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호주에서 설립된 자선단체의 회원들이 확보된 기금으로 IS를 지원하고 용병을 모집한 혐의로 레바논에서 체포된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은 체포된 회원 중 하나인 이브라힘 바라카트(Ibrahim Barakat).
IS 테러지원 및 용병 모집 혐의... 군사법정서 기소
호주 한 자선단체 회원들이 IS(Islamic State)와 연계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국영 ABC 방송이 지난 주 금요일(3일)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자선단체 ‘Dar al Quran wa Sunnah’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고아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단체이지만 지난 5월2일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Tripoli)에서 이 단체 회원 이브라힘 바라카트(Ibrahim Barakat)가 체포됐다.
체포된 바라카트는 지난 주 금요일(2일) 레바논 군사법원에 출두했으며, 중동지역 지하디스트(Jihadist)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IS 테러 활동을 위한 용병 모집 등 레바논 군대에 위험을 주는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ABC 방송은 시드니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단체 회원으로 호주 및 레바논 이중 국적을 갖고 있는 다른 2명 또한 IS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자선단체 관리 기구인 ‘Australian Charities and Not-for-Profits Commission. ACNC)의 수산 파스코(Susan Pascoe) 위원은 “바라카트에 대한 지하디스트 지원 기금 모금 및 IS 용병 모집 혐의에 대해서는 호주에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ACNC뿐 아니라 호주 정부기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선단체에 대한 조사에 있어 ACNC는 호주 금융정보기관인 ‘Australian Transaction Reports and Analysis Centre’(AUSTRAC) 뿐 아니라 호주 연방경찰(AFP), 호주 정보국(Australian Security and Intelligence Organisation. ASIO)과 긴밀히 공조한다는 방침이다.
호주 및 레바논 국적을 갖고 있는 바라카트는 가짜 이름을 사용, 미화 7천1백 달러를 소지한 채 트리폴리에서 터키로 가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시리아 IS 점령지역으로 입국하는 가장 보편적인 루트이기도 하다.
호주 안보국의 한 소식통은 바라카트가 레바논 트리폴리 지역 IS들의 종교적 지도자였으며 이 테러 단체를 위해 용병 모집 활동으로 기소되었다고 말했다. 바라카트는 지난해 북부 레바논에서 라마단(Ramadan) 의식을 치루는 무슬림들의 음식 마련을 위해 기부금을 제공한 호주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영상에 등장하고 있다.
‘Dar al Quran wa Sunnah’는 ACNC에 등록되어 있으며 트리폴리(시리아 고아 지원)는 물론 터키와 방글라데시에서의 활동을 위한 모금을 계속해 왔다.
ACNC 웹사이트 상에는 이 자선단체 회장이 아드난 바라다지(Adnan Baradaaji)로 되어 있다. 바라다지 또한 호주 및 레바논 2개 국적을 가진 인물이다.
레바논의 한 안보 소식통은 그에 대해 “아드난 바라데이(Adnan Baradei)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레바논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바라카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아마드 탈레브(Ahmad Taleb)씨는 자선단체 대표인 바라다지에 대해 “바라카트의 파일에 정기적으로 언급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ABC 방송에서 “바라다지는 오랫동안 바라카트에게 자금을 보냈지만 이 자금자선단체의 본래 목적에 맞게 정당하게 써졌는지, 아니면 지하디스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바라다지는 ABC 방송의 인터뷰 재요청을 거부하면서 “바라카트는 결백하고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자선단체 ‘Dar al Quran wa Sunnah’는 테러 조직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자선단체의 호주 내 사무실은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만 레바논 트리폴리의 한 지역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랍어 페이지에
‘이슬람 순교’ 등 언급
한편 이 자선단체가 영문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에는 정기적으로 레바논 트리폴리에서의 활동 관련 사진이 올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랍어 페이스북에는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한 이들을 ‘순교자’라는 이름으로 게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업로드 한 포스트 중에는 ‘굳은 믿음을 가진 남자’라는 설명과 함께 게시된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사진도 있다.
‘Dar al Quran wa Sunnah’의 가장 최근 기금 모금은 지난 달 시드니 남서부 뱅스타운(Bankstown)의 쇼핑센터에서 행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단체가 호주에서 얼마만큼 기금을 모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기금은 온라인을 통해 접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ABC 방송은 레바논의 한 소식통을 인용, 이 자선단체의 또 다른 회원으로 시드니에 거주하는 호주 및 레바논 이중국적자가 바라카트와 같은 시기, 체포된 바 있다고 전했다.
그 역시 레바논 군사법정에서 ‘지하디스트 기금 지원 그룹’으로 기소됐으며 다른 지하디스트들과 함께 레바논 중앙 교도소인 ‘로미예’(Roumiyeh) 감옥에 수감됐다가 1개월여 만에 풀려났다. 이후 그는 호주로 돌아왔으며 현재 시드니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정부가 게획하고 있는 대테러 관련 강화된 법률안에는 호주 내에서든 해외에서든 IS 등 테러 단체에 대한 기금을 지원하는 이중국적자 역시 호주 국적을 박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체포된 바라카트는 오는 11월11일 레바논 군사법정에 다시 출두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7년에서 10년 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