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가 호주로의 이민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민비자(영주권)를 매매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생산성위원회는 이 제도가 정부의 재정 적자 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액에 팔아 국가 재정 확립... 시민권 거래 이민 제도 시동
호주 정부가 가족초청 및 기술이민 제도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독립 싱크탱크인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가 호주로의 이민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민비자(영주권)를 매매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주 토요일(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생산성위원회는 기술 및 가족이민자에게 발급하는 이민비자에 대해 앞으로는 일정 가격을 산정해 제공하는 제도 도입을 정부에 제안했다.
생산성위원회는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수백억 달러라는 추가적인 국고수입을 창출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적자를 완화하고 비자 발급에 투입되는 불필요한 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제안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안이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에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기술인력 부족을 이민자로 대체하는 기술이민은 호주 이민정책의 핵심으로 두어야 한다”면서 “숙련 기술자 부족과 같은 문제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의 시행보다는 기존 제도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생산성위원회는 지난 주 금요일(1일) 호주 이민자 수를 언급한 제안서를 통해 이민 복권(Immigration lottery) 및 이민비용을 상환하기 위한 대학 학비대출 제도(HECS-style payment system) 등의 방안을 담은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현재 호주 이민제도는 특정 분야 기술인력, 호주에 가족이 있거나 또는 특별 자격 기준 충족이라는 세 가지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이민비자를 발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자유민주당 데이빗 레이언헴(David Leyonhjelm) 상원의원의 ‘망명 신청자를 위한 임시보호비자 제도 재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최종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제안서에 따르면, 생산성위원회는 두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이민비자 금액 설정(Introduce an immigration fee)으로 수요에 의해 좌우되는 비자발급 신청자 수의 규모에 따라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이민비자발급 신청자 수의 상한을 정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할당된 쿼터의 한계치를 수용하는 것과 같은 절충안도 마련했다.
현재 미국은 호주의 이민체계보다 기술을 덜 요하는 이민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자국으로 이민을 신청하는 비율이 저조하면서 이민복권 제도를 채택, 이민 신청자에 한해 5만 쿼터를 할애하고 있다.
생산성위원회는 이민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이민 희망자들에게 차후에 벌어들일 수입을 미리 대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언헴 의원은 “가격을 부담해 비자를 얻는 이민제도는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게리 벡커(Gary Becker)가 제안한 것으로, 호주 이민비자 신청 가격으로 5만 달러를 책정했으며 난민자의 경우 비자 취득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제도는 국가재정에 상당한 공헌을 할 것이며 개별 부문의 세금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한 뒤 “기술을 보유한 이민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서 이민희망자 대신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으며 특정 분야 전문가 또는 특수 기술직군에 속하는 경우 정부가 이민비용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부 피터 더튼(Peter Dutton) 장관은 “정부는 급진적 이민정책을 언급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연구 결과에 대한 분석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는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이민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계획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산업계그룹’(Australian Industry Group)의 인스 윌록스(Innes Willox) 대표는 “새로운 이민비자를 발급할 때 숙련기술 이민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호주 무역노조의 게드 키어니(Ged Kearney) 위원장은 “이는 현 이민법에서 요구하는 기술보유 필요 조건을 갖추는 것과 관계없이 고액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부유층만 이용이 가능한 이민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위원회는 오는 11월 위 제안에 대한 기초보고서를 발표하고 내년 3월 정부에 최종보고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공청회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이유경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