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웰링턴(Mount Wellington)에서 본 타스마니아 주도 호바트(Hobart) 시. 타스마니아가 호주 본토에서 분리, 독립하는 고민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농업-에너지 자급자족 가능하나 경제 규모 적어 재정 어려움
현재 연방 지원금에 크게 의존... 주 정부, “탈퇴 불가능” 못 박아
호주의 6개 주(State) 가운데 가장 작은 타스마니아(Tasmania)는 바다에 의해 본토와 떨어져 있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타스마니아는 독특한 야생동물과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며 여행자는 물론 대도시 거주자들이 이주하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에 인구는 50만 명 정도에 불과해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지만 거주 환경 면에서는 호주에서 가장 선호되는 곳이다.
반면 타스마니아가 본토와 분리, 독립하는 아이디어는 과거 타스마니아 주 총리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세대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사안이다. 그렇다면 이제 타스마니아는 ‘호주’ 지도에서 빠져나오고 더 이상 동일한 국가 문장(coat of arms)을 사용하지 않을 때가 되었을까?
금주 화요일(8일) ABC 방송은 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언급, 눈길을 끌었다.
타스마니아가 분리된다면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새로운 국가가 표시될 터이다.
전략적 미래학자인 마커스 바버(Marcus Barber)씨는 타스마니아 독립이 실행 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타스마니아는 몇 가지 천연의 이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지역과 비교해 아직 활용되지 않는 부분들”이라면서 “타스마니아가 분리, 독립할 경우 이 섬을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바버씨는 자급자족 가능한 전기 생산, 재생 가능한 에너지 투자, 고부가 가치의 농업 생산이 가능, 타스마니아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는 ‘텍시트’(T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Brexit’ 용어에서 차용한 단어)를 시도한다면, 이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 될 것임을 인정했다.
“타스마니아가 독립 국가로 존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정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어떻게 마케팅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국가 외부에서 소득창출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할 것인지 등을 미리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타스마니아의 분리, 독립 방법은?= 현재 호주 연방에서 타스마니아가 분리되어 나오는 길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시드니대학교 앤 투미(Anne Twomey)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 호주 연방 헌법상 특정 주(State)가 연방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법은 이를 막기 위한 조항을 담고 있으며 ‘영국 왕실 하에 분리될 수 없는 연방’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타스마니아가 분리, 독립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수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투미 교수는 “아마 주요 주(State)의 대다수 호주인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대학교 앤 투미(Anne Twomey) 교수. 헌법 전문가인 그녀는 “타스마니아의 분리, 독립은 호주 헌법이 수정되거나 혁명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스마니아 주 의회.
▲ 혁명에 의해서라면...= 호주 헌법을 변경하는 것 외에 타스마니아가 독립하는 길은 혁명을 통해서이다. 투미 교수는 “현지 정부가 이 지역의 지배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를 적용하며 또 지역민들이 법을 준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 일정 기간 이후 혁명은 법적으로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미 교수는 이런 선택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 타스마니아가 독립할 수 있는 여력은= 설령 헌법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립한다 해도 타스마니아는 ‘자립’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 우선 타스마니아는 GST 지불, 기타 연방 기금을 잃게 된다.
타스마니아대학교 정치과학부의 리차드 에클레스턴(Richard Eccleston) 교수는 독립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금 측면에서 타스마니아는 연방 정부로부터 현지인들이 납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11억 달러를 GST 세수로 받고 있으며, 소득 및 기타 연방 세금으로 연방 정부에 내는 것보다 많은 복지 및 기타 수당을 받는다”면서 “이는 국가 정부를 운영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은퇴한 경제학자 브루스 펠밍엄(Bruce Felmingham) 박사도 타스마니아 자유당의 마이클 홋지먼(Michael Hodgman) 전 의원에게 타스마니아의 분리 문제를 조언한 바 있으며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국가 운영을 위한 세금 기반이 충분하지 않고, 이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타스마니아대학교 정치과학부 리차드 에클레스턴(Richard Eccleston) 교수. 그는 국가 운영을 위한 세금 기반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의료 시스템 문제= 호주의학협회(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는 독립을 가정할 경우, 타스마니아의 국가 보건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단언한다. 커먼웰스 기금 및 GST 지원금 없이 효과적인 국민건강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을 일축한 것이다.
