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사막 안으로 200킬로미터 이상 진입한 ‘신슨 사막 자연보호공원’(Simpson Desert Conservation Park)에 세워져 있는 가짜 맥도널드 입간판.
사막 한 가운데의 ‘coming soon’ 입간판, 여행객들 궁금증 더해
노덴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남주 호주(South Australia), 퀸즐랜드 (Queensland) 3개 주에 걸쳐 있는 심슨 사막(Simpson Desert)는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붉은색의 모래사막으로 전체 넓이는 176,500제곱킬로미터(68,100스퀘어 마일)에 달한다.
모래사구 사막(sand dune desert)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인 심슨 사막은 매년 모험을 즐기려는 수천 명의 여행자들이 4WD 자동차를 타고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일(일) ABC 방송은 인터넷판을 통해 사진으로 담은 심슨 사막의 멋진 풍경과 함께 이 간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연보호 공원(Simpson Desert Conservation Park)에 미스터리한 맥도널드 간판이 서 있는 것은 배고픈 이들을 위한 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 표지판은 심슨 사막을 가로지르는 가장 인기 있는 길의 중간, 사막 안으로 200킬로미터 이상 들어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 약 15미터의 모래 언덕 위에 서 있는 간판은 맥도날드가 곧 문을 열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사막의 모든 방향,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이 간판과 조만간 문을 열 것이라는 문구는 여행자들로 하여금 이제 조잡한 댐퍼(damper)를 버리고 (맥도널드의) 치즈버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댐퍼’는 백인 정착 초기 아웃백(outback)을 탐험하던 이들이 밀가루를 대충 반죽한 뒤 야외의 모닥불 위에 얹어 구워먹던 빵이다.
하지만 과연 이곳에 맥도널드가 문을 열까? 그런 기대감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생각일 것이다. 물도 전기도 없는 이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맥도널드가 문을 열고 패스트푸드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사막을 횡단하느라 갈증과 허기에 지친 이들에게 이 간판이 그야말로 장난꾸러기의 소행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친구들과 그룹으로 이 사막의 ‘프렌치 라인 트랙’(The French Line track)을 횡단하고 있는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번버리(Bunbury) 출신의 여행자 로살린 투헤이(Rosaline Toohey)씨는 이 간판에 대해 “눈에 거슬리는 풍경”이라고 묘사했다.
“국립공원 안에서 이런 것(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라는 투헤이씨는 “잘못된 표시판이거나 또는 이 사막의 랜드마크라 할 수도 없다”며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이 간판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또 무슨 의도로 이 입간판을 세워놓은 것일까.
맥도널드 사의 기본 로고 색상(바탕색이 빨강이다)과는 다르지만 로고와 글자체를 보면 당연히 맥도널드 사가 만들어 놓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호주 맥도널드 사는 이에 대해 투헤이씨와 같은 반응이다. 맥도널드사의 크리스 그란트(Chris Grant) 대변인은 “우리 회사 입장에서도 그 사인판은 미스터리”라며 “누가 이런 간판을 설치해 놓았는지 아주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란트 대변인은 “이 간판이 우리(맥도널드 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며 “글자체(font)나 스타일은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브랜드 로고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간판은 마치 전문가가 만들어놓은 것처럼 거의 완벽하다. 게다가 굶주린 이들을 위한 응급 햄버거 케이스까지 있다.
그란트씨는 “누군가 이 간판을 만들어 이곳에 세우느라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을 텐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ABC 방송은 “남부 호주 주에서 발견된, 미스터리한 것은 또 있다”면서 남부 호주 주 중부 지역에서 발견된 ‘지오글리프’(Geoglyph)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지난 1998년 6월 한 경비행기 조종사가 남부 호주 북부로 비행하던 중 남부 호주 중앙부에 있는 마리(Marree)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서쪽으로 60킬로미터 지점의 평원 지대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을 말한다.
부메랑을 들고 사냥을 하는 원주민 모습을 형상화 한 이 지오글리프(Geoglyph. 지상이나 바위에 선으로 그려놓은 거대한 그림)는 ‘마리 맨’(Marree Man) 또는 ‘스튜어트의 거인’(Stuart's Giant)으로도 불리며, 전체 길이는 무려 4.2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그림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또 누가 20센티미터 이상의 깊이로 선을 그어 이 그림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문화적 가치 면에서 이 가짜 맥도널드 간판을 ‘마리 맨’에 비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간판은 조만간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남부 호주 환경부의 이안 헌터(Ian Hunter) 장관은 “이 간판에 대해 조사한 뒤 철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