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공화제 전환 검토를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로 미루기로 한 호주 정부 방침에 대해 여왕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5년 호주 방문 당시의 엘리자베스 여왕. 사진 : 트위터(The Royal Family).
영 왕실 기록관 로버트 하드먼씨, <Queen of the World>서 기술
호주의 공화제 전환 운동이 다시금 탄력을 받을까? 이에 대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수, 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라프 보도에 따르면, 여왕의 재임 기간을 서술한 책에서,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사후에 공화제 전환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호주 정부 방침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영국 작가이자 왕실 기록관인 로버트 하드먼(Robert Hardman)씨가 쓴 <Queen of the World>에서 여왕은 만약 호주가 공화제를 원한다면 ‘내 임종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get on with it rather than this lingering deathwatch)는 입장을 밝혔다.
하드먼씨는 버킹엄 궁 관계자를 인용, “여왕 자신은 물론 웨일즈 공(찰스 왕세자), 호주도 그러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 또한 여왕이 세상을 떠나는 죽음의 시계를 지켜보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어 그는 “여왕의 임종까지 지켜볼 수 없기에 (공화제로의 전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버킹엄 궁의 견해임을 언급했다.
호주 공화제 움직임에 대한 버킹엄 궁의 입장은 해리 왕자의 호주 방문 기간에 나온 것이다. 지난 10월19일(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의 ‘Invictus Games’ 개막 행사에 참석한 해리 왕자 부부(사진 : aap).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의 공화제 전환 운동은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으나 지난 1999년 이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이 투표는 공화제 반대가 더 많았다), 성인이 된 윌리엄(William)-해리(Harry) 왕자의 등장 등 새로운 왕실 이미지로 호주 공화제 운동은 교착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 같은 입장은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Meghan Markle) 부부의 호주 방문 기간 중에 나온 것이다.
호주 공화제 전환 검토시기를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로 미루자는 제안은 지난 2010년 집권한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전 총리(노동당) 당시 나온 것으로, 공화제 지지자였던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전 총리(자유당) 또한 길라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턴불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모리슨 총리(Scott Morrison) 총리는 공화제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당 빌 쇼튼(BillShorten) 대표는 내년 5월(예정)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이 문제를 의회에 정식 상정해 국민투표를 열겠다고 약속한 상태이다.
공화제 전환에 대해 쇼튼 대표는 먼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대다수가 찬성할 경우 어떤 형태의 공화제로 전환할 것인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