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6일부터 울룰루(Uluru) 등반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시행 전 최근 몇 달간 이 바위를 오르려는 방문자들이 크게 증가했고, 이 지역 거주민들은 여행자들의 불법 야영, 사유지 무단 침입, 쓰레기 방치에 대해 호소한 바 있다. 울룰루 바위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을 받아 여러 가지 색깔을 보여준다.
공원 당국, 25일(금) 오후 4시 기해 ‘Permanent Closure’ 표지판 설치
호주 중앙 내륙, 세계 최대의 단일 바위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울룰루(Uluru)가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온 원주민 아낭구(Anangu) 부족의 소유로 인정된 지 올해로 34년이 됐다. 그 동안 아낭구 부족은 울룰루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바위에 오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들의 바람이 2019년 10월26일(토) 부로 공식 시행됐다.
하루 앞서 지난 25일(금) 호주 중부 표준시간(Australian Central Standard Time. ACST)으로 오후 4시를 기해 공원 관리당국은 ‘Permanent Closure’(영구 폐쇄)라는 표지판을 설치, 더 이상의 등반을 차단했다.
다만 이 시간 이전에 등반을 한 이들은 일몰 때까지 바위에 머물 수 있었으며, 이들은 호주원주민 문화에서 성스럽고 소중한 장소에 발을 디딘 마지막 방문자가 됐다. 이후 이 바위에 오르는 경우 법적 조치가 취해지며 수천 달러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울룰루(Uluru)의 소유자인 원주민 아낭구(Anangu) 부족이 오랜 기간 촉구해 왔던 등반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10월26일 공식 시행에 앞서 25일(금) 오후 4시(ACST 기준), 공원 관리자와 아낭구 부족 원로가 ‘등반금지’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 ABC 뉴스화면 캡쳐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Uluru-Kata Tjuta National Park) 당국에서 일하는 아낭구 부족 출신 순찰대원 치앙구 토마스(Tjiangu Thomas)씨는 “아낭구 부족 커뮤니티와 울룰루 지역에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부족은 등반 금지 요구라는 긴 여정을 이어 왔기에 오늘 이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이제 그들(아낭구 부족 선조들)은 이곳에 없지만 우리는 부족 선대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울룰루 방문자들이 바위에 오르려 했던 것은 원주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울룰루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마음과 감정으로 원주민 문화를 느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마스씨는 “최근 몇 달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바위에 오르려 했는지를 보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울룰루 등반금지가 시행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지난 수개월 사이,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이전에 울룰루를 올라가 보려는 이들의 울룰루 방문이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토마스씨는 “결국 (원주민 문화에 대한) 존중이 선택된 것”이라면서 “금지 조치 하루 전인 오늘도 방문객이 많았지만 그래도 얼마 전 스쿨 홀리데이(School Holiday) 기간에 비하면 크게 적은 수”라고 평했다.
기존 등반 트랙 앞에 세워진 등반금지 표지판. 사진 : ABC 뉴스화면 캡쳐
‘등반 금지’ 앞두고
방문객 늘어 ‘몸살’ 앓기도
한편 10월 26일 등반 금지 시행을 앞주고 마지막으로 이 바위를 올라보려는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최근 수개월간 울룰루 지역이 쓰레기 방치, 무단 캠핑 등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Uluru-Kata Tjuta National Park)의 캠프 그라운드는 몰려드는 방문객들을 다 수용하지 못했고, 울라라(Yulara)의 숙박시설조차 부족해 도로 주변에서 무단으로 캠핑을 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센트럴 오스트레일리아 관광청’(Tourism Central Australia)의 스티븐 슈워(Stephen Schwer) 대표는 지난 7월 여행자들이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캠핑을 하거나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 장소에도 무단으로 들어간다고 지적하며 “이 지역 목축 농장으로부터 여행자들의 무단침입 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정된 캠핑 장소가 아닌 곳에서 야영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함부로 불을 피우며 쓰레기 및 캐러밴에서 나오는 환경오염 폐기물을 무단으로 방치하여 주민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등반금지 위반 대상 엄격히 조치
공원 관리자들 순찰도 강화
이날 오후 4시, ‘Permanent Closure’ 표지판이 설치될 때는 이 광경을 보고자 많은 아낭구 부족민들이 모여들었다.
부족 원로 중 한 명으로, 휠체어에 앉아 등반 금지 표지판 설치를 지켜본 넬리 패터슨(Nelly Patterson)씨는 “정말 기쁜 날이고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해 부족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오랜 시간, 울룰루를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부족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패터슨씨는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 올라 함부로 볼일을 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가슴 아팠다”고 덧붙였다.
