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대 호주 수상을 역임한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수상이 최근 유엔 산하 식수 관련 기구 의장으로 임명된 사실이 알려졌다. 러드 전 수상은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나갈 꿈을 갖고 있다.
‘공공위생 정수위원회’ 의장 임명, 유엔 기구 경력 추가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연방 수상이 최근 유엔 산하의 ‘공공위생 정수위원회’(Sanitation and water for all) 의장으로 임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위원회는 공공위생과 함께 아프리카를 비롯해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모든 국가들의 곤란함을 해결해주는 과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기구이다.
이에 따라 러드 전 수상의 새로운 야망인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성급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위원회는 아동 보호를 위한 국제조직인 유니세프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기구 및 전 세계 90여 개국 정부와도 협약을 맺고 있다. 유니세프는 케빈 러드 전 수상의 의장 임명에 대해 성명을 내고 공식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유니세프는 성명서에서 “2030년까지 저성장 국가들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이들 지역의 공공위생과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에 러드 전 호주 수상의 리더십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이어 “우리는 러드 신임 의장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우리(유니세프)는 매일 800명의 어린이들이 깨끗하지 않은 물과의 접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인해 사망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그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위생 정수위원회’ 전직 의장인 존 쿠퍼(John A. Kufuor) 전 가나(Ghana) 대통령은 “러드 신임 의장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단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면서 “그는 열정을 가지고 저성장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러드 전 수상은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도 미국, 영국, 중국을 오가며 국제적 인사들을 만나고 대학에서 강연을 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많은 이들은 그가 반기문 현 총장이 2016년 말에 사임하게 되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 해 뉴욕의 유엔 건물 맞은편에 자리한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초대 소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러드 전 수상의 이력서에 부족한 것이 유엔활동 경험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러드 전 수상의 이번 유엔 기구 의장 취임은 바로 그 경력을 메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노리는 러드 전 수상의 경쟁자로는 불가리아 출신의 유네스코 대표인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씨, 유엔개발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헬렌 클락(Helen Clark) 전 뉴질랜드 수상이 거론되고 있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