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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유능한 ‘Multi-Tasker’가 아니라 단지 더 많은 일을 한 뿐”

멜번대학교 정책연구소 전문가 분석... 가사 부담으로 정신적 문제도 증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인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직장 일과 가사를 마치 곡예를 하듯 해나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갖가지 집안 일, 사회활동 업무 등이 뒤섞여 있다. 여성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이런 점에서 비롯된 ‘신화’일 수도 있다.

반면 과학저널 ‘PLOS One’에 최근 소개된 한 연구 결과는, 여성들이 실제로는 남성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는 순차적 업무 처리가 능한지, 아니면 동시에 여러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나은지를 테스트한 것으로, 그 결과 여성의 두뇌는 이런 활동 어느 쪽이든 남성에 비해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진단됐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 반박하는 내용의 주장도 있다. 최근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정책연구소인 ‘The Policy Lab’ 연구소장이자 사회학교 부교수인 레아 루패너(Leah Ruppanner) 박사가 여성의 멀티태스킹과 관련한 여러 자료를 기반으로, 반박 글을 비영리 온라인 학술지 ‘The Conversation’에 게재한 것. 루패너 박사에 따르면 여성들이야 말로 계속되는 업무에 더해, 가족 행사 및 가사에 시달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또한 바로 그런 이유로 멀티태스킹에 대해 여성의 두뇌를 남성의 두뇌와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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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저널 ‘PLOS One’에 소개된 한 연구에서 여성들이 실제로는 남성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정책연구소인 ‘The Policy Lab’의 레아 루패너(Leah Ruppanner) 박사가 이를 반박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Multitasking’에

능숙한 사람은 없다”

 

멀티태스킹은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독립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단일 작업을 차례로 완료하는 것에 비해 늘어난 인지 수요를 기반으로,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루패너 박사에 따르면 ‘PLOS One’ 저널에 소개된 연구는 인간의 두뇌가 한 번에 여러 작업 수행을 관리할 수 없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특히 두 가지 작업이 유사할 경우, 두뇌는 동일 업무를 위해 경쟁하는데, 이는 멀티태스킹을 어렵게 만든다.

다만 인간의 두뇌는 업무를 빠르게 전환하는 데 능숙하여 인간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두뇌는 한 순간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PLOS One’에 소개된 연구에서 독일 연구진은 남녀 각 48명을 대상으로 문자와 숫자를 얼마나 잘 식별하는지를 비교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한 번에 두 가지 작업(concurrent multitasking)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다른 실험에서는 순차적으로 작업을 수행(sequential multitasking)하도록 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제어 조건에 대한 멀티태스킹 실험의 반응 시간 및 정확도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 멀티태스킹이 남성과 여성의 업무 완료 속도 및 정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루패너 박사는 ‘실험대상 남녀들의 평등한 정신 상태’ 라는 실험의 기반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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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패너 박사는 일반적으로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은 없다는 주장이다. 단지 여성이 여러 가지 일에 능하다는 인식은 ‘신화’가 아니라 단순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출산 후 점차

늘어나는 가사 업무

 

최근 발표된 남녀 가사 노동시간 비교 조사 자료에 의하면 호주 남성은 이전에 비해 가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대부분의 가정 일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직장 여성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 업무와 가사 일에 들이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는(bread-winning) 아버지에 비해 같은 역할을 하는 어머니의 업무는 한 주(weekly)에 4시간이 더 많았다.

이는 워킹맘들이 직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육아나 자녀의 생일파티 챙기기, 발레 수업 데려다주기 등과 같은 여러가지 가사 일에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서 루패너 박사는 자신이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 어느 공간의 더러운 정도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인식 정도는 똑같은 반면, 더러운 정도에 대한 확인 욕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았다면서, 결국 남성이 여성에 비해 청소를 잘 하지 않는 것은 ‘지저분한 것을 외면하는’(dirt blindness) 남성들에 비해 여성의 청결도가 더 높다는 증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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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다방면에 능하다...’

