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6개월 이상 침체를 보였던 호주 부동산 시장이 지난 6월 이후 반등세로 돌아선 가운데 지난 달 주택 가격이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남부 호주(SA) 노우드(Norwood)의 한 주택 경매 현장.
부동산 컨설팅 ‘코어로직’ 보고서, 시드니와 멜번서 가격 상승 두드러져
지난 달 호주 주택 가격이 4년여 만에 두드러진 성장률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컨설팅 사인 ‘코어로직’(CoreLogic)의 ‘10월 주택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달 호주 주택 가격은 1.2%의 큰 반등을 보였다. 이는 4개월 연속 지속된 성장세이며 10월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특히 전국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시드니와 멜번은 11월 현재까지도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어로직’ 집계 결과 멜번 주택 가격은 지난 10월 한 달에만 전월대비 2.3%, 시드니는 1.7%가 올랐다. 호주 주요 도시 가운데 가격 하락을 보인 곳은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 0.4% 하락)가 유일했다.
‘코어로직’의 팀 로리스(Tim Lawless) 수석 연구원은 시드니-멜번의 강한 반등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다른 도시에 비해 견고한 노동시장 상황, 강한 인구 성장, 여기에 지난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맞물려 주택담보 대출자의 신용도가 향상된 점”을 꼽았다.
로리스 연구원은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 인지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 또한 특정 가격대의 주택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SW 주는 지난 2017년 7월1일부터 인지세 면제 범위를 확대, 65만 달러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신규 또는 기존 주택에 상관없이 주택 구입에 부과되는 인지세(stamp duty)를 면제해 주고 있으며 65만 달러 이상, 80만 달러 이하의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인지세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코어로직’은 지난 2017년 상반기부터 침체를 보이던 호주 주택 시장이 올 6월 최저점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개월 사이 주택 가격 상승은 5.7%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0개월간 가격 하락이 8%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이전의 하락폭을 만회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로리스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을 보일 조건들이 있지만 시드니와 멜번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의 경우 아직은 크게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기별 주택 가격 변동 집계를 보면 시드니와 멜번은 5% 이상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캔버라(Canberra) 2.4%, 브리즈번(Brisbane) 1.1%, 호바트(Hobart) 1%로 도시별 상승폭은 차이가 컸다.
지난 9월 분기,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는 1.0%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두드러진 상승폭이 아니지만 지난해 말 이후의 시장 흐름에서 보면 가장 큰 성장률이었다. 로리스 연구원은 “퍼스와 다윈(Darwin, Northern Terrotory)은 지난 9월 분기 각 1.7%, 1.2%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지만 하락 추세는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분기 퍼스의 1.7% 하락은 지난 14개월 사이 가장 적은 하락폭이며, 지속적 하락세를 보이던 다윈은 지난 달 들어 소폭의 상승세(0.3%)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중반 이후 다윈의 주택 가치 하락은 31%, 퍼스는 22%에 달해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회복에 따라 많은 예비 구매자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12개월 전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편이다.
이에 대해 로리스 연구원은 “공급 주택 부족은 지속적인 불확실성과 시장에 대한 회복되지 않은 신뢰도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 정책과 함께 호주 경제가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소비 심리 또한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호주 주택 가격 인덱스
(지역 : 월간-10월 / 분기 / 연간 성장률-%)
-Sydney : 1.7 / 5.0 / -2.5
-Melbourne : 2.3 / 5.5 / -1.9
-Brisbane : 0.8 / 1.1 / -1.3
-Adelaide : 0.4 / 0.1 / -0.9
-Perth : -0.4 / -1.7 / -8.7
-Hobart : 0.9 / 1.0 / 2.6
-Darwin : 0.3 / -1.2 / -9.2
-Canberra : 0.6 / 2.4 / 2.0
-Regional : 0.4 / 0.5 / -1.9
-National : 1.2 / 2.9 / -2.3
(Source: CoreLogic)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