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화) 테러 용의자 누만 하이더(Numan Heider)가 경찰에 흉기를 휘두르다 사살된 후 이슬람 사회의 긴장이 고조되자 호주이맘위원회(Australian National Imams Council)가 무슬림 사회를 향해 진정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켄 레이(Ken Lay) 빅토리아 경찰청장, 이맘위원회의 아이사 무세(Issa Musse) 및 압둘 아짐(Abdul Azim) 성직자.
폭동으로 번질 수도... 당국에 긴장상태 진정 촉구
극단 이슬람 지지자들에 의한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이에 반발해 호주 내에서 이슬람에 대한 단발적인 공격 행위가 발생하면서 이슬람 커뮤니티가 지도자들이 극도의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최근 반이슬람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서 당국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지난 2004년의 크로눌라(Cronulla) 사태와 같은 ‘폭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슬람 지역사회는 이슬람 혐오 사건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시드니에서 행해지는 강력한 대테러 단속, 지난 9월 23일(화) 멜번에서 발생한 테러 용의자 사살과 같은 사건 속에서 이슬람 커뮤니티 내 일부는 자경단 스타일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주 목요일(25일) 오후 2시경에는 한 남성이 마체테(machete) 칼을 들고 시드니 남서부 민토(Minto)에 있는 무슬림 학교 알 파이살 칼리지(Al-Faisal College)에 들어가 학생과 교직원을 협박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같은 날, 경찰은 41세의 호주 해군장교가 오전 6시30분경 벨라 비스타(Bella Vista) 소재 자택 밖에서 두 명의 중동계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를 조사한 경찰은 거짓 신고로 결론 냈다.
호주 국방부의 마크 빈스킨(Mark Binskin) 공군 최고사령관은 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를 발표하면서 “불안감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말했다.
사회단체인 ‘Islamophobia Register Australia’를 설립한 마리암 베이스자데(Mariam Veiszadeh)씨는 “근래 시드니에서 이슬람 혐오 사건이 크게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하나의 사건이 거대한 폭력사태로 번지기 전에 경찰이 사건에 대한 강력한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레베카 케이(Rebecca Kay)씨 또한 길거리에서 무슬림을 학대하거나 자동차를 파손시키는 등의 폭력에 대한 기록을 시작했다.
인터넷 웹사이트 ‘무슬림 빌리지’(Muslim Village)의 아흐메드 킬라니(Ahmed Kilani) 편집장은 “최근 반이슬람 사건이나 대테러 작전과 관련해 현재 시드니 이슬람 사회의 반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무슬림 지도자들이 지난 주 수요일(24일) NSW 주 및 연방 경찰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슬림 커뮤니티의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경단식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칼리니씨는 “이런 분위기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면서 “자칫 크로눌라 폭동과 같은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슬람 사회의 긴장은 비단 시드니뿐 아니라 대테러 작전으로 인해 브리즈번(Brisbane) 및 멜번(Melbourne)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멜번에서는 지난 주 화요일(23일) 18세의 아프간 출신 테러 용의자 누만 하이더(Numan Heider)가 멜번 소재 한 경찰서에서 두 경찰에게 칼을 휘두르다 사살되기도 했다(본지 1112호 보도).
브리즈번에서는 지난 19일(금) 한 남성이 무슬림 여성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협박한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이 남성은 인종차별 혐의로 기소됐다), 브리즈번 이슬람 센터의 벽은 무슬림을 협박하는 낙서로 도배되기도 했다.
멜번 소재 호주이맘위원회(Australian National Imams Council. Imam은 예배를 인도하는 성직자)의 압둘 아지즈(Abdul Aziz)씨는 지난 23일 누만 하이더에 대한 총격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이슬람 지역사회에 “경찰을 신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동 위원회의 다른 성직자 아이사 무세(Issa Musse)씨 또한 “자녀들의 사회 활동에 무슬림 부모들이 관여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무슬림 지도자들만으로는 긴장을 완화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와 만난 자리에서 “무슬림 부모들이 특히 젊은 나이의 자녀와 가까이 지내며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자녀가 무엇을 하는지, 무슨 책을 읽는지, 또 온라인에서 누구와 접촉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빅토리아(Victoria) 경찰청의 켄 레이(Ken Lay) 청장은 “(누만 하이더 사건과 같은) 비극을 통해 경찰과 무슬림 커뮤니티의 연계가 강화되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는 반면, 알지 못하는 곳에서 편견과 관련된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레이 청장은 이어 “무슬림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비난받고 그녀들 특유의 복장이 모욕을 당하며 때론 경찰을 협박하기도 한다”면서 “비록 많은 건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록 한 건이라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경찰이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