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건국 기념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날짜 변경 공방이 재가열되고 있다.
올해 초 멜버른의 야라 카운슬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를 카운슬 차원에서 변경하고 시민권 수여식 행사를 취소하면서 촉발된 이번 논란은 NSW주의 바이런 샤이어 카운슬이 똑 같은 결의를 하면서 재점화됐다.
연방정부는 즉각 “호주 현대사의 시작인 날을 애써 거부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려는 자세”라며 통박했다.
다수의 보수 정치인들은 “호주 현대사가 정립되고 사실상 현대적 국가의 모습이 시작된 날은 반드시 고수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원주민 단체나 진보 진영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경축하는 것은 원주민들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정확한 유래와 의미도 모르는 경우가 지배적이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변경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제임스 쿡 선장의 호주 대륙 첫 도착일과 아서 필립 선장이 첫 선단을 이끌고 보타니 배이에 도착한 날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 상당수도 이날의 유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언론들은 보도했다.
국민당 부당수인 브리짓 멕켄지 상원의원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호주의 현대사를 정립한 날로 날짜 변경 주장은 현대사를 왜곡하겠다는 억지”라고 언급하면서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 해안에 도착하면서부터 호주는 현대 국가로서 가장 성공한 사회, 최상의 다문화 사회를 이룩했다”고 언급해 혼선을 야기시켰다.
제임스 쿡 선장은 1770년 4월 29일 뉴질랜드의 두 섬에 마오리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호주 동부 해안에 도착해 영국의 영토로 선포했을 뿐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와는 무관하기 때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1788년 1월 26일 영국의 아서 필립 선장이 이끄는 첫 선단이 시드니 보타니 배이에 도착해 NSW주를 영국의 식민지로 선포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994년에 국경일로 제정됐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 변경을 둘러싼 사회적 공방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심지어 녹색당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날짜 변경을 당론으로 채택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녹색당의 리차드 디 나탈레이 당수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가 호주 원주민들을 존중하면서 축하할 수 있는 날로 변경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지역 카운슬들과 연대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노동당 당수 출신으로 보수 정치인으로 급선회한 마크 래이섬 씨는 Australia Day를 기존대로 1월 26일로 못박야 한다면서 캠페인을 출범시킨 바 있다.
마아크 레이섬 전 노동당 당수가 발진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사수 캠페인은 “현재의 상황을 수수방관하면 먼 장래에 호주 건국기념을 기념하는 국민들이 탄압받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묘사된 전체주의 국가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에 맞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반대해온 진보단체 ‘Change the Date’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일짜 변경 캠페인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 변경 캠페인의 핵심 배후 단체 가운데 하나인 ‘원주민 의회’의 로드 리틀 공동의장 역시 “반드시 변경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변했다 .
원주민 단체의 로드 리틀 씨는 “이 이슈는 어제 오늘의 사안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날짜 변경의 필요성을 호소해왔고 이 날짜가 호주의 원주민과 토레스해협 주민들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 충분히 역설해 왔다”고 반박했다.
가장 먼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날짜를 카운슬 차원에서 변경하고 시민권 수여식 행사를 취소한 멜버른 야라 카운슬의 스티븐 졸리 시의원은 “우리는 무엇보다 모두의 화합과 공영을 원하지만 1월 26일을 호주건국기념일로 기념하는 것은 원주민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원주민 출신인 노동당의 린다 버니 의원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가 호주 전 국민을 단합시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체성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날짜 변경에 대해 완곡한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ABC 라디오의 Triple J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발표해온 최고인기 100곡, ‘Hottest 100 music’ 순서를 다른 날로 옮겨 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TOP Digital/25 Sept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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