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스 유니버스 호주(Miss Universe Australia)로 선정된 모니카 라둘로비치(Monika Radulovic)가 왕관을 머리에 쓴 채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보스니아 난민 출신으로 더욱 화제... 올해 국제대회 호주 대표 출전
1990년대 초반 보스니아(Bosnia) 민족분쟁을 피해 호주로 건너온 난민자 가정에서 자란 모니카 라둘로비치(Monika Radulovic)가 올해의 ‘미스 유니버스 호주’(Miss Universe Australia) 왕관을 차지했다.
라둘로비치의 부모가 민족분쟁으로 혼란에 빠진 보스니아의 고향 자비도비치(Zavidovici)를 떠나 시드니 남부 보나티(Botany)에 정착했을 때, 모니카는 4살이었다.
모니카 라둘로비치는 지난 주 금요일(5일) 멜번(Melbourne)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호주 대회 우승 후 페어팩스 미디어(Faurfax Medi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모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했다”면서 “호주로 올 때 그들이 가지고 온 것은 작은 여행용 가방 한 개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웨스턴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Sydney) 심리학과를 졸업한 모니카는 이번 대회 최종 후보에 오른 34명의 호주 미녀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며, 최종 왕관의 주인으로 선택돼 올해 말로 예정된 미스 유니버스 국제대회에 호주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호주에 참가했다가 실패한 모니카는 올해 두 번째 도전에서 왕관을 차지한 것이다.
이날(5일) 우승이 결정된 후 모니카는 “호주로의 이주를 결심한 부모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부모님은 호주에 정착하면서 아주 어려운 여건을 견디고 이겨나가야 했다”면서 “그러기에 그들은 나의 본보기이자 영웅이며, 나는 내 부모에 대해 더없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어 모니카는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 자라야 했던 시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호주에서 새로 태어난 남동생 스테판(Stefan Radulovic)과 함께 모니카는 지역 교회와 이웃에서 제공하는 자선기금에 의존해야 했다.
법률가였던 아버지와 건축가였던 어머니는 1994년 호주에 도착한 후 영어를 배우고 새로운 직장을 찾고자 안간힘을 다했다.
모니카는 또한 어린 시절, 갖은 고생을 다한 부모가 마침내 보타니에 거주하던 집을 ‘내집’으로 갖게 되던 날에 대해 “우리 가족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고 언급하면서 부모의 그런 노력에 대해 다시금 감사를 표했다.
미스 유니버스 호주 대회는 수영복과 이브닝 드레스 심사,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얻은 점수를 합산, 우승자를 가려낸다. 올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의 질문은 ‘왕따’, ‘소셜미디어’, ‘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책’ 등 사회 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시드니 신경의학 전문의 찰리 테오(Charlie Teo) 박사, ‘Real Housewives Of Melbourne’ 프로그램 출연자인 지나 리아노(Gina Liano) 법정 변호사, 오락 프로그램 ‘Today show’의 전 리포터 리차드 레이드(Richard Reid)씨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질문에 대해 모니카는 “50년 후에는 이 같은 질문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모니카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 퀸즐랜드 출신 마들레인 코우(Madeleine Cowe, 22)가 2위를, NSW에서 온 샤넬 스튜워트(Chanel Stewart, 19)가 3위를 차지했다.
이날 대회에서 참가자를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전 대회 우승자 제니퍼 호킨스(Jennifer Hawkins), 로라 던도비치(Laura Dundovic), 제신타 캠벨(Jesinta Campbell)은 모니카가 호주를 대표해 미스 유니버스 국제대회에 출전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