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직장 여성이 호주의 다른 주요 도시 여성에 비해 더 이른 나이에 은퇴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는 시드니의 높은 주거 및 생활비를 감안해 타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반대로 높아진 부동산 가치가 재정적 여유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드니 여성들, 호주 다른 도시 여성들 비해 은퇴 빠르다
‘SGS Economics and Planning’ 보고서, 남여 은퇴연령 격차는 좁혀져
호주 여성의 예상 퇴직 연령은 1980년대 중반 이후 5년이 높아졌지만 시드니 거주 직장 여성의 경우 다른 도시에 비해 보다 이른 나이에 은퇴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경제 컨설팅 사인 ‘SGS Economics and Planning’(이하 SG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시드니 거주 여성의 예상 은퇴 연령은 호주 각 대도시에서 가장 낮았으며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나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와 비교하면 2년이 빨랐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시드니의 높은 생활비 부담으로 직장인들이 보다 이른 나이에 은퇴한 뒤 생활비는 물론 주거비용이 저렴한 타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드니의 부동산 가치 상승 또한 상당수 시드니사이더들의 퇴직 계획을 바꾸도록 하고 있다. 그런 이들 중 하나가 아달(12월) 은퇴할 계획을 갖고 있는, 총괄 관리자(general manager)로 일하는 제니 린지(Jenny Lindsay, 62)씨다. 시드니 노스쇼어(north shore) 지역에 소유하고 있던 주택이 아주 높은 가격에 매각됨으로써 그녀는 재정적 부담을 덜고 직장을 그만 둘 수 있게 됐다.
린지씨는 “부동산 붐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한적한 시골에 작은 농장을 샀고, 와룽가(Wahroonga)의 주택을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으며, 거주지 규모를 줄여(downsizing) 핌블(Pymble)의 작은 아파트로 이주했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재정적 여유가 생긴 그녀는 은퇴 계획을 앞당겼다. 65세가 될 때까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린지씨의 사례는 지난 2016년 시드니대학교 경제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 연구팀은 당시 예상치 못한 주택 가격 상승과 여성의 조기퇴직(남성은 제외)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바 있다. SGS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전통적으로 은퇴 연령이 여성에 비해 늦지만 퇴직연령 차이는 10년 전 1.7세에 비해 다소 좁혀진 0.9세였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SGS의 테리 론슬리(Terry Rawnsley) 연구원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평균 10만 달러 많은 퇴직연금(superannuation)을 갖고 은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여성 직장인들은 낮은 퇴직연금, 특히 싱글 여성의 경우 은퇴자금 확보를 위해 더 오래 일해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까지 호주 여성의 예상 은퇴 연령은 60세 미만이었으나 이후 64.3세로 높아졌다. 2018년 조사 자료를 보면 남성의 예상 은퇴 연령은 65.2세로 2014년 이후 약간 낮아졌다.
론슬리 연구원은 여성의 높아지는 퇴직 연령에 대해 “건강관리, 사회 서비스 지원 등 여성 중심 산업의 강한 노동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여성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참여를 고무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광업 및 제조업과 같은 일부 남성지배 산업은 고용이 정체된 상황이며, 이 분야에서 일을 잡는 능력은 고령 근로자들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론슬리 연구원은 향후 5년 이상, 호주 남성과 여성의 은퇴 연령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언급한 국가 간 비교를 보면 호주 여성은 일반적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근로자들보다 더 오래 일한다. 영국의 직장인은 호주인 퇴직 연령과 유사하며 미국 근로자는 더 늦은 나이까지 직업을 유지한다.
뉴질랜드의 직장 여성은 호주에 비해 3년 정도 더 일을 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 여성들은 호주에 비해 5년에서 9년 일찍 은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