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빠른 인구 증가와 대도시 인프라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인 이민자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ABC 방송이 유엔 및 세계은행의 인구자료를 기반으로 이를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오페라하우스가 자리한 시드니 코브(Sydney Cove) 풍경.
ABC 방송 ‘Fact Check’, 유엔-세계은행 인구자료 통해 분석
선진국 가운데 증가율 높지만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다” 결론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로 인한 인구 증가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대도시의 인프라는 호주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이민자 대부분이 대도시에 정착함으로써 인구 성장에도 불구, 지방 지역의 일손 부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연방 정부가 이들을 의무적으로 지방 지역에 거주하도록 하는 이민정책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호주의 인구 성장은 지나친 것일까? 지난 9월, 호주 기업인(전자제품 전국 체인 ‘Dick Smith’ 창업자)이자 자선가, 정치 활동가로, 지난 1986년 올해의 인물(Australian of the Year)에 선정된 바 있는 딕 스미스(Dick Smith)씨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구 증가 속도는 1.6%의 증가율로 이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이처럼 급격한 인구 성장을 늦추기 위해서는 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주 금요일(12일), 주요 이슈를 분석하는 ABC 방송의 뉴스 코너 중 하나인 ‘Fact Check’는 이민자로 인한 호주 인구 증가가 과연 선진국(developed world)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지를 진단, 눈길을 끌었다.
‘Fact Check’는 먼저 “스미스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developed world’는 정형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선진국의 연도별 성장 자료를 보면 호주의 인구 성장은 결코 최상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ABC ‘Fact Check’는 호주 인구 증가율을 UN 및 세계은행(World Bank)의 자료와 비교해 두 기구의 연간 및 5년(2010-15년)간의 평균 증가율로 국가별 인구 성장 순위를 정리했다.
그 결과 호주는 선진국 31개 국가 중 룩셈부르크와 이스라엘에 이어 3위(UN 2015년 자료)에 또는 이들 두 국가 및 뉴질랜드, 아이슬란드에 이어 5위(World Bank 자료)였다.
▲ 호주의 인구 성장은= 지난 9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딕 스미스씨는 호주의 연평균 인구 성장률의 근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연간 1.6%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인구 통계는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에서 분기별로 집계한다. 스미스씨가 인용해 언급한 인구 성장 수치는 ABS의 2017년 12월 자료였다. 이는 지난 12개월 사이 호주 인구가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자료로, 약 38만8천 명이 늘어나 당시 호주 총인구가 2천480만 명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자료였다.
ABC 방송에서 그가 말한 증가율이 지난 12개월 사이의 수치인지 아니면 수년 간의 증가율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ABS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까지 5년 사이의 호주 인구 증가율은 연간 1.5%에서 1.7%로, 평균 연간 증가율은 1.56%였다. ABS의 분기별 집계를 보면 2%대의 인구 성장을 기록한 시기는 2007년 6월에서 2009년 9월 사이였으며 그 외에는 평균 1.50%대를 보이고 있다.
▲ ‘developed country’의 의미= 스미스씨는 호주의 인구 성장률이 ‘선진국’(developed world)에서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언급한 ‘developed world’는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멜번 소재 RMIT대학교(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사이먼 피니(Simon Feeny) 개발경제학 교수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고소득 국가를 지칭하지만 개발의 척도는 다소 임의적”이라고 말했다.
피니 교수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선진국 분류에서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이 기준으로 하면 2018년, 81개국이 고소득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각 가구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은 39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다만 IMF는 이에 대해 “엄격한 기준에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 유엔은 59개국이 높은 수준의 개발 국가라고 보고 있다.
AMP의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수석 경제학자는 각국의 경제개발 평가는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반영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GDP의 경우 각 기구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며 “중동 지역 국가를 비롯해 일부 국가의 경우 소득 불평등과 같은 문제로 ‘개발 국가’의 경계로 평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IMF와 OECD의 측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팩트체크’는 스미스씨의 주장을 평가하기 위해 개별적 또 집합적으로 인구 증가 관련, 네 가지 자료를 모두 검토했다.
▲ 데이터 소싱= ‘팩트체크’는 호주 인구 수치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기 위해 3명의 인구통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 매콰리대학교 닉 파(Nick Parr), 모나시대학교 다말링감 아루나찰람(Dharmalingam Arunachalam) 멜번대학교 피터 맥도날드(Peter McDonald) 교수가 그들이었다.
