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의 자신감 회복은 물론 자기방어 측면에서 태권도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폭력피해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에서 시작된 태권도 수련 프로그램인 ‘Pink Belt Project’가 호주 전역은 물론 미국으로 확대됐다. 사진: ABC 방송
가정폭력 피해자들, 태권도 수련으로 자신감 회복
피해자들이 시작한 ‘Pink Belt Project’, ‘폭력상담’보다 효과적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에 거주하는 한 아이의 어머니 켈리(Kelly)씨는 신체적-언어적 폭력 속에서 살아 왔다. 그녀는 파트너의 폭력이 지속되면서 스스로가 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퀸즐랜드(Queensland) 주에 살다가 서부 호주로 이주한 그녀는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가정폭력은 심각한 호주의 사회문제 기운데 하나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매일 평균 376건의 가정폭력 문제를 접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가 되지 않은 폭력 또한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고유 무술이자 국기인 태권도가 이들에게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18일) ABC 방송은 켈리씨와 같은 폭력피해 여성은 물론 성적 학대를 겪은 이들을 지원하고자 시작된 태권도 수련 ‘Pink Belt Project’가 해당 여성들의 자신감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 눈길을 끌었다.
2015년 켈리씨는 파트너와의 독소적인 관계가 자신의 정신건강은 물론 아들에게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번은 파트너가 아들의 뒤통수를 힘껏 내려친 적이 있는데, 아들은 무서워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며 끔찍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서부 호주로 이주한 뒤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나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두 개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그녀는 “파트너의 폭력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된 ‘Pink Belt Project’는 5명의 여성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면서 태권도를 수련하도록 했으며 올해에는 15명의 폭력피해 여성을 지원한다. 사진: ABC 방송
“가정폭력 상담보다
태권도 수련이 더 유익했다”
그러던 차에 켈리씨는 ‘Pink Belt Project’를 알게 됐고, 거기서 태권도를 통해 자기방어 수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얻은 자신감은 폭력 관련 상담에 비해 훨씬 컸다.
그녀는 “(파트너와의) 학대적 관계에 대한 것 중 하나는 나 스스로가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며, 결국 나 자신과 싸워야 했다”는 그녀는 “태권도 수련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서부 호주의 또 다른 주부인 시오반(Siobhan. 가명)씨 또한 켈리씨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폭력으로 집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자신은 물론 11살짜리 딸까지 보호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었다. “폭력적인 남편과 마주했을 때 어찌해야 할지 몰랐고, 나 자신은 물론 딸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시오반씨 또한 ‘Pink Belt project’를 시작하기 전까지 (폭력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태권도 수련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서부 호주 번버리(Bunbury, WA)에 거주하는 크리스티 히친스(Kristy Hitchens)씨. 그녀는 친구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태권도 수련 프로그램인 ‘Pink Belt Project’를 시작했다. 사진: ABC 방송
“폭력 피해 경험이
프로그램에 활기 제공”
‘Pink Belt Project’는 퍼스(Perth, WA) 남부 해안도시 번버리(Bunbury)에 거주하는 주부 크리스티 히친스(Kristy Hitchens)씨에 의해 지난해 시작됐다. 그녀는 첫해 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태권도를 수련하도록 했으며 올해에는 15명의 여성을 돕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로 알려져 호주 각 주(State)는 물론 미국에서도 시작됐다. 아울러 호주 여성으로 첫 태권도 월드 챔피언(2005년)이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호주 태권도 국가대표(라이트급)로 출전한 바 있는 카먼 마턴(Carmen Marton)씨의 지원을 받고 있다.
히친스씨는 태권도에 대해 모든 여성이 익혀야 할 무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에 맞서 싸워야 할 순간이 있다”는 그녀는 “태권도는 여성들에게 그럴 만한 능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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