그 ‘신화’의 결과는

 

‘PLOS One’에 게재된 연구처럼 여성의 두뇌가 멀티태스킹에 의해 긴장되는 정도가 남성과 똑같다면 왜 우리는(혹은 사회는) 여성에게만 여러 업무를 수행하도록 걔속 요구하는 것일까?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로, 그 결과는 무엇인가?

루패너 박사는 동료 연구원들과의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어머니들은 아버지들에 비해 더 시간에 쫓기고 또한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불리했다. 연구원들의 조사 결과 자녀가 태어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는 더 시간에 쫓기게 되는데, 그로 인해 느끼게 되는 압박감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두 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자녀가 태어나면 어머니들은 또 다시 두 배의 압박감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여성의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진다.

자녀가 태어나거나 가사 일에 대한 가족의 요구가 높아질수록 여성은 유급 노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루패너 박사는 “여성들은 가족이 깨끗한 양말을 신도록 하는 데 남성에 비해 훨씬 더 큰 정신적 짐을 떠안고 있다. 여성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충분한 베지마이트(Vegemite)가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어야 하며, 이러한 여성들의 가사 노동 때문에 정작 회사 일(예를 들면 다음 판촉 계획을 세우는 시간 등)에 필요한 시간을 희생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밤이라고 해서 여성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자녀가 잠들 때까지도 여성들은 멀티태스킹을 요구받는다. 아이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재워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성 역할이 바뀌고 있고 과거에 비해 남성이 집안 일과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는 있지만 성별의 차이는 아직도 여러 중요한 영역, 가사의 많은 부분에 여전히 남아 있다. 보육시간 배분, 가사 분담, 임금 격차, 고위직책 여성의 낮은 비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루패너 박사는 “따라서 멀티태스킹 ‘신화’는 어머니가 ‘모든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이 의무야말로 여성의 정신건강, 직장 업무에서의 능력 발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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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받는 여성의

‘멀티태스킹’ 신화

 

루패너 박사는 “‘여성은 효율적인 멀티태스커(multitasker)로서 남성보다 생물학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신과 동료 연구원들의 연구에서처럼 이 인식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신화’가 결코 아니다. “이는 단지 여성들이 수행해야 하는 여분의 가사로 보는게 맞다”라는 게 루패너 박사의 말이다.

루패너 박사는 “이에 따라 가족 내에서 이 일(여분의 가사)이 적절하게 분류되고 논의를 통해 동등하게 분담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많은 남성들이 그 어느 시기보다 성 평등, 동등한 분배, 공동 육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라며, 그녀는 가정에서 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이러한 식의 잘못된 신화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나은 ‘멀티태스커’라는 인식은 회사 업무 배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회의록 작성 등의 업무가 성별에 따라 할당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루패너 박사는 “정부 및 정치인들 또한 정책 입안시 이러한 ‘신화’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한다. “육아 문제는 쉽게 멀티태스킹 할 수 없는 일들을 여성들에게 추가로 주문한다. 여성들은 자녀들을 위해 (경제적으로) 감당이 가능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질이 높은 보육 서비스를 원한다”고 정부 보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에 더해 남성들 또한 이 노동(육아 및 가사)에 참여하기 위해 유연한 업무시간, 육아 휴직, 아이 보육 시간 때문에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보호막’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어 루패너 박사는 ‘The Conversation’을 통해 “여성이 슈퍼히어로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이러한 신화를 바로잡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더 나아가 남녀평등이 정착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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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가사노동 시간

 

자녀가 없는 커플

(구분 : 남성 / 여성. 주 평균 시간)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 : 14.9 / 22.1

-남녀 커플 동등한 수입 : 12.3 / 16.3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 : 16.2 / 17.6

 

자녀가 있는 커플

(구분 : 남성 / 여성. 주 평균 시간)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 : 26.2 / 55.1

-남녀 커플 동등한 수입 : 27.2 / 41.3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 : 30.3 / 43.4

 

(Source : HILDA Survey 2017)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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