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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민주연합(회장 김동우)이 마련한 두 번째 토크콘서트 강사로 초청된 CBS 변상욱 대기자(사진)는 한국 정치 지형과 맞물려 있는 한국 언론 상황 및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완전한 정착을 통해 정상적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한국 현대사의 언론과 정치’ 주제 토크콘서트서... ‘권력 집단’과의 유착을 기반으로 성장

 

한국 언론과 정치는 어떤 관계 속에서 이어지고 있을까. 고종 20년 처음 나온 근대 신문 ‘한성순보’를 시작으로 일제 치하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언론은 독립신문에 이어 라디오 방송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40여 년 간 취재 현장에서 일해 온 CBS 변상욱 대기자에 따르면 구미 사회에서 30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성장해온 미디어 형성 과정이 한국에서는 불과 수십 년 사이 급격히 만들어졌다. 일본 제국의 식민지배 당시 민족주의 의식에서 시작된 한국 언론은 해방 후의 군정과 이어진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며 본래의 기능이 변질됐고, 지배받는 계층을 대변해야 할 언론 종사자들은 지배층 권력 시스템 안으로 흡수(자발적으로), 피지배층을 통제하는 한 파트가 되어 언론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민주화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다시 제 자리를 찾아야 할 언론 생태계는, 무수한 미디어들이 생겨나면서 무한경쟁을 펼쳐야 했고, 필연적(?)으로 정치권력에 빌붙어 생존을 모색해 왔다. 기사의 논조를 통해 특정 집단 또는 자기네 입맛에 맞는 일부 세력의 권력 유지 기반이 되어주는가 하면, 그 대가로 정보를 독식하면서 여론몰이를 일삼았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보를 움켜쥔 특정 집단이 부상하자 이에 재빠르게 동승하면서 새로운 유착 관계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전두환 독재 정권의 종말 이후, 정보를 움켜쥐고 있던 군 보안사와 안기부의 기능 및 정보력이 약화되고, 노태우 정권 당시 민주화 투장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른 대학생 폭력사건(대표적으로 박종철 고문 치사 및 최루탄 파편에 숨진 이한열 사건)으로 경찰의 힘이 약화되면서 순식간에 검찰이 새로운 파워 집단으로 떠올랐고, 언론은 다시금 검찰에 붙어 ‘검찰공화국’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렇게 정치권력, 정보 권력의 작동 시스템 안으로 발 빠르게 편입된 한국의 대표적 3개 언론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특정 세력이 힘을 갖도록 지원하면서, 때로는 극단적으로 대치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미디어를 통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다툼이 있다. 특히 기존 언론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SNS 및 관련 앱을 통한 가짜 뉴스 공방(주로 보수진영의 거짓 뉴스와 특정 인사에 대한 가스라이팅)은 한국 언론의 제역할, 즉 정상적 기능으로의 회귀를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자유 진영과 공산 세력에 의한(물론 강대국의 배후 조정이었지만), 동족간의 전쟁이 남긴 전후 세대의 트라우마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해 왔으며,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언론의 역할을 (반 강제적으로) 제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좌파, 소위 ‘빨갱이’라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언론이 앞장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이해’를 무시한 채 수시로 벌어진다.

지난 9월 9일(금), 홈부시웨스트(Homebush West) 소재, 호주한인복지회 강당에서는 한국 현대사에서 언론이 정치와 어떻게 유착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부침을 거듭했는지를, 아울러 오늘날 한국 언론이 내보내는 기사를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를 진단하는 소중한 시간이 마련됐다.

CBS에서 저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한 이래, 기자가 앉을 수 있는 대부분의 자리와 직함을 가졌다가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가면서 타의에 의해 ‘대’기자 타이틀을 갖게 된 변상욱 기자는 한국 언론과 정치 사이의 이해관계를 설명하면서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식민지를 겪었고 내전(한국전쟁)을 체험한 한국 근현대사를 감안할 때 한국 민주주의가 정착하기까지는 통상 100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전제한 뒤 “앞으로 20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며, 그 민주화와 함께 한국 언론이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변상욱 기자 강연은 시드니 기반의 진보 단체 중 하나인 ‘호주민주연합’(회장 김동우)이 3년 전 표창원 의원(당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토크콘서트였다. 변상욱 대기자는 대학에서 사회학(고려대학교)을 전공한 뒤 CBS 기자로 40여 년 종사했으며 현재 동 방송사 콘텐츠본부장을 맡으면서 여러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민주언론상(1996년), 제14회 송건호 언론상(2015년)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앞서 호주민주연합 김동우 회장은 “1차 토크콘서트 이후 전염병 사태로 3년 만에 개최하게 됐다”면서 “아직 현장을 떠나지 않은 변상욱 대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한국 언론 상황을 이해하고 발전적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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