년에 호주로 돌아온 이래 계속 현지인들에게 한지 공예를 가르치고 싶었다. 계속 가르칠 것이고 이미 몇 가지 진행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현지 호주 언론 또는 잡지에 한지공예 관련 기사 또는 칼럼을 병행하고 싶다. 6월에 유럽을 방문해 종이 관련 자료 조사를 심도 있게 해서 지식을 쌓고, 더불어 이런 자료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 확정은 아니지만 브라질에서 열릴 컨퍼런스에서의 발표 자료를 준비 중이다. 한지와 관련된 영문 자료를 만드는 작업을 매우 하고 싶다.

 

-한국 정부가 한지를 알리고 싶어 하는 외국 현지인들을 지원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일단 이 같은 ‘문화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한국문화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웹사이트에 ‘Hanji In Australia’를 입력했을 때 한지공방 정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원 또는 정부 기관을 통해서 쉽게 현지에서 재료를 구입할 수 있기만 해도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지 관련 책도 내고 싶기 때문에 관련 기관과 접촉해 영어로 된 자료를 최대한 얻고 싶다. 호주 및 한국에서 어떻게 출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호주에서 누가 한지공예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호주에서 ‘한지 크래프트’를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좋을 것 같다.

 

-일반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좋은 방법은?

: 현지인들의 페스티벌에 한국문화 컨텐츠를 가지고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나 설명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노출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또는 전시회는 좋은 방법이다. 일단 한번 흥미를 느끼게 되면 기초부터 응용까지 다양한 수준의 공예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코브니씨는 이번 한지문화제 프로그램 가운데 한지 패션쇼와 한국문화 관련 공연을 높게 평가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차 구경을 할 정도였다”는 그녀는 “앞으로도 이런 행사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행사는 첫 시작이므로 다음 기회에는, 이번에 흥미를 느낀 이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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