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인질극의 희생자 카트리나 도슨(Katrina Dawson) 변호사(사진 왼쪽)와 토리 존슨(Tori Johnson) 카페 매니저(사진 오른쪽)의 사인이 공개됐다. 존슨 매니저는 인질범의 총에, 도슨 변호사는 경찰이 쏜 총의 파편에 의해 사망했다.
희생자 카트리나 도슨 변호사, 경찰 총에 맞아 숨져
경찰, 매니저 살해 장면 확인 후 카페 내부 진입작전 전개
지난 해 12월15일, 시드니 도심 마틴 플레이스 소재 린트카페에서 발생한 인질극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사인이 밝혀졌다.
지난 주 금요일(3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호주 언론은 시드니 법원에서 열린 시드니 인질극 진상 규명을 위한 심문에서 인질극 관련 사항을 처음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인질범 만 하론 모니스(Man Haron Monis)는 린트 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Tori Johnson)씨를 무릎 꿇게 한 뒤 뒷머리에 총을 쏴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 위원 중 한 명인 제레미 곰리(Jeremy Gormly) 변호사는 이날 법정 진술을 통해 “범인이 존슨 씨를 무릎 꿇게 한 뒤 머리 뒤에서 발포해 그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애초 존슨 씨는 모니스가 방심한 틈을 타 그에게서 무기를 빼앗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살해된 것으로만 알려졌었다.
곰리 변호사는 “살해 당시 모니스의 총구는 존슨의 머리로부터 불과 7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카페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저격수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며 “경찰은 이후 카페 진입 작전을 전개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질 사망자였던 여성 변호사 카트리나 도슨(Katrina Dawson)씨는 무장 경찰이 구출 작전을 위해 카페에 진입하면서 쏜 총알이 벽 등을 맞고 튀면서 이 파편을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곰리 변호사는 “카트리나 도슨씨는 모두 6개의 총탄 또는 총탄이 단단한 면에 부딪히면서 발생한 파편을 몸에 맞았다"며 “이 중 하나의 조각이 주요 혈관을 손상시켰고, 빠르게 의식을 잃었으며 곧 숨졌다”고 설명했다.
17시간 지속된 인질극은 범인 모니스의 명령으로 오전 9시 44분 카페 매니저 토리 존슨씨가 12분 정도 전화를 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존슨씨는 “호주는 이슬람 국가의 공격 아래 있고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 서큘라키(Circular Quay), 조지 스트리트(George St)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 범인의 말을 전했으며, 이 전화 내용은 경찰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었고 이후 경찰은 협상에 돌입했다.
범행 당일, 인질범 모니스는 오전 8시 33분, 파란색 플라스틱 가방에 무기를 숨기고 카페에 도착해 초콜릿 케익과 차 한 잔을 주문했다. 이후 매니저에게 카페 전체를 볼 수 있는 자리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카페 직원은 모니스와 이야기를 나눈 존슨 매니저가 다소 격앙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어 존슨 매니저는 직원에게 키를 가져와 카페 앞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 매니저는 이어 카페 직원들에게 “우리는 카페 문을 닫았다. 모든 것은 괜찮아질 것이다. 모두들 진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범인은 자리에서 일어서 “이것은 공격이다. 나는 폭탄을 가지고 있다”고 소리친 것으로 밝혀졌다.
모니스를 저격한 두 명의 경찰관은 조사에서 밝혀졌지만 그들의 신원은 비밀로 유지됐고 변호사는 고객의 신원 보호를 위해 신원 공개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NSW 주 검시관 마이클 반스(Michael Bames)씨는 조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밝히기 위해 심문 내용을 공개했고, 조사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번 조사에서 증거에 입각해야 하고 우리의 감정을 체크해야 한다”며 “긴급하게 대답하기 보다는 증거를 최대한으로 확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카페 진입 후 총 22발을 발사했으며 범인 모니스는 머리에 2발을 비롯해 총 11발의 총탄을 맞고 즉사했다. 카페 내부에는 CCTV가 없었지만 다른 빌딩의 CCTV에는 이 총소리가 녹음되었다고 밝혔다. 곰리 변호사는 “30명 이상의 경찰과 전문가들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경찰에 불리한 내용이라도 조사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사가 인질극 관리의 결함을 폭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는 또한 모니스가 그의 전처를 살해한 사건을 포함, 과거 범죄 기록과 정신건강 조사도 포함할 예정이다. 곰리 변호사는 “연방 정부는 범인이 호주에 도착한 이후 18년의 시간을 리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석으로 석방됐는데 보석금을 지불하게 된 과정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는 국제언론단체, BBC, CNN, AFP통신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미디어, 인질극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 일부가 참석했다.
박혜진 기자 hjpark@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