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잉 도우(Yingying Dou)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MyMaster’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 중국어로 되어 있는 이 사이트는 페어팩스 미디어 취재 몇 시간 후 폐쇄됐다.
페어팩스 미디어, 취재 통해 서비스 업체 ‘MyMaster’ 등 고발
수 천 명의 대학생들이 학업 과정에서 주어진 에세이 및 기타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이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회사를 이용하고 있으며 각 과제에 대한 비용으로 1천 달러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는 고발 기사가 나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을 발행하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는 자체 취재를 통해 에세이 작성이나 기타 과제를 대행해주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확인했다고 금주 수요일(1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신문은 한 업체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수천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에게 과제물 대행 서비스를 제공, 수십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언급하면서 학업 성적을 올리려는 대학생들의 욕구가 호주 대학에 대한 신뢰성 및 호주 대학교육의 국제적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yMaster Group Pty Ltd’라는 이 온라인 기반의 업체는 거창한 회사 이름과는 달리 잉잉 도우(Yingying Dou)라는 30세의 중국 태생 여성이 혼자서 운영하는 회사로, 도우씨는 중국어 위주로 만들어진 ‘MyMaster’ 웹사이트를 통해 유학생을 대상으로 에세이 작성 및 기타 작문 과제물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우씨는 이 사이트에서 ‘시드니에서 에세이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큰 회사이며, 호주의 우수 대학을 졸업한 100여 에세이 작가들을 보유하고 언제든 요청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도우씨는 또한 자신의 온라인 회사를 알리는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UTS 대학의 교내 화장실 문 안쪽에 부착, 에세이 등의 과제에 불안감을 느끼는 유학생들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광고 전단지에는 ‘대학의 과제를 수행하는 어려움이 있습니까? 낙제 과목을 패스하기 위해 3천 달러를 쓰는 게 아깝습니까? 당신의 걱정을 <MyMaster>에 두고 보다 쉽게 공부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이를 취재한 페어팩스 미디어는 ‘MyMaster’ 거래은행 계좌에서 700건의 계좌 입금(direct deposit)을 확인했으며 올 한해 이 회사가 거둔 매출은 16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과제를 대행해주는 대가는 13달러에서 1천50달러까지 다양하며 시험기간 등 대학생 입장에서 바쁜 시기에는 하루 20건 이상 요청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MyMaster’에 요청된 한 과제의 경우는 NSW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의뢰한 것으로 ‘인권법’과 관련된 조사 보고서를 6000 단어(6000-word)의 분량으로 작성하는 것이었으며, 이 과제는 학생 학업 평가의 70%에 달하는, 비중 있는 과제였다.
대학 학업 과정에서의 이 같은 부정행위는 NSW 주 모든 대학 재학생들에게 만연돼 있으며, 올해 드러난 건수만도 1천 건이 넘는 과제가 이런 대행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또한 과목 부문에서도 철학, 경제, 법, 엔지니어링, 천문학, 마케팅 등 폭넓게 걸쳐 있다.
뉴카슬 대학교(University of Newcastle) 비즈니스 스쿨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5개 과목의 과제를 위해 1천500달러를 지불했으며, 울릉공 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의 한 학생은 최소 8개 과목의 과제를 이런 회사에 의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NSW 주 최고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시드니대학교 또한 재학생들의 학업 부정행위가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올해의 경우 37개 학과의 학생들이 학업 서비스(?) 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MyMaster’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가(?) 잉잉 도우(Yingying Dou)씨는 시드니 북부 해안지역 콜라로이(Collaroy)에 있는 유명 사립학교 피트워터 하우스(Pittwater House)에서 고교 과정을 마쳤으며 매콰리 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팩스 미디어가 취재를 위해 접근하자 대학생 과외수업 회사 ‘Yingcredible Tutoring’을 운영한다는 도우씨는 ‘MyMaster’ 웹사이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취재진에게 “MyMaster 사이트에 대해서라면 나는 할 말이 없다”면서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록에 의하면 ‘MyMaster’와 ‘Yingcredible Tutoring’이라는 회사는 시내 차이나타운 서섹스 스트리트(Sussex Street)의 같은 장소에 등록되어 있다. 그녀는 또한 ‘mymaster.com.au’라는 사이트 도메인 등록자이기도 하다.
페어팩스 미디어가 대학생 과제 대행 서비스와 관련된 취재를 위해 도우씨를 만난 후 몇 시간이 지나 이 사이트는 폐쇄됐다.
매콰리대학교에서 금융(finance)학 석사 과정에 있는 한 학생은 학업 과정에서 교수가 요구한 과제물 수행을 위해 이 서비스 회사를 두루 활용했다고 한다. 유학생 신분의 그는 특히 몇 명의 학생들이 그룹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을 경우 직접 과제를 이행하는 대신 이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런 것(과제물 서비스 대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유학생들은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각 과목을 패스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제물 대행 서비스 요금은 과제물 작성 단어의 수, 학생의 수준을 기준으로 기본 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학부 학생보다 석사 과정 서비스 요금이 더 비싸게 되어 있다. 서비스 대행업체는 기본요금을 내고 구입한 과제물의 경우 교수 평가에서의 ‘통과’(pass)는 물론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장하고 있다.
페어팩스 미디어는 그 동안의 취재를 바탕으로 ‘MyMaster’ 사이트가 수시로 중국계 이민자 사회 내의 미디어를 통해 에세이 작가를 모집해 왔으며 높은 임금과 연말 보너스 지급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MyMaster’ 사이트는 대학생, 특히 유학생을 위한 에세이 작성 대행뿐만 아니라 사업보고서 작성, 각종 연설문,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자료 작성, 간단한 숙제, 포괄적인 조사 과제물 대행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학생들은 서비스 업체에 과제물 대행을 의뢰하면서 자신의 과제물을 만들어 줄 ‘유령 작가’에게 내용과 작성 방향 등 필요 사항을 자세히 적어 제시하기도 했다.
서비스 업체는 고객(대학생)이 구입한 과제물에 대해 ‘새로 만들어진 원본이며 표절 여부를 확인해주는 소프트웨어에 감지될 염려가 없음’을 보장하기도 한다.
페어팩스 미디어는 호주의 대학생들에게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업체들이 다수가 있음을 알고 있으며, 대부분은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유학 산업은 연간 15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호주의 가장 큰 산업인 철광석, 석탄, 금 수출 다음 가는 규모이다. 해외 유학생들은 호주 현지 학생들에 비해 3배의 학비를 부담하며, 호주 일부 대학의 경우 해외 유학생이 내는 학비는 대학 연간 수입의 4분의 1에 달하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제물 서비스를 이용하는, 특히 유학생이 재학하는 학교는 NSW 주뿐만 아니라 멜번(Melbourne) 소재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라 트로브(La Trobe), 커틴 대학교Curtin University) 및 퀸즐랜드 기술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등이 두루 포함되어 있다.
호주 대학연합 벨린다 로빈슨(Belinda Robinson) 회장은 “호주의 대학들은 소수의 학생들이 과목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MyMaster’와 같은 업체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이 학생들은 학업미달로 대학에서 퇴학당하거나 수강 과목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런 시도(서비스 업체 이용)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