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석사학위를 취득했음에도 5년간 계약직을 전전한 끝에 최근 풀타임 정규직 직장을 구했다는 아멜리아 아이버스(Amelia Ivers)씨. 그녀의 사례처럼 호주에서도 이른바 청년실업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호주 청년재단’ 조사... 호주도 청년실업 문제 심각
호주의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청년실업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호주청년재단’(Foundation for Young Australians)이 발표한 자체 조사 내용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후 풀타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 평균 5년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이 재단이 창립 17주년 기념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호주통계청(ABS)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아멜리아 아이버스(Amelia Ivers)씨의 경우를 소개하면서 NSW 대학을 졸업하고 시드니 대학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지만 서른 살이 된 지난 주에야 처음으로 풀타임 정규직을 가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반해 지난 1986년의 경우 대학 졸업 후 평균 1년 안에 대부분 정규직 직장을 구했다.
‘미래지도자 지표’(Future Leaders Index)라는 이름의 이번 조사는 5천명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이들 중 50%는 전공 분야의 구직 기회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미래를 위해 발전 가능성이 큰 직업을 구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크다는 반응이었다.
호주청년재단의 얀 오웬(Jan Owen) 대표는 “놀라운 경고음”이라면서 “90년대 초 이래로 요즘처럼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젊은이들의 타격이 컸다”면서 “비정규직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학, 과학 전공자들의 취업의 문이 상당히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5년에 걸친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정규직을 구하는 젊은이들 중에서도 25% 정도는 전혀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답변이었다. 또 70%는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직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웬 대표는 “진실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젊은이들이 낙오자 없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인터뷰에 응한 아이버스씨는 “이번 조사에 나타난 결과가 절대 놀랍지 않다”면서 “최근 NSW 주 정부 부처 중 하나에서 정규직을 찾기 전, 5년 동안 계속해서 계약직 자리를 전전해야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한편 아이버스씨는 풀타임 직장을 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대해 “정규직을 구해 한 직장에 정착하기 전,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문화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우를 언급하면서 “대학 졸업 후 배낭여행을 했고 피지 등지에서 자원봉사 활동도 했었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욕구와 많은 인턴십 경험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정규직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그런 반면 인턴십의 경우 무료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은 서비스 산업에서의 단순 임시직으로 버텨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자 부모를 둔 젊은이들이 인턴십의 기회를 쉽게 확보함으로써 취업의 기회도 더 많이 갖게 되는 구직 분야의 ‘부익부’ 법칙이 점차 견고해진다는 것이다.
아이버스씨는 “고교, 대학교, 그리고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흔히 말하는 상식적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오웬 대표 역시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면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의 커리큘럼에 커리어를 제대로 성취하도록 도울 수 있는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며 “각종 산업계에서도 이 과정에 동참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