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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분수 안에 던진 동전들의 사용처를 놓고 로마 시 당국과 이를 자선 기금으로 사용해 오던 가톨릭 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로마 시 의회는 오는 4월 1일부터 분수에 던져진 동전을 시에 귀속하겠다고 결정했다.

 

로마 시, 분수에 던져지는 동전(연간 238만 달러), 시 당국에 귀속 결정

 

‘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를 방문하면 동전을 던져라. 이는 당신에게 행운을 줄 것이며 언젠가는 이 영원의 도시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로마의 명소로 매일같이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트레비 분수에서의 동전 던지기는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하나의 필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 동전의 사용처에 대한 변경이 세속적인 당국과 로마 가톨릭 교회 간의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고 의심하는 이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트레비 분수는 로마의 분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명소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의 디자인으로 1732년 공사를 시작해 1762년 궤세페 판니니(Giuseppe Pannini)가 완공한 이 분수는 개선문을 본뜬 벽화를 배경으로 흰 대리석을 이용해 거대한 1쌍의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바다의 신 트리톤(Triton)이 이끄는 전차 위에 또 다른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e) 상이 거대한 조개를 밟고 서 있는 모양이다. 이 석상 주위의 바위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와 연못을 이루는데, 이 연못을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고 하는 속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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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건축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의 디자인으로 1732년 공사를 시작해 30년에 걸쳐 완공된 트레비 분수는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로 매일 수많은 여행자가 방문한다.

 

이렇게, 여행객들이 던진 동전은 연간 150만 유로, 호주화로 238만 달러에 달한다. 매일 4천 유로의 동전이 쌓이는 셈이다. 이 동전들은 가톨릭 교회의 자선단체 ‘까리타스’(Caritas)에서 가난한 이들 또는 홈리스를 위해 사용해 왔다.

금주 화요일(14일) 영국 텔레그라프(Telegraph) 보도에 따르면 최근 로마 시가 오는 4월1일부터 이 동전들을 더 이상 까리타스에 전하지 않고 로마 시에서 문화유적 유지 관리 및 복지 프로그램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가톨릭 교회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로마 시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2월 말 시 협의회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주교회의(Italian Bishops’ Conference)가 발행하는 일간지 ‘Avvenire’는 지난 1월14일(토) 자(현지 시간) 신문을 통해 로마 시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을 비난했다. 신문은 ‘가난한 이들의 돈을 착취한다’는 제목의 커버 기사를 통해 로마 시 관료들을 ‘가난한 사람들의 적’이라며 의회의 관료주의를 비꼬았다.

까리타스 측은 로마 시 의회가 이 결정을 번복하기를 바라지만 이들이 못 박은 4월1일부터 로마 시로 환수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베로니 암바로스(Benoni Ambarus) 신부는 ‘Avvenire’에서 “로마 시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며 “나는 지금도 이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 자선기구인 까리타스 측은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로마 시 당국이 시에 귀속하는 것에 대해 많은 정치인, 성직자, 언론, 시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반면 가톨릭 교회가 이 동전을 차지할 권리는 없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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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는 영화(1954년 작 ‘Three Coins in the Fountain’) 이후 동전 던지기는 방문객들의 전통이 됐다. 오늘날 매일 이곳에 쌓이는 동전은 4천 유로에 달한다.

 

로마 시 당국이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손에 넣으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가장 최근에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비난 받는 현 버지니아 라기 시장이 재정 확보를 위해 지난 2017년 시 의회에서 발의했다가 광범위한 비판을 받자 1년간 연기한 바 있다.

까리타스는 1971년 로마에서 시작된 가톨릭 교회 자선기구로, 트레비 분수대에 던져진 동전을 모아 도시 노숙자들, 또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현재 까리타스는 단순히 홈리스 및 가난한 이들의 지원을 넘어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보건-교육-노동 분야로 지원 활동을 확대한, 가장 폭넓은 자선기구이다.

트레비 분수에서의 동전 던지기 전통은 세 명의 미국 여성이 트레비 분수에 세 개의 동전을 던져 사랑에 대한 기적을 이루어 낸 1954년 영화 ‘Three Coins in the Fountain’(감독 Jean Negulesco)에서 시작됐다.

한편 트레비 분수는 매일 수많은 여행자들이 몰려 곳곳에 보수해야 할 부분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로마 시 당국은 분수 주변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훼손된 주변 도로 보수에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로마 시 자료에 따르면 이제까지 시 당국은 트레비 분수 주변의 훼손된 도로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한 사례가 4천500건이 넘는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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