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찾아온 18세의 남성이 두 명의 경찰을 칼로 찌른 뒤 사살 당한 사건이 발생한 멜번(Melbourne) 소재 엔데버 힐스(Endeavour Hills) 경찰서 앞에서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치안부 장관, “테러 용의자, 정보기관의 ‘요주의 인물’” 확인
IS(Islamic State)에 의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금주 화요일(23일) 멜번 남동부 외곽에서 테러 용의자로 알려진 18세의 남성이 조사를 요구한 경찰서에 갔다가 두 명의 경찰관을 칼로 찌른 뒤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A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당국에 의해 여권이 취소된 압둘 누만 하이더(Abdul Numan Haider)는 정보기관으로부터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던 상태였으며, 테러 위험인물로 조사를 받아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족과 함께 호주로 건너온 누만 하이더는 ‘알 퍼칸’(Al-Furqan)으로 불리는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소속된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이 단체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번 남동부 스프링베일(Springvale)에 위치한 알 퍼칸은 지난 2012년 호주 연방 경찰 및 빅토리아 경찰의 테러 위험자 수색 대상이 되어 왔다.
경찰에 따르면 누만 하이더와 두 경찰 간의 사건은 이날 저녁 7시40분경 엔데버 힐스(Endeavour Hills) 소재 헤더튼 로드(Heatherton Road)에 있는 경찰서 밖에서 발생했다. 당시 그는 경찰로부터 조사의 일환으로 호출된 상태였다.
치안부 장관,
‘테러 용의자’ 확인
빅토리아 경찰청의 켄 레이(Ken Lay) 청장은 이 남성이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민 경찰을 공격했다면서 “우리 경찰관이 이 젊은이에게 다가가며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자 그가 칼을 휘둘러 경찰의 팔을 찔렀다”고 설명했다.
청장은 이어 “이 젊은 남성은 이어 함께 있던 다른 경찰에게 달려들어 머리와 몸을 3~4회에 걸쳐 칼로 찔렀다”고 덧붙이면서 “그러자 먼저 팔을 찔렸던 경찰이 총을 꺼내 이 남성을 쏘았다”고 말했다. 누만 하이더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두 명의 경찰 중 하나는 연방 경찰청, 다른 하나는 빅토리아 경찰청 소속으로 이들은 사건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레이 청장은 “두 경찰 모두 수술을 받았으며, 오늘(수) 아침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연방 경찰청 브루스 가일스(Bruce Giles) 수사국장은 “이들 경찰은 누만 하이더가 IS 기(旗)를 갖고 있었다는 미확인 정보를 조사하려 했었다”며 “이번 사건은 우연히 일어난 것일 수 있지만 다른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 경찰청의 루카 코넬류(Luke Cornelius) 부청장은 경찰이 왜 누만 하이더를 조사하려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누만 하이더가 토니 애보트 수상을 협박했으며, 이 때문에 조사 대상으로 호출됐던 것으로만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연방 마이클 키넌(Michael Keenan) 치안 장관은 수요일(23일) 아침 누만 하이더가 테러 용의자로 알려져 있음을 확인했다.
키넌 장관은 “압둘 누만 하이더는 테러 용의자로 알려 있었으며, 이미 법 집행기관 및 정보기관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지목됐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어 장관은 “다른 질문은 받지 않은 채 각 지역사회가 이번 사건에 동요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키넌 장관은 “경찰은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이들을 최전방에서 막아주는 사람”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은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용감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빅토리아 경찰청의 레이 청장은 부상을 입은 두 경찰에 대해 “수술이 필요할 정도였다”고 언급하며 “연방 경찰은 심각한 부상으로 지난 밤 장시간의 수술을 해야 했으며, 치료가 잘 되어 현재는 안정을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빅토리아 경찰청 소속 경찰에 대해서도 팔의 인대와 신경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가 잘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키넌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 현재 미국에 있는 애보트 수상은 물론 부수상, 법무장관 및 야당 대표와도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면서 사건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장관은 이어 “경찰과 보안기관, 정부가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대중에게 확신시키고 싶다”면서 “우리(호주)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법 집행과 보안기관을 갖고 있으며 (테러를 가하려는 이들에게) 힘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테러 조직 지시 아닌
단독 범행인 듯
빅토리아 경찰청 코넬류 부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망한 남성이 (테러 단체의 지시가 아닌) 단독으로 경찰에서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부청장은 또 경찰이 총을 쏜 것에 대해 “당시 상황에서 경찰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이 없었으리라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경찰의 총격은 우발적 사건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부청장은 이어 “(경찰에게 부상을 입한 것은) 이 남성이 단독으로 저지른 것이며 이번 사건에 다른 협력자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빅토리아 이슬람위원회(Islamic Council of Victoria)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액면 그대로 이 젊은 남성에 대한 대가는 없고 두 경찰은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비난했다.
이슬람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완전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정부가 불만의 근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