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GO 단체인 ‘옥스팜’(Oxfam)은 지난 22일(화, 스위스 현지시간) 시작되는 세계경제포럼(Davos Forum) 개막을 앞두고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부가 특정 부유층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각 정부가 조세회피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멜번컵 경마대회장에 나온 호주 최고 부자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 가운데). 사진 : aap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 보고서... 부의 집중-이의 구조적 문제 ‘심화’
호주의 억만장자 수가 더 늘어난 가운데 부(wealth) 또한 이들에 더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리치’들은 빠르게 자산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이로써 호주의 상위 1% 부유층이 하위 70%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기반의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억만장자 수는 33명에서 43명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도 1천600억 달러가 증가했다.
옥스팜은 이 같은 자산 증가에 대해 연방 정부의 전체 보건부문 예산의 절반을 충당할 만큼의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22일(화. 스위스 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세계경제포럼(Davos Forum) 개막 직전에 나온 이번 보고서에 대해 ‘옥스팜 오스트레일리아’ 대표인 헬렌 조키(Helen Szoke) 박사는 “가장 혜택 받지 못하는 계층이 이미 확립된 빈곤의 악순환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키 박사는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이지만 (부를) 가진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만연된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불평등이 계속되어서는 안 되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적극 대응해야“
조키 박사는 “여전히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연방 정부에 촉구했다. 최근 호주 국세청(ATO) 자료에 따르면 호주 내 기업의 3분이 1이 전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옥스팜은 세무 담당자가 기업들에게 세금 관련 공적 보고서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이 정보는 ATO에서 수집하지만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는다.
조키 박사는 또 연방 정부가 여성 관련 예산을 부활하고 원주민을 위한 보건 및 교육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호주의 성별 임금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여성들의 경제적 불이익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남성이 직장에서 1달러를 벌어들일 때 여성이 얻은 수입은 85센트이다.
또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Torres Strait Islander)들 또한 상당 비율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옥스팜은 최근 연방 정부의 원주민 건강 성과 보고서를 인용, 매주 최하위 소득을 올리는 25%의 호주인 그룹에 원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원주민 17%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16년 인구조사 자료는 주(week) 수입이 호주 평균(주 $1,160)보다 낮은 원주민 비율이 80%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티오피아 보건 예산 버금가는
제프 베조스의 자산
옥스팜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 사이, 전 세계 억만장자 수는 거의 두 배가 됐다. 이들의 자산 또한 지난 한 해에만 9천억 달러가 증가했다. 하루 25억 달러가 늘어난 셈이다.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전 세계 억만장자는 매일 2명씩 탄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bes)에 따르면 2018년 3월 전 세계 억만장자 수는 2,208명이며 10명 중 9명이 남성이다.
지난해 포브스가 집계한 전 세계 최고 부자, ‘아마존’(Amazon)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자산은 미화 1천120억 달러(호주화 약 1천56억 달러)이다. 옥스팜은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 베조스 최고경영자의 자산 1%가 1억500만 명에 달하는 에티오피아 전체 보건 예산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지나친 부의 집중 사례로는 포브스 집계(2018년) 세계 19위 부자인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도 있다. 뭄바이(Mumbai)에 있는 570피트 높이의 그의 거주지는 10억 달러(미화)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개인 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부의 집중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슈퍼리치’ 26명이 소유한 자산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8억 명의 빈곤층이 가진 자산 총액과 맞먹는다. 이전 해에는 43명의 부유층 자산이 이와 맞먹었지만 불과 1년 사이 특정 부자들에게 자산이 더 집중된 것이다.
전 세계 부자들의 조세 회피를 추적한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먼(Gabriel Zucman)씨는 지난 2013년 발간한 저서 ‘The Hidden Wealth of Nations’에서 전 세계 개인 자산의 8%에 해당하는 7조6천억 달러(미화)가 조세 회피처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슈퍼리치’,
7조6천억 달러 숨겨
옥스팜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의 부 또한 과소평가되고 있다. 보고서는 1달러 당 4센트만이 부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다. 옥스팜은 정부가 부유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는 노력을 통해 전 세계 부의 불평등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슈퍼리치들은 조세 당국으로부터 7조6천억 달러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부자들의 조세 회피를 추적한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먼(Gabriel Zucman)씨는 지난 2013년 발간한 저서 ‘The Hidden Wealth of Nations’에서 전 세계 개인 자산의 8%에 해당하는 7조6천억 달러(미화)가 조세 회피처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에는 법인세 회피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옥스팜의 이번 보고서는 고착된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히 저렴한 의료 서비스조차 받지 못해 매일 1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 빈곤층 어린이는 부유층 어린이에 비해 5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두 배나 높다.
성별 임금격차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남성은 전 세계 여성보다 50%나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기업 관리자 가운데 남성은 86%에 달한다.
옥스팜은 전 세계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덜 받는 임금이 단일 회사에서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이 금액은 ‘애플’ 사가 이루어내는 연간 매출의 4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 호주 상위 10대 부자
(괄호 안은 자산)
-Gina Rinehart($17.4b)
-Harry Triguboff($9.2b)
-Vivek Chaand Sehgal($6b)
-Frank Lowy($5.9b)
-Anthony Pratt($5.5b)
-Andrew Forrest($4.4b)
-John Gandel($4.1b)
-James Packer($4.1b)
-Mike Cannon-Brookes, Scott Farquhar(각 $3.4b)
-Lindsay Fox($3.4b)
(Source: $US, Forbes Billionaires List as of March 2018, Oxfam)
■ 옥스팜은...
옥스팜(Oxfam)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해상봉쇄령(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해상을 통한 무역을 막았던 정책)으로 인해 굶주림을 겪는 그리스인들을 구호할 목적으로 1942년 영국 옥스포드 주민들이 모여 ‘옥스포드 학술위원회’를 구성, 모금을 하고, 이듬해부터 아테네 등에 생활품을 원조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전쟁이 끝난 1945년 벨기에의 전쟁난민 구호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점차적으로 영역을 넓혀갔으며 1953년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고아와 난민을 위해 6만 파운드를 지원하는 등 초기에는 단순히 식량 원조를 통한 기아 및 난민 구제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 이어 1960년대 들어서는 ‘공정무역’과 ‘착한 소비’ 등 빈곤-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원적 해결책 제시에 주안점을 두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 들어서는 국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를 위한 긴급 구호활동과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불의나 부조리를 개선시키기 위한 기술교육과 창업을 돕고 있다. 지난 1995년에는 독립적 국제 NGO 단체 ‘옥스팜 인터내셔널’(Oxfam international)을 창설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