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대학생들이 상당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멜번 교등교육연구센터(Melbourne Centre for the Study of Higher Education)가 전국 대학생 1만8,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ustralian Students Finances Survey 2017’ 결과 대학생 7명 중 1명은 정기적으로 식료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Universities Australia Student Finances Survey 2017’서 드러나
취약계층-원주민 출신 특히 심각... 끼니 거르는 학생, 7명 가운데 1명
시드니에 거주하는 대학생 다니엘 로드리게즈(Daniel Rodriguez)씨는 생활비를 위해 주 30시간 일하면서 풀타임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그는 무임금 인턴십을 하고 있다.
유학생 신분으로 시드니과학기술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에서 법학 및 국제학을 공부(학사 과정)한 그는 유학생이었기에 학비 융자를 할 수 없어 본인이 직접 학비를 부담해야 했다.
그는 “법학의 경우 학비가 비싼 편이다. 때문에 학업과 생활을 위해 주 20~30시간 일을 해야 했고, 그래서 3개 과목밖에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즈씨와 같은 이야기는 호주의 대학생들 가운데 드문 사례가 아니다. 실제로 호주 대학생들의 재정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조사가 나왔다. 호주 대학생 7명 가운데 1명은 재정적 여유가 없어 음식물 및 필수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 대학생 1만8,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ustralian Students Finances Survey 2017’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금주 월요일(13일) 공개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재정 상황이 이전에 비해 다소 개선되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의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지출을 줄인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다.
멜번 교등교육연구센터(Melbourne Centre for the Study of Higher Education)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대학생 대부분은 유급 일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풀타임 학생의 3분의 1이 주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태이다.
특히 취약한 사회경제적 배경, 원주민 출신 및 지방 지역 학생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은 훨씬 컸다.
호주대학협회(Universities Australia)의 카트리오나 잭슨(Catriona Jackson) 대표는 “재정상의 어려움은 호주 대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이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생들이 전공 과목의 수업을 줄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만큼 충실한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잭슨 대표는 “풀타임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 연 1만8천 달러로 생활해야 한다”면서 “이는 빈곤선(poverty line) 이하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 대학생들은 본인의 전공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재정 보장이 되어야 하지만 특히 취약계층 그룹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경우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각자의 학업에 큰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잭슨 대표의 설명이다.
시드니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비(Abbie)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 중 하나이다. ‘Social Science’를 공부하는 그녀는 대학 2년차가 되면서 주거지 임대료가 크게 상승했고 랩톱(laptop) 컴퓨터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등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는 만성두통에 시달렸고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형상을 겪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처럼 건강이 악화된 것은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시간 일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비씨는 주 5일간 3개의 일을 해야 했으며 한 주에 하루는 꼬박 대학 학업에 전념해야 했다. 학생 신분으로 학업에 우선을 두어야 하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건강이 악화된 아비씨는 센터링크(Centrelink)의 청년 실업수당인 ‘Youth Allowance’에 의존했지만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면 식료품 비용으로 남는 금액은 고작 주 6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어려움 끝에 그녀는 학업을 마쳤고 풀타임 직장을 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언제든 콜스(Coles)에 가서 충분한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대학생 신분으로 극심한 재정적 어려움을 경험했기에, 직업을 가진 후의 변화는 아비씨에게 있어 분명 놀랄만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전국대학생연합(National Union of Students)의 마크 페이스(Mark Pace) 회장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학비 부담을 주는 것은 열린 고등교육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에서 빈곤을 해결하는 최선의 길은 고등교육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는 그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