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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 위반에 따른 벌금 등에서 면책특권이 있는 외교관 신분을 이용, 음주운전이나 위험 운전을 일삼는 캔버라 주재 각국 대사관 직원들로 인해 캔버라에서 교통단속을 벌이는 연방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은 이 문제를 연방 외교통상부에 정식 거론했다. 사진은 캔버라 시내에서 과속차량 단속을 벌이는 경찰관.

 

캔버라 연방 교통경찰, 일부 외국대사관 직원들로 ‘골머리’

 


연방 경찰이 캔버라(Canberra)에 체류 중인 일부 골치 아픈 외교관들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들 각국 대사관 직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호주 외교통상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DFAT)에 공식 요청했다고 지난 주말 호주 국영 ABC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지난 주 금요일(19일) 인터넷 판을 통해, 지난 해 캔버라에서 교통단속을 벌이는 경찰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속도위반을 저지른 대사관 직원들에 대해 DFAT가 이들의 외교관 비자 취소를 검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DFAT는 ‘사생활 위반’이라는 이유로 이들 교통위반 외교관의 이름이나 소속 대사관, 심지어 성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law)에 의해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외교관 중 최악의 교통 위반자는 위험운전으로 한 번에 $1811의 벌금을 월 2회나 발급받은 적도 있다. 이는 충분히 운전면허증이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벌점이다.

 

하지만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는 공직자의 경우 벌금이나 운전관련 벌칙에서 면책을 제기할 수 있도록 언급되어 있다.

 

지난 해 8월, 주말인 금요일 밤, 캔버라의 한 교통단속 경찰이 제한속도 80km/h인 브루스(Bruce)의 벨코넨 웨이(Belconnen Way)에서 132km/h 속도로 달리던 한 외교관의 차량을 단속했다. 심지어 이 외교관은 운전 중 휴대전화기까지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하지만 단속 경찰에게 이 외교관은 “긴급 전화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일이 있은 2주 후의 토요일 오후, 경찰은 같은 외교관 차량이 워든(Woden)의 야라글렌(Yarra Glen)에서 속도위반은 물론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단속했다.

 

당시 단속 경찰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경찰차의 뒤에서 외교관의 승용차가 고속으로 다가왔으며, 아무런 신호도 없이 버스전용 차선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또 다시 방향전환등도 켜지 않은 채 경찰차가 가고 있는 노선으로 끼어들었다. 이 승용차는 80km/h 구간을 110km/h의 속도로 달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경찰이 DFAT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경찰이 이 차량을 정지시킨 후 운전자에게 다가가자 운전자가 손을 들어 경찰의 접근을 제지하면서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런 뒤 잠시 후 차량 운전자은 경찰에게 외교관임을 드러냈으며, 연방 경찰과 대화하는 동안 무례한 태도로 시비를 거는 듯 한 행태를 계속했으며, 경찰은 더 이상 그를 단속할 수 없었다.

 

DFAT의 의전담당 직원은 문제가 있는 각국 대사관 직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논의했으며, 각 대사관에 적절한 경고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캔버라의 연방 경찰이 겪은 사건(?)은 많다.

 

△ 지난 2012년 11월, 토요일 이른 아침 경찰의 무작위 음주 테스트에서 한 외교관 운전자에게서 지독한 술 냄새가 풍기는 것을 알았지만 음주 측정을 거부당했다. 경찰은 ‘매우 취해 있었다’는 소견을 기록해 두었다.

 

△ 같은 날 약 10분 후 경찰은 또 다른 대사관 직원의 차량을 정지시켰다. 이 차량이 노스번 애비뉴(Northbourne Avenue)에서 불규칙하게 운행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운전자인 외교관의 입에서는 강한 술 냄새가 풍겼고 혀 꼬부라진 말투였다. 경찰은 이 두 건의 사례를 기록했고 외교관 면책이 아니라면 당장 기소했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 지난 해 11월에는 한 외교관 운전자가 과속으로 달리다가 도로 간판 및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경찰이 출동해보니 사고를 낸 외교관 운전자는 술이 취해 걸음걸이가 불안했다. 조사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무려 0.168에 달했다.

 

△ 올 1월 경찰은 디킨(Deakin)의 애들레이드 애비뉴(Adelaide Avenue)에서 과속으로 중앙선을 가로지르는 차량을 적발했다. 이 차량의 운전자 역시 외교관 신분이었으며 차량 안에서는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겼다. 차 안에는 다른 세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외교관 신분이었다. 경찰은 이들에게 음주 운전의 위험을 설명했지만 이들은 음주운전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 올 2월에는 리용(Lyons)의 로운세스터 스트리트(Launceston Street)에서 한 외교관 운전자의 차량이 경찰차의 정면을 들이받을 뻔 한 일이 있었다. 이 차량은 이어 80km/h 구간의 힌드마시 애비뉴(Hindmarsh Avenue)를 100km/h로 질주했다. 경찰은 곧바로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을 뒤쫓았지만 이 차량을 정지시키지 못했다. 이어 이 차량은 40km/h로 속도를 늦췄다. 나중에 운전자는 경찰에게 “천천히 달렸다”고 우겨댔다.

 

연방 경찰은 또한 대사관 직원과 관련된 최근의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외교부의 조치를 요구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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