이날 등반금지 표지판 설치 후 국립공원 관리 당국인 ‘Parks Australia’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울룰루 등반금지 조치를 위반한 이들은 엄격한 조치에 취해질 것이며 공원 관리자들의 순찰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울룰루 방문객들이 이 바위의 전통적 소유자인 원주민 부족의 법과 바램을 존중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Parks Australia’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ACST 기준) 이후 울룰루에 오르는 이들은 호주의 ‘환경보호 및 생물 다양성 법(Environmental Protection and Biodiversity Act. EPBC)’ 위반에 해당된다.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 관리국의 마이크 미소(Mike Misso) 매니저는 “등반금지 규정을 위반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EPBC 위반만으로도 법정에 소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반자 적발을 위해 레인저를 추가로 배치할 것”이라며 “노던 테러토리 경찰 당국 또한 우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낭구 원주민들에게 울룰루는 부족의 탄생 신화가 시작된 신성한 장소이자 선대의 영혼이 깃든 곳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이들은 울룰루 방문객들에게 바위에 오르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끊임없이 호소해 왔다. 아낭구 부족과 함께 이 지역에서 살아온 응구라리차(Nguraritja) 부족에게도 울룰루는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울룰루와 카타추타(Kata Tjuta, 울룰루 동쪽으로 25km 거리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 군집)는 지난 1985년 10월26일을 기해 전통적으로 이곳의 주인임을 주장해 온 아낭구 부족에게 토지 소유권이 넘겨졌다.
호주에서 울룰루 관광이 시작된 이래, 이 바위에 올랐거나 오르는 과정에서 사고 또는 개인적 건강 문제로 사망한 이들은 37명에 달한다.
한편 공원 당국은 등반금지가 시작된 지난 주말(26일)부터 등반 트랙에 설치됐던 체인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전통적으로 울룰루 소유권을 주장해 온 이 지역 기반의 원주민 ‘아낭구’(Anangu) 부족은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신성한 곳이라며 등반 자제를 호소해 왔다. 사진은 울룰루를 오르는 사람들. 사진 : 인스타그램 / cock_decoq
등반이 허가된 코스의 쇠줄을 따라 바위를 오르는 방문자 행렬. 사진 : 인스타그램 / ennekapeapeon
현지 관광업체들 우려에
국립공원, ‘원주민 문화’ 개발 추진 밝혀
한편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관광업계는 울룰루 등반 옵션이 없어질 경우 이 지역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Uluru-Kata Tjuta National Park) 측은 바위 등반을 금하는 대신 문화와 지역적 요소에 초점을 맞출 경우 여행 수요를 지속시킬 수 있다면서 호주의 아이콘 중 하나인 울룰루 관광을 재정립한다는 일부 계획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ABC 보도에 따르면 중앙 내륙 도시 앨리스 스피링(Alice Springs)에서 440킬로미터 거리의 울룰루 관광 허브 율라라(Yulara)의 숙박업소들은 등반 금지가 시행되면 여행자들이 크게 줄어든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일부 사업자들은 이 결정에 대해 “미친 짓”(bat-shit crazy)이라고까지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원 관리 당국 측은 비록 울룰루 방문객들이 바위에 오르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지만 등반 금지로 인한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향후 울룰루 관광업에 대해서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표지판 설치 과정을 지켜본 아낭구 부족 원로 중 한 명인 넬리 패터슨(Nelly Patterson)씨.
그녀는 “정말 기쁜 날이고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진 : ABC 뉴스화면 캡쳐
아낭구 부족 출신의 울룰루 공원 관리자 치앙구 토마스(Tjiangu Thomas)씨는 이번 조치에 대해 “결국 (원주민 문화에 대한) 존중이 선택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등반금지 표지판을 설치한 뒤 공원 관리자와 아낭구 부족 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ABC 뉴스화면 캡쳐
울룰루 여행,
문화-자연-역사에 초점
이 지역의 토지를 관리하는 ‘Central Land Council’의 새미 윌슨(Sammy Wilson) 의장은 “울룰루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 파크가 아니다”며, 울룰루 등반 금지 시행 이후 방문자가 줄어들 것에 대비, 문화와 역사에 중점을 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최근 ABC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놓고 지역 여행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이 계획에는 방문자들에게 문화와 자연을 기반으로 한 환상적 체험을 제공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 측의 이러한 새로운 계획에 대해 호주 원주민 출신이자 멜번(Melbourne) 소재 스윈번대학교(Swinburne University)의 원주민 관광 전문가인 앤드류 피터스(Andrew Peters) 선임 강사는 “잠재력이 있다”며 “이 바위를 걷고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가져가고, 또 거기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등 울룰루 방문자들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소라야(Soraya)씨는 지난 5월 울룰루를 방문했고 이 바위 등반길을 안내하는 쇠사슬 줄 사진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울룰루 등반을 하지 않는 대신 여행자들이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에 감사를 표했다. “울룰루 주변에는 기본 산책로가 있고, 동굴 속의 원주민 벽화, 바위를 따라 가면서 만나는 쉼터가 있어 다른 멋진 사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앞으로 바위에 오를 수 없는 것과 관계없이 울룰루를 다시금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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