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에서 촬영된 스쿠마란(Sukumaran)과 찬(Chan). 이들을 가까이서 보아 왔던 호주 유명 화가 벤 퀼티씨는 이들에 대해 순수하고 겸손하며 유머 감각을 가진 전형적인 호주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과오 뉘우치며 마약 재활 프로그램 운영하기도
8킬로그램의 헤로인을 호주로 반입하려다 발리 덴파사(Denpasar)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 사형을 선고받고 10년간 복역하다 사형 집행에 직면한 ‘발리나인’의 두 사형수가 호주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이들의 감형을 청원해 왔다. 하지만 마약사범에 대해 엄중한 처벌 방침을 굽히지 않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방침에 따라 이들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미 조코(Joko Widodo) 대통령은 감형이 없을 것임을 천명한 상태이다.
9명의 마약밀매 조직 가운데 사형이 선고된 두 명에 대해 알아본다.
■ 앤드류 찬(Andrew Chan)
1984년 중국계 이민자 아들로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3형제 중 막내인 그는 활동적인 성격으로 많은 친구들이 있었으며 스포츠, 특히 호주 럭비를 좋아했다.
시드니 남서부 엔필드(Enfield)에서 성장한 그는 홈부시 보이 하이스쿨(Homebush Boys High School)에서 10학년까지 공부했다.
같은 ‘발리나인’ 멤버인 스쿠마란(Sukumaran)도 이 학교에 다녔지만 재학 중인 수년 동안 서로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찬은 마약밀매로 발리에서 체포되기 전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파트타임 요리사로 일했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발리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 매 주일 케로보칸 교도소 내 교회의 영어예배에 참석한 그는 본격적으로 신앙을 공부, 목회자가 되려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 그는 종교가 자신의 교도소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것(사형)이 나를 위한 신의 신성한 계획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신은 내 삶을 위해 더 나은 희망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찬은 교도소 복역 중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수쿠마란과 함께 교도소 내에서 약물 중독자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약물 중독으로 고통을 받는 동료 재소자들을 돕기도 했다.
■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
1981년 런던에서 출생한 스쿠마란은 스리랑카 이민자로 4살이 되던 1985년 가족을 따라 호주로 이주, 시드니 서부 지역에서 성장했다.
고교졸업 후 일반회사 우편업무실에서 일했으며 사무보조를 맡기도 했고 후에는 여권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 스쿠마란은 자신의 직장생황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마약밀매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학에 다니는 한 친구의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고 갔다가 마약밀매에 관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친구가 저녁식사비를 지불한 뒤 나이트클럽으로 가서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나는 친구의 계획에 함께 하기로 했다”며 “당시 그 친구는 이 일(마약밀매)에 대해 매혹적이고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체포된 것에 대해 “잘된 일”이라면서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위해 기여한 것이 없었다. 현재 이곳(케로보칸 교도소)에서는 모든 종류의 일을 하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올해 초 스쿠마란의 어머니 라지(Raji)씨는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에 대해 “잘못된 사람들과 어울렸다가 체포된 사랑스런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멜번 모나시 대학(Monash University)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그는 빼어난 예술적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호주의 유명 미술가인 벤 퀼티(Ben Quilty)씨는 스쿠마란의 친구이자 예술 멘토였다. 스쿠마란은 케로보칸 교도소에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그림 작업을 했으며 스스로를 표현하는 탐구적 미술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렸다.
퀼티씨는 스쿠마란의 그림에 대해 “그는 내가 추구해 온, 결함을 가진 남성성의 다양한 관념들을 그림 속에 잘 표현해 냈다”고 평했다.
그는 스쿠마란과 찬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교도소를 방문해 그들과 함께 앉아 있으면 마약사범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는 금세 사라지고 만다. 그들은 겸손하고 좋은 성격을 가졌으며 유머감각을 지닌 전형적인 호주 젊은이들“이라고.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