이들 모두는 유엔 인구통계국(United Nations Population Division)의 전 세계 인구 자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이에 대한 유엔의 가장 최근 자료는 2015년 통계였다.
세계은행(World Bank) 또한 유엔과 다소 다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인구 추정을 제공한다. 세계은행의 인구 통계는 유엔의 자료를 활용하지만 2017년 통계가 나와 있는 등 유엔보다 더 최근 집계된 자료가 있다. 파(Parr) 교수는 팩트체크에서 최근 수치는 그 결과를 과소평가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인구 통계를 역년(曆年. calendar years.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기간) 자료로 산출하는 반면 세계은행은 연중(mid-year)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다.
▲ 이 통계들이 보여주는 것은...= 유엔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연간 인구 증가율은 2015년 1.4%였다. 이는 유엔의 목록 95개 국가 가운데 19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4개의 통계 자료에서 31개 선진국으로 한정하면 호주는 룩셈부르크, 이스라엘 다음에 자리한다.
세계은행 자료는 호주 인구가 2017년 7월까지 12개월 사이 1.6%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세계은행이 갖고 있는 95개 국가 자료에서는 14번째, 31개 국가로 한정하면 5번째의 증가율이다.
하지만 피터 맥도날드 교수는 호주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이스라엘, 아이슬란드를 호주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그리 적합한 국가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2017년 통계를 보면 룩셈부르크와 아이슬란드는 인구 60만 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교수는 경제 규모와 정착 패턴, 이주민의 출신국을 포함, 다양한 요인을 감안할 때 호주의 인구 증가와 적절히 비교할 수 있는 국가는 캐나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장기 추정인구= ‘팩트체크’는 지난 5년간의 평균 자료를 기반으로 호주 인구 증가 순위를 산정했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12-17년까지의 5년간의 증가율에서 호주는 세계은행 자료 95개국 가운데 19번째, 31개 국가 중에서는 룩셈부르크, 이스라엘, 뉴질랜드에 이어 4번째 높은 증가율이었다.
호주의 인구 증가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한 딕 스미스(Dick Smith)씨(사진). 그러나 ABC 방송 뉴스의 팩트체크(Fact Check) 코너는 호주 인구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이를 분석, 스미스시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향후 전망은= 스미스씨는 ‘지속적이지 않은 호주의 높은 인구 증가’를 언급하면서 호주 총인구가 3천만 명을 넘지 않도록 호주가 수용하는 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ABC 방송의 사회문제 진단 프로그램인 ‘National Wrap’에서 호주 인구가 연평균 1.6%씩 증가할 경우 2100년경 호주 인구는 1억 명에 이를 것이라며 높은 인구 문제를 반복,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호주 인구 성장은 자연증가(출생과 사망), 해외유입 순이민(유입과 이주)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파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호주 인구의 자연증가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민 정책은 보다 비중 있는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ABS에 따르면 2017년 12월까지 한 해 동안 전체 인구 증가 가운데 순이민 유입으로 인한 비중은 62%에 달한다.
맥도날드 교수는 “호주의 미래 성장은 이민자와 전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오는 2040년경이면 호주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순이민자 유입은 단기간에 인구를 증가시키며 또 이들이 호주에 오래 거주하면서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자연증가율 또한 높인다고 말했다.
