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페인 지지들과 함께 선 이슬기 당선자. 한인 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주 의회에 진출한 이 당선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보다 폭넓은 사회 공헌을 위해 ‘정치’를 택했다고 말했다.
캔버라 교민 이슬기씨, 자유당 소속으로 ACT 의회 진출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최초로 한인 준주 의원이 탄생했다.
지난 주 토요일(15일) 치러진 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 선거에서 캔버라 쿠라종(Kurrajong) 선거구 자유당 후보로 출마한 엘리자베스 리(Elizabeth Lee. 한국명 이슬기) 후보가 ACT 의원으로 당선됐다.
ACT는 노동당과 녹색당이 연립을 구성, 집권해 온 곳으로 금주 월요일(17일) 개표를 진행했다. 올해 선거에서도 노동-녹색당은 전체 25석 가운데 절반 이상을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ACT 선거는 5개 선거구에서 각 5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있으며, 이슬기 후보는 국회의사당이 있는 마누카(Manuka), 캔버라 시티, 딕슨(Dickson) 등 캔버라 도심 중심가 지역을 포괄하는 쿠라종에서 출마, 한인 이민자 출신 후보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시드니에서 하이스쿨을 마친 뒤 호주국립대학교(ANU)에 입학하면서 캔버라에 거주해온 이 당선자는 변호사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의 사회활동에 관심을 보여 왔다. 호주 젊은 변호사회인 ‘Australian Young Lawyers Committee’ 회장, ACT 법률가회인 ‘The Law Society of the ACT’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이 당선자는 보다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위해 ‘정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지난 2013년 자유당 공천으로 ACT 선거에 도전했다가 근소한 차이로 패했고, 이듬해 연방 하원에 나섰으나 또 다시 고배를 맛본 뒤 이번 ACT 의회 두 번째 도전에서 승리했다.
한편 이번 이 당선자의 선거 캠페인에는 캔버라 현지 동포들이 적극 나서 한인 차세대의 의회 진출에 힘을 보냈다. 선거 캠페인 기간, 봉사자로 적극 나선 캔버라 한인회 박경하 회장은 이승기 당선자에 대해 “변호사로서 여러 활동을 해온 동포로 또한 정치적 소신도 확고한 후보였다”며 “무엇보다 그런 분이 ACT 의회에 진출한 것이 기쁘고 또한 이곳 한인들에게도 긍지를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김천주 전 캔버라 한인회장도 “한인회 박경하 회장을 중심으로 다수 한인 동포들이 자원 봉사자로 힘을 보탰다”면서 “캔버라 주민들이 이슬기 후보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특히 이슬기 후보의 역량을 감안할 때 의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7세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주했다. 시드니에서 하이스쿨을 마친 후 캔버라 소재 ANU 법대를 졸업했으며, 변호사로 또 동 대학에서 교수를 겸해 왔다. 이 당선자의 부친은 시드니에 거주하는 이연형 전 호남향우회 회장이다.
-당선을 축하한다. 현재 심정은?
: 우선 우리 당(자유당)의 결과가 기대했던 것과 달라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쁘고, 무엇보다 지지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쿠라종(Kurrajong) 선거구는 캔버라 도심 중심 지역이다. 그만큼 정치의식도 높다. 캠페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 다수 유권자들의 무관심, 잘 알고 지냈던 동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부분이었다. 소수민족 이민자 출신으로 겪은 부정적인 일은 없다. 다만 딱 한 차례 전자메일을 받은 일은 있다. 의회에 나가면 아시안만 대변하는 것 아닌가 하는 내용이었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힘들다, 좋지 않았다 하는 부분은 특별히 없었다.
-이번 ACT 선거에서 자유당(Liberal)은 노동당(Labor)에 밀렸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당내 현역 의원을 앞서는 당내 최다 득표였다. 이에 대한 반응은?
: 당에서도 좋아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우리 당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게 아쉽다.
-변호사로, 또 교수(ANU)로 일하며 좋은 경력을 쌓아 왔다. 정치에 눈을 돌린 계기는?
: 변호사로 일하며 또 변호사 협회에서 활동하며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그러다 사회 공헌을 위해서는 정치에 몸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주력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 19년째 캔버라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너무 활기가 없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대학을 다닌 젊은이들도 이런 점 때문에 졸업 후에는 캔버라를 떠난다. 이를 감안해 보다 더 주민들을 배려하고 활기찬 도시로 만들어 가는 일에 주력하고 싶다.
-한인 차세대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 호주와 한국, 두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분명 유리한 부분이다. 이민자 출신으로 주류에 나가는 것은, 처음에는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주 토요일(15일) ACT 선거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가 부친인 이연형 전 호남향우회 회장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