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급락으로 리더십에 대해 당내 비판을 받으며 대표직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던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이 자유-국민 의원 총회에서의신임 투표에서 큰 차이로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단지 시간만 벌었을 뿐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신임 투표 직후 말컴 턴불(Malcolm Turnbull) 장관(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애보트 수상.
불명예 퇴진 일단 넘겨... 자리 지켰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수상이 불명예 퇴진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리더십에 관한 지적을 받으며 당내 비난을 받아오던 애보트 수상은 금주 월요일(9일) 진행된 자유당 의원 총회 표결에서 찬성 61, 반대 39로 동료 의원들로부터 비교적 여유로운 신임을 받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페어팩스-입소스(Fairfax Media-Ipsos) 여론 조사 결과 애보트 수상에 대한 지지도가 29%까지 하락하면서 자유-국민 연립 내부에서는 새로운 대표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으며, 전 대표이자 통신부 장관인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외교부 장관인 줄리 비숍(Julie Bishop)이 새로운 지도자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지난 월요일(9일) 자유-국민 연립 회의에서 애보트 수상의 리더십을 묻는 신임 투표 직전에도 애보트 수상은 정책 후퇴, 개인적인 실수, 지지율 급락, 지역 선거 패배 등이 겹치면서 당내 의원들로부터 스스로 물러나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무기명 신임 투표에서 102명의 소속 의원 중 101명이 참여한 가운데 61명이 신임을, 39명이 불신임 의사를 밝혔고 1명은 기권했다.
애보트 수상은 신임 투표가 끝난 후 “우리 당은 이전 두 차례의 노동당 정부를 망쳤던 불화와 불확실성을 끝내기로 했다”며 “우리는 유권자들을 위해 일하기로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예상 외로 비교적 여유로운 신임을 받은 상황에서 애보트 수상은 신임 투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애보트 수상은 그 동안 지지율이 야당인 노동당에 뒤지고 대다수 대중이 수상의 직무 수행에 크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호주인 다수가 탑승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MH370편 실종과 MH17편 추락, 시드니 카페 인질극 등 잇따른 대형 사건에서 미흡한 초동 대처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또한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이어진 주(state) 선거에서 연패를 당하면서 당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애보트 수상이 이끄는 자유-국민 연립은 지난해 11월 빅토리아 주, 지난 1월 퀸즐랜드 주 주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08년 노동당 정권 시절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수상과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당시 부수상의 당권 경쟁으로 인해 두 차례 수상이 바뀐 사례가 있다. 이에 근래 지지도가 크게 하락한 애보트 수상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었다.
신임 투표 전 여당 내에서는 외무장관인 줄리 비숍(Julie Bishop) 자유당 부대표(외교부 장관)와 지난 2009년 자유당 대표 경선에서 애보트에게 1표 차로 패했던 말콤 턴불 통신부 장관이 차기 총리 후보로 꼽혔었지만 이들 모두 애보트 수상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고, 비숍 장관은 애보트 수상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턴불 장관 또한 당권을 쥐기 위해 당내 세력 규합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애보트 수상은 이 같은 당내 분위기에 “비숍 장관은 여전히 나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자유당 대표직을 사수할 의사를 밝혔었다.
당초 금주 화요일(10일)로 예정된 신임 투표에 대해 애보트 총리는 “당내 불화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겠다”는 명목으로 하루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애보트 수상은 지난 일요일(8일) ABC 방송에 출연, “지난해의 잘못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올해부터는 더 잘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이어 월요일(9일) ABC 방송에 다시 출연한 애보트 수상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며 “난 파이터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어떻게 노동당 지도자를 이길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지도 하락을 보여주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애보트 수상에 대해 동료 의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동료 의원들은 “애보트 수상이 시간을 조금 더 벌었을 뿐이며 앞으로 진행될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음달 28일 NSW 지역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애보트 수상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며 한 달 이내 별 다른 특별 정책을 내 놓지 못하는 한 애보트 수상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당내 의견이다.
애보트 수상은 ‘정부의 인적 네트워크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모두는 우리의 게임을 진행하기로 결심했고 내가 만든 근본적인 포인트는 좋은 정부가 되는 것이며 오늘부터 좋은 정부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수상은 이어 “우리는 당내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우리의 진짜 적들과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캔버라 정계에서는 “신임 투표가 리더십 이슈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는 단지 애보트 수상이 새 모습을 보이겠다는 약속에 이슈를 미룬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은 예산 적자 대책으로 보건과 교육 분야 지출을 지나치게 줄인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NSW 주 선거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예산 적자 및 실업률 제고 등의 과제에 어떤 해답을 내 놓을지 관심이 되고 있다.
박혜진 기자 hjpark@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