‘팩트체크’는 이런 점에서 호주 인구 증가율은 세계 최고는 아니며, 향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적절한 인구 유지를 위해 이민자 유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루나차말 박사는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수를 보이는 중국, 인도에서의 유입이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주 인구가 향후 4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경우 야기되는 문제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 호주의 각 연도별 12월 분기 인구증가 비율
-1984년 12월 : 1.25%
-1986년 12월 : 1.50%
-1988년 12월 : 1.78%
-1990년 12월 : 1.50%
-1992년 12월 : 1.03%
-1994년 12월 : 0.98%
-1996년 12월 : 1.16%
-1998년 12월 : 1.06%
-2000년 12월 : 1.17%
-2002년 12월 : 1.13%
-2004년 12월 : 1.10%
-2006년 12월 : 1.56%
-2008년 12월 : 2.19%
-2010년 12월 : 1.40%
-2012년 12월 : 1.80%
-2014년 12월 : 1.47%
-2016년 12월 : 1.66%
-2017년 12월 : 1.59%
Source :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 선진국 인구증가율(31개 국 집계)
▲ 2015년 UN 자료
-Luxembourg : 1.98
-Israel : 1.56%
-Australia : 1.38%
-Norway : 1.17%
-Switzerland : 1.09%
-New Zealand : 1.05%
-Canada : 0.97%
-Sweden : 0.77%
-United State : 0.70%
-Belgium : 0.62%
-Iceland : 0.61%
-United Kingdom : 0.59%
-Austria : 0.53%
-Denmark : 0.44%
-France : 0.41%
-Korea(South) : 0.41%
-Finland : 0.40%
-Ireland : 0.30%
-Netherlands : 0.29%
-Germany : 0.27%
-Slovenia : 0.19%
-Slovakia : 0.11%
-Czechia : 0.05%
-Italy : -0.41%
-Japan : -0.15%
-Estonia : -0.23%
-Spain : -0.27%
-Greece : -0.42%
-Portugal : -0.51%
-Lithuania : -1.01%
-Latvia : -1.14%
▲ 2017년 World Bank 자료
-Luxembourg : 2.95%
-New Zealand : 2.12%
-Israel : 1.93%
-Iceland : 1.73%
-Australia : 1.59%
-Sweden : 1.45%
-Canada : 1.22%
-Ireland : 1.22%
-Switzerland : 1.10%
-Norway : 0.91%
-Austria : 0.83%
-Denmark : 0.72%
-United State : 0.71%
-United Kingdom : 0.65%
-Netherlands : 0.60%
-Korea(South) : 0.43%
-Germany : 0.42%
-France : 0.39%
-Belgium : 0.36%
-Finland : 0.29%
-Czechia : 0.24%
-Spain : 0.19%
-Slovakia : 0.17%
-Slovenia : 0.08%
-Estonia : -0.02%
-Italy : -0.13%
-Greece : -0.14%
-Japan : -0.16%
-Portugal : -0.31%
-Latvia : -0.96%
-Lithuania : -1.42%
Source : World Bank, United Nations, OECD, IMF
■ 5년 사이의 인구 성장률
▲ 2010-15년 UN 자료
-Luxembourg : 2.19%
-Israel : 1.65%
-Australia : 1.46%
-Norway : 1.25%
-Switzerland : 1.21%
-New Zealand : 1.09%
-Canada : 1.02%
-Sweden : 0.78%
-United State : 0.72%
-United Kingdom : 0.65%
-Austria : 0.63%
-Belgium : 0.63%
-Iceland : 0.61%
-Denmark : 0.48%
-France : 0.45%
-Finland : 0.43%
-Korea(South) : 0.42%
-Ireland : 0.31%
-Netherlands : 0.30%
-Slovenia : 0.29%
-Germany : 0.20%
-Czechia : 0.13%
-Slovakia : 0.13%
-Italy : -0.08%
-Japan : -0.09%
-Spain : -0.17%
-Estonia : -0.25%
-Greece : -0.40%
-Portugal : -0.44%
-Latvia : -1.23%
-Lithuania : -1.27%
▲ 2012-17년 World Bank 자료
-Luxembourg : 2.43%
-Israel : 1.93%
-New Zealand : 1.68%
-Australia : 1.57%
-Iceland : 1.24%
-Switzerland : 1.14%
-Sweden : 1.12%
-Canada : 1.10%
-Norway : 1.03%
-Ireland : 0.91%
-Austria : 0.88%
-United States : 0.73%
-United Kingdom : 0.71%
-Denmark : 0.63%
-Germany : 0.56%
-Korea(South) : 0.50%
-France : 0.44%
-Netherlands : 0.44%
-Belgium : 0.43%
-Finland : 0.36%
-Italy : 0.34%
-Czechia : 0.15%
-Slovakia : 0.12%
-Slovenia : 0.09%
-Spain : -0.09%
-Estonia : -0.11%
-Japan : -0.13%
-Portugal : -0.43%
-Greece : -0.52%
-Latvia : -0.94%
-Lithuania : -1.10%
Source : World Bank, United Nations, OECD, IMF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