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n Day는 ‘침략의 날’(Invasion Day)이라며 26일 시드니 하이드 파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트위터 사진: Nafiseh@Nafiseh77502630).
Australian Day가 아니라 침략의 날?
호주 곳곳에서 수만 명 Invasion Day 집회
‘호주의 날’(Australian Day)인 지난 일요일(26일), 호주 전역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침략의 날(Invasion Day)’ 행사를 열고 호주가 원래 원주민들의 땅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원주민들의 정치 경제 문화 등 호주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행복하지 않은 1월 26일", "이 나라를 식민주의로 요리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수만 명의 시위자들이 시드니, 브리즈번, 멜번 등지에서 “호주는 언제나 원주민들의 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always was, always will be Aboriginal land)이라는 구호 아래, ‘호주의 날‘의 날짜 변경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788년 영국 선박 1함대가 포트 잭슨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1월 26일은 ‘침략의 날’이므로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또한 “호주의 날은 호주 원주민들에게는 슬픔의 날”이라며 원주민들이 현재까지 계속해서 고통을 겪고 있는 부당함을 호소하였다.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열린 시드니에서는 무더위에도 수천 명이 하이드 파크에 모여 시위를 벌였는데, 호주 언론들은 시위를 "(원주민)대학살에 대한 평화적인 시위"로 묘사했다. 멜번에서도 수천 명이 ‘호주의 날’의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가졌으며, 한 무리의 극우 시위대가 플린더스 스트리트 (Flinders St) 역에서 소동을 피우다 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부호주(South Australia) 주도 애들레이드(Adelaide)와 서부호주(Westrn Australia) 주도 퍼스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시위를 가졌고, 다윈(Darwin)에서는 연례행사인 '항상 그랬고, 언제나 그럴 것'(always was, always will be) 행사가 올해도 시민 공원(Civic Park)에서 벌어졌다.
사진은 멜번에서 벌어지고 있는 ‘침략의 날’(Invasion Day) 시위 모습 (트위터 Source:@pinkybarks)
한편 NSW 주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총리는 “산불 사태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호주의 날을 맞이했다”면서 “이런 어려운 시기에 원주민들의 환경 친화적인 고대 지식이 환경과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론화할 것”을 약속했다. 최근 산불 사태를 맞아 과거 원주민들이 산불을 통제하던 방식(과거 한국의 화전민들이 화전을 일구듯이 - 편집자 주)이 호주 언론에 집중 조명된 바 있다.
Invasion Day 행사를 보도한 주요 언론들은 이 ‘침략의 날’ 집회의 횟수와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이들의 요구를 정부가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임옥희 기자 /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