AMA의 타스마니아 지부는 한 성명에서 “타스마니아 거주민이 고령화되고 있으며 건강관리 비용 또한 상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클레스턴 교수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인구에 관한 것이 아니며, 타스마니아가 지불하는 1달러의 GST보다 높은 1.50달러를 연방 정부로부터 받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타스마니아가 독립할 경우 보건 시스템에 큰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호바트(Hobart)의 아가일 스트리트(Argyle Street) 상에 자리한 한 사립병원.
▲ 하지만 먹거리는 충분하다= 독립을 하게 되면, 타스마니아는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 농업 컨설턴트 얀 데이비스(Jan Davis)씨는 농산물 수출 여력은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그녀는 “타스마니아는 이미 농산물의 80%를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이중 상당 부분이 타스마니아의 명성으로 인해 높은 프리미엄 수출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타스마니아 국민을 위한 소득이자 타스마니아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 식량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데이비스 컨설턴트는 타스마니아가 연방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브렉시트’(Brexit)처럼 준비되지 않은 분리에 대해서는 경고했다. “타스마니아가 거래하던 모든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는 그녀는 “다른 국가와의 무역협정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수십 년에 걸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농업 컨설턴트인 얀 데이비스(Jan Davis)씨(사진). 타스마니아의 농업 생산이 충분히 자급자족 가능하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다.
현재 타스마니아 농축산업은 80%가 수출되고 있다. 특히 타스마니아의 청정 이미지로 대부분 제품은 높은 프리미엄 수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사진은 타스마니아 한 목장의 육우들.
▲ 에너지 생산은= 자립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 또한 마찬가지이다. ‘Goanna Energy’ 수석 컨설턴트인 마크 화이트(Marc White)씨는 “경기가 좋은 해에는 타스마니아가 사용하는 전력의 90%를 생산하기도 한다”면서 “현재 계획된 풍력발전소의 온라인화가 구축되면 95%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측면에서 타스마니아는 독립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앞선 주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타스마니아는 아직 본토와 타스마니아 사이의 바스 해협(Bass Strait)을 잇는 해저 연결망 ‘Basslink’를 통해 에너지를 들여오고 있으며, 운송수단을 위한 연료, 천연가스도 정기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화이트씨는 “우리는 이런 연료의 저장 측면에서 이 상황을 보아야 하며, 이는 선박을 통해 자주 공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스 해협 아래 묻혀 있는 석유와 가스 자원에 대한 권리를 놓고 ‘호주’와 전쟁을 벌이는 문제도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바스 해협 아래의 자원 발견은 이미 이루어졌던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분석가인 마크 화이트(Marc White)씨. 타스마니아는 필요 전력의 90% 이상을 생산할 수 있지만 자동차 연료, 천연가스는 본토에서 공급받는다고 지적했다.
타스마니아는 필요시 전력의 90%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본토에서의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사진은 데빌 게이트 댐(Devils Gate Dam).
▲ 국방 문제= 모든 국가는 나라를 지켜낼 방위군이 필요하다. 독립이 될 경우 타스마니아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호주 전력정책연구원(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의 수석 연구원인 말콤 데이비스(Malcolm Davis) 박사는 “타스마니아의 경우 국가 방위군이 필요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해안 경비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사적 위협은 없지만 해안 수색과 구조 활동, 불법 어업, 기타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업보호 선박, 공중 순찰용 항공기가 필요하며 무인항공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데이비스 박사는 “이 같은 최소한의 활동조차도 타스마니아 국가 재정에 압박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당한 힘을 지탱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그는 “결국 국가 안보는 호주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독립을 하게 되면 타스마니아는 방위군을 둘 필요는 없지만 해안 안전 및 보호를 위한 경비대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호주 방위군.
국방 연구원인 말콤 데이비스(Malcolm Davis) 박사. 그는 최소한의 해안 경비대를 운영하는 것도 타스마니아로서는 상당한 재정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아직은 국가(國歌. national anthem)를 준비할 때가 아니다= 타스마니아 주 자유당 정부의 윌 홋지먼(William Edward Felix Hodgman) 주 총리는 타스마니아 분리, 독립에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호주 연방에서 분리할 경우 경제 전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홋지먼 주 총리는 “타스마니아 정부 수입의 상당 부분이 연방 지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 스스로 농담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마니아 주 윌 홋지먼(Will Hodgman) 주 총리(사진)는 연방의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면서 연방 탈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주 총리는 “우리는 타스마니아 병원, 학교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호주 연방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타스마니아는 호주 연방의 일원으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때문에 주 정부는 연방 탈퇴의 뜻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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