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살인사건은 전체 살인사건 중 극히 적은 비율이지만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범죄자의 상당수는 통제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들이어서 특별한 주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호주 범죄연구소 분석... 범죄자, 살인수법으로 이용 증가
호주에서 방화 살인사건이 지난 20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 금요일(3일) 국영 ABC 방송이 호주 범죄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Criminology)자료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통계분석 결과 방화 살인사건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 4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통계는 범죄자들이 살인 사건에서 예전보다 더 방화를 이용한다는 이전 연구결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화 살인은 호주 전체 살인 사건 가운데 2%로, 상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연구원들은 “범죄자들은 방화로 한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방화 범죄자들의 경우 통제하기 힘든 성향이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화 살인사건의 전체 피해자 가운데 2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피해자는 범죄자의 배우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관련 유명 저자이자 퀸즐랜드(Queensland) 법의학자인 클레어 퍼거슨(Claire Ferguson) 박사는 지난 주 금요일(3일) ABC 방송에서 1989년부터 2010년 사이 일어난 방화 살인 123건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퍼거든 박사는 “방화 살인사건 대다수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며 “이는 단지 가정 내에서 일어난 폭력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화 살인 범죄자 대부분은 한 명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분석됐다. 방화 살인사건 가운데, 희생자가 한 명뿐인 사건은 전체의 83.2%였으며, 2000년대 칠더스 호스텔(Childers Backpackers Hostel) 화재에서는 이례적으로 15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또한 많은 범죄자가 살해 대상으로 삼은 피해자 집에 방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퍼거든 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범죄자들은 사람이 아닌 구조물에 더 많이 방화 계획을 세운다”며 “이들은 방화를 쉽게 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물건을 촉매제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방화 관련 전과를 가지고 있는 범죄자는 드물었으나 이는 초기 연구에서 범죄자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전체 방화 범죄자의 약 4분의 1은 범죄행각을 벌일 당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범죄연구소 연구원들은 방화 살인 동기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박사는 “방화 살인사건이 왜 증가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는 “범죄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정황을 모면하기 위해 보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며 “이들은 미디어나 CSI 드라마(Crime Scene Investigation라는 제목의 미국 범죄수사 TV 시리즈) 등을 통해서 범죄과학 수사에 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퍼거슨 박사는 “방화 살인사건을 판별하는 연구원들의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며 “이로 인해 그간 불투명했던 사건들이 방화에 따른 것임이 밝혀지게 됐고, 이 때문에 통계적으로 방화 살인사건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7년 데이비스(Davies)와 모우조스(Mouzos) 연구의 후속 작업으로 방화 연구 및 치료센터는 본드대학교(Bond University)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지유미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